얼마 전 TV에서 '과거 2002년 월드컵'에 관한 내용의 방송을 보았다. 갑작스레 잊고 있던 과거 그 시간들이 하나씩 떠오른다. 너나 할거 없이 온 국민이 붉은 악마로 하나 되어 환희와 감동을 느끼던 그 시절. 모두가 한마음으로 열광하고, 길거리 버스들마저도 대한민국 박수에 맞춰 클락션을 울리면 일제히 환호하던 일이 며칠 전에 있었던 일처럼 생생하기만 하다. 그러나 그 시간들이 벌써 20년이나 흘렀다니...
그러면서 문득 나와 동시대에 태어나 같은 추억을 하고, 같은 시절을 지냈을 사람들은 어떤 마음일까? 지금의 나와 같은 감정일까? 하는 마음으로 장롱속 추억을 꺼내 이 글을 써본다.
오늘도 어디선가에서 부단히 애쓰며 살아갈
나의 1983년생 인생동기들에게
안녕? 친구야. 나는 1983년 6월 어느 날 강원도 영월 땅에서 태어났어. 영월읍 내에서도 한참 '수라리 재'라는 구불구불 산길까지 넘어가야 하는 완벽한 시골 촌구석. 내가 태어나던 날은 엄마의 급작스런 진통으로 동네 정육점 아저씨의 트럭을 겨우 얻어 타고 영월읍내 산부인과를 가던 중에 트럭 안에서 나를 낳았다고 들었어.내가 태어난 날의 이야기를 엄마에게 듣긴 했지만 어릴 적엔 몰랐어. 내가 어른이 되어 아이들을 낳고 키워보니 '엄마는 그 시절 어떤 마음이었을까?' 싶은게 이제서야 조금씩 선명히 보여.(거두절미하고 그 23살의 어린 우리 엄마를 꽉 끌어 안아주고 싶네.)
나처럼 1983년 그해 어딘가에서 크고 작은 에피소드를 거쳐 이세상에 나왔을 나의 학창 시절.
나의 시대를 겪었던 또래들.
지금은 나처럼 어디선가에서 누군가의 아내, 남편으로, 아이들의 부모로 또는 화려한 싱글로 멋지게 살고 있을까? 학창 시절 잠시 만난 남자 친구도 같은 하늘 아래 어딘가에서 누군가의 남편으로 살고 있을까?
학창시절 동네 오락실 펌프 노래에 맞춰 스텝 밟았던 철없던 시절의 나. 그리고 너희들.
교복 바지를 축 늘어진 통바지로 만들어 온 동네 바닥청소하며 한껏 멋 부렸던 남학생들.
지금은 어디서 무얼 하며 살까?
학교 두발 규정 있었던 우리 시대.
조금이라도 긴 머리 풀어헤쳐보려 용쓰던 시절도 있었는데, 지금은 긴머리가 어색하기도 하고, 길러보고 싶어도 푸석푸석한 머릿결에 자연스레 늘 싹둑.
회수권 내고 타고 다니던 출근시간 만원 버스 안에서는 친구와 머가 그리 웃기다며 깔깔거리며 다닌 건지.
학교 앞 떡볶이집 드나들며 HOT와 젝키 최신 노래를 같이 흥얼거리던 시절도 있었는데 난 지금은 최신 가요는 커녕 인기가요도 모른 채 음악사이트 '온라인 탑골공원'이라고 써놓은 장르에 기웃거리고 있어.
그래도 한 때의 우리 집 인기곡'상어 가족' 은 졸업했어. 온종일 환청 들린 듯 귓가에 맴돌던 '아기 상어뚜루루뚜루~'(참고로 나는 뽀로로를 지나, 시크릿 쥬쥬와 헬로카봇을 건너 포켓몬을 통과 중이야.)
마지막 국민학교 졸업생. 1983년생.
초등학생까지 스마트폰을 하는 요즘.
그 시절 삐삐 486. 8282가 울리면 공중전화부터 찾았던 아날로그 감성 마지막 세대. 언제 이렇게 시간이 흘러 내 나이 사십도 곧 지는지...
2002년 월드컵에 환호하던 시절이 엊그제 같다면, 우리나이 육십 되는 것도 정말 순식간이겠다. 그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