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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눈꽃 Mar 08. 2023

아이를 왜 안 낳겠어요.

아이 둘 엄마인 내가 '초저출생'을 체감하는 이유.


최악의 초저출생시대. 요즘 연일 '출산율'에 관한 기사가 화두가 되고 있다. "국가소멸" 까지 거론되고,  특단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며 이러다가 한국이 사라진다는 이야기가 끊이지 않는다. 폐교가 속출하고 모 학교가 신입생이 없다는 기사끊임없다.



그런 와중에 10여 년째 인기몰이 중인 '나 혼자 산다' 프로그램은 어느샌가부터  '나 혼자 속 편~~ 하게 산다!'로보이는 프로이다. 소위 말하는 결혼적령기를 건너는 그들 세계엔 결혼도 육아도 없다.  덧붙여 '결혼 지옥'과 '결혼 말고 동거' 등의 TV 프로가 언젠가부터 시대를 대변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요즘 뜨는 브런치북 제목만 봐도 어딘가 모르게 일맥상통하는 느낌이다.)



결혼도 결혼이지만 심각한 출산율.

 "왜 이렇게 안 낳는 걸까?" 의 질문에 묻지도 따질 것도 없을 만큼의 대표적인 이유를 다들 알고 있다. 간단하게 "힘드니까. 힘들고 불안하니까." 



가정이 안정이 되어야 자연스레 부부간의 평온한 마음속에서 아이를 낳아 기르고 싶은 마음들 테지만 지금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삶이 너무 불안하고 힘들다. 이럴 거면 예능 프로 제목처럼  나 혼자 (속 편하게) 산다가 되어 버린다.  근근이 월급 쪼개어 재테크랍시고 돈 모아도 한 번씩 요동치는 집값은 열심히 쪼개 모은 내 통장의 잔고를 우습게 만든다. 기본적인 '주(住)'가 불안하니 출산은 사실 차후 문제로 넘어간다.



심각한 출산율 저조에는 계층사다리가 끊어짐으로 인한 사회적 불안도 한 몫한다는 생각이 든다. 예전에야 '개천에서 용 난다'라고 했지만 지금이야 어떤가.  한해 한해 살아갈수록 세상은 불공평의 연속임을 깨닫는다.  금수저 밑에 또다시 번쩍번쩍 금수저 물고 태어난 아이는 출발선부터 고급 휘발유 가득 넣은 벤츠로 쉽게 출발한다. 출발이 빨랐으니 인생사 사는 게 남들보다 거침없이 쉽게 쉽게 간다.  흙수저 밑에 흙수저로 태어난 아이는 출발선부터 바퀴 달린 자전거는 커녕,  부모까지 등에 업고 걸어가야 한다. 출발이 느리니 도착지는 가도 가도 보이지 않는다.  '출산도 빈익빈부익부. 경제적 형편 등에 따라 비자발적으로 출산을 중단한다'라는 기사를 접한 적이 있다. 현실적으로 사회적 불안이 큰 상태에서 절대 출산율이 높을 수 없다.



그런 거 둘째치고 낳았다고 가정해 보자. 맞벌이 부부 경우, 육아를 할 수 있는 환경이란 여전히 부족하다. 그나마 조부모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 급한 불은 끄긴 할 수 있지만, 그럼에도 제대로 된 정책 없이 개인에게 모든 걸 떠맡기기엔 육아는 늘 벅차다. 멀리 볼 거 없이 내 주변만 해도 일하랴 육아하랴  몸은 하나인데 다들 벅차고만 한다.



맞벌이 부부에게 어린이집, 유치원을 거쳐 제일 큰 난관은 초등 때이다. 워킹맘들이 제일 일을 그만두는 때가 초등 때라는데 왜 그런 거겠나.



아이들 학사일정에 표시 봄 방학! 재량휴일! 여름 방학! 겨울 방학!



아이들이 겨울잠을 자는 것도 아니고 겨울방학은 도대체 왜 이렇게 길어야 하는 걸까? 도대체 맞벌이 부부는 일터에서 하루하루 눈치 보며 마나 연차써야 할까? 이 부분은 어떻게 좀 근본적으로 해소가 안되려나 싶다.  현실적으로 다른 건 둘째 치고라도 맞벌이 부부가 단기방학, 여름방학, 겨울방학의 그 긴 하루하루를 어떻게 메꿔 나가겠냐는 말이다.



아이가 학교 끝난 후 부모의 퇴근 전까지 마음 편하게 일을 할 수 있는 여건이 현실적으로 없다. 맞벌이 부부가 넘쳐나는 이 시대에 아이들이 하교 후 교문을 나선 순간부터 모든 게 부모 영역으로 넘어가 버린다. 부모 입장에서는 아이 학교 끝날 시간부터  일터에서 신경이 쓰이기 시작한다. 퇴근해서 부랴부랴 집 현관문을 들어서기까지.  일터에서 편할 리 없고  마음의 여유란 찾아볼 가 없다. 이런 심적부담 큰 육아를 한번 경험하고 나면 둘째 갖기는 더 힘들다.



작년 3월까지 공무원으로 근무하던 시절. 그나마 일과 가정의 양립 지원을 독려해 주는 직업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실상 그 안에서  "육아휴직을 오래 쓴 사람은 널티를 줘야 한다." 라고 떠들어대는 상사 보는 일은 일도 아니다. 암묵적으로  고과에서 밀리는 건 당연스레 받아들인다. 일과 육아의 균형이란 없다.  공공기관의 현실이러하다면 아직 사기업, 사업장은 갈길이 멀어 보이기만 하다.



또한 '아이에게 공부공부 하지 않을 거야.' 라는 소신으로 아이를 키우고 싶지만, 현실은 그렇지가 않다는 것. 대부분의 학부모라면 나의 언급에 대부분이 공감하지 않을까 싶다.  아이 한 명 당 머 하나 배운다 하면 몇 십만 원은 쉽게 나가는 사교육비. 전쟁터에서 뼈 빠지게 일해서 들어오는 월급이 사이버머니 마냥 매달 학원비로 스치듯 로그아웃 되어 버리고 장만 남는다. 아이 둘이면 사교육비 100만 원? 슬프게도 사교육장에선 정말 우스운 금액이다.  또다시 사직서는 가슴에 품은 채 울며 겨자 먹기로 월급 받아 이달 치 사교육비 불 끄기에 급급하다.



기대 수명 100세 얘기 나온 지 오래.  

일터에서는 나를 언제까지 받아줄까? 

겨우 아이의 사교육비 들여 수능 치 놨다 싶어 가정경제 좀 나아질까 싶지만, 사교육비만 사그라들었을 뿐 월급만으론 택도 없을 아이의 대학등록금이 코 앞에 몇 년을 기다리고 있다. 어느 시점까지 아이를 위한 돈이 그렇게 들어야 하는 걸까?. 그렇다면 노후는 언제 대비한다는 걸까? 불안의 연속이다. 이런 상황들이 출산을 너무 어려운 일로 만들어 버린다.



현재 정부에서 출산장려책으로 내놓는 경제적 지원(아동 수당, 출산장려금, 난임시술비 지원 등)으로는 사실 언 발의 오줌누기나 다름없다. 고작 난임 시술비 횟수를 늘려주는 방법 등 출산율 제고에 얼마나 효과적일지 의문이다.  이런저런 가시적으로 쉽게 드러나는 돈 뿌리기 공약성 지원 말고 근본적으로 아이가 잘 클 수 있는 환경, 부모가 그래도  마음 편하게 양육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산율이 올라갈 기미가 보인다.



그래야  맘 편히

'부모'  꿈을 꾸는 사람이 늘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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