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초가 있어 좋다.

by 박언서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고 산과 들이 하얗게 변해도 그 속에서 피는 복수초나 동백꽃은 추위를 아랑곳하지 않는다. 겨울은 사계절 중 하나의 계절일 뿐이다. 겨울이 춥다고 우리가 사는 세상까지 추울 이유는 없다. 추위도 더위도 100일을 넘기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 100이라는 숫자는 의미가 있는 숫자다. 아기가 태어나면 100일을 기념하기도 하고, 100이 넘으면 많다는 의미로 인식되기도 한다. 이는 두 자리 수에서 세 자리 수가 되는 것이고, 99에서 100이 되는 데에는 1이라는 숫자이지만 우리가 느끼는 그 차이는 엄청 크다는 생각을 한다.

그래도 그깟 100일도 넘기지 못하는 겨울이지만 코로나19라는 생소한 전염병까지 겹쳐 우리의 일상을 더 춥게 만들고 있는지 모른다.


겨울이 겨울다우려면 추워야 제멋이라는 말도 있다.

또한 예로부터 겨울의 날씨를 가늠하여 그 해의 풍년을 예견하기도 했다.

누가 한 말인지는 모르지만 주정뱅이는 아무리 추워도 옷을 사서 입기 보다는 술을 사먹는 다는 글을 본적이 있다. 그만큼 추워도 본인이 하고 싶고 좋아하는 일은 멈출 수 없는 일이기에, 추위에 수도관이 터지고 폭설이 내려도 우리가 함께 나눈 세상은 그 따뜻함이 차고 넘쳐날 수 있는 것이다.


사자성어 중 십시일반이란 말이 있다.

한 사람의 한 숟가락은 배부름과 배고픔에 차이는 별로 없다. 그 한 숟가락이 모여 열 명이 한 숟가락씩만 나누어도 또 다른 한 명이 배고픔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진리인 것이다. 이런 나눔은 가진 것이 많다고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닌 것 같다. 스스로 나누고자 하는 마음에서 시작되는 것이지 재산의 많고 적음은 나눔을 실천하는 기준이 될 수는 없다.


기업은 이윤을 추구하는데 사업의 목적이 있다.

그런 기업에게 우리사회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공헌을 주문하고 있다.

그 사회적 책임이나 공헌은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요구하지 않았으며 요구할 수도 없다. 스스로 알아서 하길 바랄 뿐이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공헌이라는 근사한 말 자체가 어느 기업은 부담이 될 수 있고 또한 동종 업종 간 비교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일이다.

그런데도 기업이나 소상공인 등 군민 모두가 십시일반 나눔에 동참하여 우리군 희망2021 나눔캠페인 이웃돕기 성금모금에서 목표액 5억4653만원을 초과한 6억1893만이 모금되어 목표액 대비 113.2%의 성과는 거두었다고 한다. 그래서 이 겨울은 추워도 이 세상을 따뜻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더 따뜻한 신문기사를 보게 되었다.

성금 집중 모금 기간이 끝났지만 지난 2월 9일에 본인의 신분을 알리지 않은 키다리아저씨가 1억 원을 기탁하였다는 것이다. 이름과 연락처를 밝히지 않은 고령의 기탁자는 코로나19로 어려운 곳에 써달라며 자기압수표로 1억 원을 기부했다고 하며, 또한 이번이 처음이 아닌 2017년에도 1억 원을 기탁을 했다고 한다.


사람은 고마운 일에는 감사와 잘못한 일에는 사과를 할 줄 알아야 한다.

특히 우리는 그런 표현에 쑥스러워 하고 익숙하지 못한 국민성을 지니고 있다.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자연스럽게 인사를 나누는 문화를 불편하고 어색해 하고 있다.

이제 그런 무뚝뚝한 시대는 변하고 있다.

코로나로 인해 대면보다는 비대면의 시대로 변하고 있는 흐름에 적응해야 한다. 얼굴을 마주하기 보다는 화상이나 전화로 대화를 나누는 일이 많아지면서 서로에 대한 배려가 더욱 절실한 시대인 것이다.


아직도 이 겨울 추위가 끝나지 않았다.

추위 속에서도 꽃을 피우는 복수초와 동백꽃처럼 이 세상이 아름답고 따뜻할 수 있도록 성금을 기탁하신 모든 분들이 어디 사는 누구인지 알 수 없지만, 이런 크고 작은 정성이 모이고 모여 아름답고 따뜻함이 지속되길 바라는 마음에 예산군에서 사는 군민의 한 사람으로서 미약하고 어설프지만 이렇게라도 글로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은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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