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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과 배추김치

by 박언서

배추김치!

김장의 대표적인 김치가 배추김치다. 속이 꽉 찬 배추를 다듬고 절이고 씻어 양념에 버무리고 용기에 담아서 보관했다가 겨우내 꺼내서 먹을 그런 음식이 바로 배추김치다.


바쁜 현대 사회에서 보면 그러한 과정이 비경제적인 측면도 있을 것이다. 주중에 열심히 일하고 주말은 좀 쉬어야 하는데 김장을 담그려면 1박2일은 족히 걸리기 때문에 다들 꺼려하는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무조건 김장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것은 김장 김치의 맛을 잊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며, 그 속에 어머님의 정성이 담긴 맛이 있기에 더욱 잊지 못하고 1박2일의 힘든 수고를 감내하면서 김장을 담그는 것이 아닐까?


과연 40대를 기준으로 김장을 직접 담그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냥 편하게 생각하면 김치공장에 주문해서 먹으면 되는데 무엇 때문에 그런 고생을 하는 모르겠다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쉽고 편한 것 보다 마음이 오고 가는 정이란 것이 있다. 특히 부자지간의 정! 무슨 말로 표현을 해도 다 하지 못할 그런 것이 정이다. 그리고 어머니의 손맛! 세상에서 한분 밖에 없는 나의 어머니! 그분의 손맛은 눈을 감고 먹어도 바로 알 수 있는 그런 잊지 못할 맛이 있기에 어머니표 겨울 김장을 우린 포기하지 못하는 것이다.


점점 세월이 지나가면 언제까지 어머니의 맛을 느끼며 살 수 있을지 모르는 일이다. 김치를 담그는 방법을 배우지 못해 내가 직접 할 수 없으면 공장에서 다량으로 만드는 김치로 입맛을 바꾸어 살아야 할 처지에 놓여 있다.


우리의 어머니들은 계량컵도 저울도 없다. 손에 잡히는 대로 눈으로 가늠하고 입맛으로 간을 보는 방식으로 오랜 세월동안 변치 않는 맛을 지켜오셨다. 하루아침에 이룰 수 없는 그런 손맛의 저력은 가족과 통하는 가족애 그리고 정이 아닐까?


70~80년대 겨울철 밥상은 김장 김치나 동치미가 차지하고 있었다. 지지고 볶고 국도 끓이고 김치 하나면 반찬 걱정이 없는 시절도 있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우리의 식생활에 변화가 왔다.


경제적인 발전에 따라 식량난이 해결되면서부터 소시지를 시작으로 밥상문화에서 식탁문화로 변하게 되고, 인스턴트식품이 주를 이루고 있는 요즘은 아이들의 반찬투정이 늘어가고, 어떻게든 밥을 먹이려는 젊은 부모들은 아이의 투정을 거부하지 못하고 받아주다 보니 점점 빠른 속도로 식탁문화가 변해왔다. 그 이유 중 또 하나는 맞벌이 가정이 증가하며 아침 출근시간에 쫒기는 엄마들이 아이를 달래서 놀이방이나 유치원에 보내야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고육지책으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우리 아이들의 식습관을 변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제 김장 김치는 어른들만 좋아하는 음식이 될 날도 멀지 않았다. 어려서부터 김치를 싫어하다 보니 성장해서도 먹지 않으려고 한다. 요즘 일본에서는 어려서부터 밥을 먹는 운동을 하고 있다고 한다. 어려서부터 밥을 먹어야 성장해서도 그 습관 때문에 밥을 먹는 다는 아주 단순한 진리인 것이다. 우리의 전통 음식 중에 하나인 김치를 어려서부터 거부감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는 엄마들의 부단한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또한 김치에 대한 이해와 발효과학이라는 우수성을 알 수 있도록 교육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것이다.


이제 김치는 어른들만 느낄 수 있는 어머니의 손맛으로 생각할 처지이다. 현대사회의 젊은 엄마들도 자녀들이 손맛을 느낄 수 있도록 그리고 그리워 할 수 있도록 김치 담그는 방법을 배우고 실천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엄마가 해주는 토스트나 햄버거가 그리운 아이들에게 하루아침에 김치를 먹게 할 수는 없지만 김치의 깊은 맛과 엄마의 정성을 함께 느낄 수 있도록 식탁문화를 바꾸는 최 일선에는 엄마들의 열정만 있으면 가능하리라 생각한다.


그 옛날 한겨울에 고구마를 먹을 때 얼음이 서걱서걱하는 동치미 한 사발만 있으며 그만이고, 따끈한 국수에 김장 김치가 제격이고, 기나긴 겨울밤에 김치 부침이에 텁텁한 막걸리 한 사발이 제격인 그런 시절을 떠올리며 맛과 정이 가득한 시골 인심 그리고 어머니의 손맛을 느낄 수 있는 김치가 그리워진다.

어머니의 정성이 가득한 맛깔스러운 김치를 생각하면 입안에 군침도 가득하다.

김치는 음식이기도 하지만 결국에는 어머님의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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