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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랑 막걸리랑!

by 박언서

비가 내리는 어느 날 친구로부터 전화가 왔다. 막걸리나 한 사발 하세!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에는 막걸리와 김치전이 딱 어울린다네!

허름한 대폿집에서 텁텁한 막걸리 한 사발 들이켜고 꺽~~~~~

남들이 보면 지저분하다고 할지 모르지만 세상을 살아가는데 있어서 물론 예절이나 격식도 중요하겠지만 소박하고 꾸밈없이 자연스러움 그 자체를 즐기며 사는 것 또한 무엇보다 소중하다.

가끔씩 가까운 친구와 자식 키우며 살아가는 일상을 안주삼아 막걸리 한 사발 하는데 있어서 이것저것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도 없다. 그저 막걸리 한 사발 받아 들고 대폿집 창문 밖으로 보이는 처마 끝에서 하염없이 떨어지는 빗방울에 넋이 잃고 바라보는 무표정의 분위기라도 즐길 줄 아는 친구와 함께라면 비와 막걸리 그리고 친구는 궁합이 맞는다고 해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자주 어울리며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친구, 허물없는 친구와 주거니 받거니 오가는 술잔에 배가 부르면 자리를 툭툭 털고 일어나 빗속을 터벅터벅 걸으며 취기를 용기 삼아 노래 한가락 부를 수 있는 여유가 있다면 이 또한 텁텁한 막걸리 한 사발의 넉넉함이 아닐까?

어느 글에서 보았는지 모르지만 비가 오면 우울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된 논리이라는 것을 읽은 기억이 있다. 비가 와서 우울한 것이 아니고 비가 온다는 핑계로 자기 스스로 우울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한다.

물론 비도 비 나름이겠지만 여름 한낮에 소나기 한줄기 내리면 그 시원함이 어느 정도인지 느낌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다만 장맛비 같이 몇날 며칠을 지루하게 내리다 보니 기분이 우울하다는 생각이 들고 몸도 축 처지는 느낌이 들지만 그 또한 스스로 마음먹기 나름이 아닐까?

비와 막걸리는 아무런 관계도 없다. 아니 비와 술로 표현해야 정확한 표현이겠지만 허름한 대폿집 목로에서 찌그러진 주전자 뚜껑 사이로 줄줄 넘치는 막걸리야 말로 주인장의 넉넉함과 손님의 여유로움이 함께하는 술! 바로 막걸리가 아닌가 싶다. 옛날 60년대에는 시골에서 농사일을 하다 새참으로 먹는 술이 막걸리였다. 막걸리 한사발이면 시장기도 해결하고 취기도 있어 배고픔과 피로함을 동시에 해결해 주는 술이 바로 막걸리다.

그러나 시대가 발전하면서 막걸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막걸리에는 살아 있는 유산균이 한 병당 700 ~ 800억 마리가 있고, 요구르트는 120병 정도를 먹어야 그 효과가 동일하다는 등 우리 술 막걸리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고 있어 요즘 웬만한 식당에 가도 막걸리가 주류 메뉴에 올라있는 광경을 쉽게 볼 수 있다. 하지만 막걸리가 긍정적인 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막걸리를 마시다 보면 취기 보다는 포만감을 먼저 느끼게 되어 많이 먹기가 어렵고, 깔끔한 카펫트 바닥 등에 흘리게 되면 냄새가 쉽게 가시지 않는다. 또한 유리잔에 따라 먹으면 자욱이 남아 설거지하기가 불편하고, 실수로 옷에 튀면 지워지지 않는 등 불편함이 이만저만이 아니라 해도 이는 세상의 모든 이치가 긍정과 부정의 조화 속에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 할 뿐이다.

이러한 막걸리의 부정적 이미지에도 불구하고 인기가 있는 이유는 바로 막걸리에서만 느낄 수 있는 옛 사람들의 넉넉함과 여유로움에 있을 것이다. 우리 조상들은 지금까지 살아오며 된장, 간장, 김장, 막걸리 등 많은 음식에 대하여 과학이라는 학문적 이론으로 모든 것을 설명 할 수 없지만 경험을 바탕으로 합리적이며 지혜롭게 살아온 것처럼 꾸밈이 없는 순수한 가치관을 가지고 지혜롭게 살아가는 방법을 21세기를 이끌어갈 우리 아이들도 마음으로 배우고 느끼며 살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오늘도 비가 내린다.

하루를 마무리하고 날이 어둑어둑해지면 허름한 막걸리 집에 모여 조그만 소주잔 보다는 넉넉함이 있는 커다란 사발에 막걸리 가득 부어 벌컥벌컥 들이켜면 입가로 흘러내리는 것은 안중에도 없고 그저 시원함에 우선 취해버린다. 하루를 열심히 노력한 당신은 막걸리 한 사발에도 마음가득 풍족함을 느끼고, 즐거운 기분으로 하루를 마무리하는 그런 사람이었으면 한다. 비와 막걸리 그리고 친구! 아무 연관도 없는 것들이 모여 하루를 여유롭고 적당한 취기로 마무리 했다. 어느 날 문득 끌쩍거린 글이지만 이 글에 공감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이 누구일지 몰라도 언제 넉넉한 시간에 막걸리 한 사발 같이 했으면 한다. 세상은 막걸리 사발 같은 넉넉함이 있어야 바로 살아가는 맛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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