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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꾸는 정성과 수확의 기쁨 그리고 나누는 배려

주말 농사 그리고 어쩌다 농부의 주말

by 박언서

보통 4월말부터 5월 초순부터 텃밭농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작은 면적이라도 각종 채소를 심으면 가꾸는 즐거움과 먹는 행복함을 동시에 만족할 수 있다. 내 손으로 가꾼 싱싱한 채소를 먹을 수 있는 특별함은 자투리 시간과 육체적인 노동력을 조금만 투자하면 누구나 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텃밭 농사는 채소의 모종 구입부터 심고 가꾸고 관리하는 일이 초보자에게는 좀 버겁기도 하고 어려움이 있다. 무슨 채소를 얼마나 심어야 충분하게 먹을 수 있는지, 무슨 거름을 주어야 잘 자라는지, 관리는 어떻게 해야 되는지 신경도 쓰이고 어렵다. 농작물은 심는다고 다 열매가 열리고 수확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계절과 날씨에 따라 적절하게 물도 주고 소독도 하고 풀도 뽑아줘야 한다. 이런 일들은 어떻게 생각하면 즐겁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괴롭기도 하다. 땅을 파고 손으로 흙을 만져가며 연장을 사용하다 보면 어렵고 힘이 들기 때문에 실증을 느끼기 쉬운 일이 농사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그런 농사일을 좋아하는 사람과 싫어하는 사람이 분명하게 나누어진다.

밭에서 가져온 싱싱한 채소를 먹는 것은 좋으나 일하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고, 주말을 활용해서 작은 텃밭을 가꾸고 하는 일을 자연과 함께하는 힐링이라고 생각하며 즐기는 사람이 있다. 물론 둘 다 싫어서 마트나 시장에서 사서 먹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텃밭 농사는 내손으로 가꾸고 눈으로 직접 보고 느낄 수 있어 좋다. 야채를 시장이나 마트에서 구입해서 먹는 것 보다 맛도 맛이지만 직접 가꾼 야채라서 의미가 있어 기쁘다.

나는 어쩌다 농부라서 특별한 일이 없으면 주말에만 농사일을 한다. 주말에만 하다 보니 농사일이 늘 서툴지만 그래도 열심히 하려고 한다. 농지는 1년만 놀려도 풀밭으로 변해 이웃 농지까지 풀씨가 날아가 피해가 간다. 그러니 주말에 쉬지도 못하고 농사를 해야 하기 때문에 가급적 손쉽고 편한 농작물을 선택해서 해야 한다. 손이 많이 가는 작물은 어렵기도 하지만 관리할 수가 없다. 그래서 내가 매년 선택하는 작물은 손이 적게 가는 들깨다. 들깨는 심기 일주일전 토양소독제와 제초제를 뿌리고 물을 주어가며 심기만 하면 아무리 가물어도 90% 이상 살아난다. 생명력이 질긴 식물이 바로 들깨다. 또한 들깨는 자라는 속도가 풀보다 빠르기 때문에 초기에 제초만 잘 되면 별도로 풀을 뽑아 줄 필요가 없다.

또한 일거양득의 작물이 들깨다.

들깨는 수확하기 전에 잎을 따서 장아찌도 담고 수확하면 들기름으로 먹을 수 있다. 그리고 음식 요리에서 참기름 보다 들기름을 더 다양하게 사용한다. 물론 수확해서 들기름을 짜기까지 조금 번거로움이 있기는 하지만 그 정도 수고는 있어야 고소함을 느낄 수 있다.

지금이 6월 중순을 지났지만 아직 들깨를 심기에 좀 이르다. 아마 말일 경부터 7월 중순까지 들깨를 심는 시기로 본다. 요즘 밭에는 야채가 다양하다. 아삭이고추, 가지고추, 청양고추와 가지, 오이, 참외, 토마토가 자라고 있다. 그중 고추와 오이, 가지는 조금씩 먹을 수 있고 참외와 토마토는 7월경에는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자투리땅에 비닐을 씌우고 여름상추씨와 아욱씨를 뿌리면 가을까지 먹을 수 있어 씨를 뿌리고 물을 흠뻑 주었다.

어제는 이웃집에서 감자를 수확해서 한 상자를 주어서 감사하게 가지고 왔다. 농부는 서로 부족한 것을 나누며 함께 살아가는 것이다. 가꾸는 정성과 수확의 기쁨 그리고 나누는 배려는 돈으로 그 가치를 따질 수 없다. 우리의 삶은 경제적인 이득도 중요하지만 마음의 풍요와 삶에서 느끼고 생각하는 가치에 대한 이득이 더 중요할 수 있다. 바쁜 주말에 자투리 시간을 내고 조금은 어렵고 힘들어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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