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 경험을 동생에게 편지 한 통
부탁해!

형제의 돈독한 우의를 보여줘~

by 박언서

아들!

이러다 예당저수지가 말라버리겠다.

아빠가 살아오는 동안 여름도 시작되기 전에 이렇게 가뭄이 심하게 나타나는 현상을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이번 주는 캠프에 가고 어영부영 한주를 보내겠구나.

가뭄이 너무 심해 지루함 마저 느껴지는구나. 오늘도 33도를 넘는 더위가 사람을 지치게 만드는 날이구나. 그래도 아빠는 사무실에서 선풍기가 있으니 다행인데 훈련을 뛰는 군인들은 얼마나 어려울까 걱정이 된다. 하긴 이렇게 더우면 열사병 때문에 군인도 훈련을 멈추고 휴식을 취해야지 무조건 훈련만 시킨다고 능사는 아니니까 말이다.

요즘 아빠 사무실에서도 국가적 전력난 때문에 웬만하면 에어컨을 켜지 않고 선풍기만 사용한단다. 말이 선풍기지 사무실 실내 온도가 30도를 넘는데 하루 종일 돌아가는 선풍기 바람도 시원하지 않고 뜨거운 바람이 나오니 얼마나 어렵겠니? 공무원이나 군인이나 국가적으로 어려운 일이 있으면 솔선수범을 해야 하기 때문에 이 정도 더위는 선풍기로 감수하고 말아야 하는 것이란다.

요즘이니까 공무원이라는 직업이 남들의 부러움에 대상이 되었지 옛날 같으면 공무원을 사람 취급도 하지 않았단다. 세계적으로 경제가 어려워지고 그에 대한 여파로 취업난이 심각해지니까 그나마 정기적으로 급여가 지급되고 신분과 정년이 보장되니 인기가 있는 것이란다. 이제 아빠도 정년이 10년 정도밖에 남지 않았구나.

돌이켜 보면 뭐 한 것도 없는데 나이만 먹은 것 같고, 앞으로도 할 일이 많이 있는 것 같아 부담스럽기도 하고 그러네. 하긴 네가 벌써 군대를 가고 동생이 2학년이니 세월이 정말 빠르다고 해야 할 것 같구나. 너는 이제 군복무를 마치고 복학하면 되지만 아직은 동생이 걱정이구나. 당장 내년에 대학을 가려면 공부를 해야 하는데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놀기만 하니 엄마의 잔소리가 이만저만이 아니란다.

이제 예전과 달리 대학이라는 것이 취업과 연관이 되고 자기 적성에 맞는 학과를 선택해야 하는데 어느 정도는 실력을 갖추어야 선택에 폭이 넓어질 텐데 지금으로서는 부족한 것 같아서 말이다. 국제 경기가 너무 안 좋아서 대학을 졸업하고도 취업을 못하여 전문대를 다시 입학하는 사람도 많이 있다는 뉴스를 들은 기억이 있지.

세상이 변하여 학교의 명성보다는 학과의 선택과 본인의 노력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앞으로의 진로에 대하여 많은 고민도 해야 하는데 걱정이 많구나. 이런 실력이라면 어디 지방 대학에 가서 막걸리만 먹다가 허송세월하고 인생 종 치는 줄도 모르고 졸업만 하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하는데 말이다.

빨리 정신 차리고 노력해도 원하는 대학에 갈까 말까인데 걱정이다. 지난번에 아빠가 너한테 부탁한 편지를 한통 써줘야겠다. 네가 경험한 것을 바탕으로 동생이 이해할 수 있도록 말이다. 이제 말로 해서는 안되니 편지를 직접 읽어보면 뭔가 느낄 수 있지 않을까? 네가 공부를 덜해서 후회하는 부분들을 자세하게 쓰고 그에 대한 방법이나 이유 그리고 지금 공부를 해야 하는 필요성을 편지로 보내주면 좋을 것 같은 생각이니 시간이 되는 대로 꼭 써주길 부탁한다.

아들! 더운 날씨에 건강 챙기고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으로 살아야 한다는 것을 명심하고 사람의 인연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졸병들에게 많이 배려해 줘야 한단다. 그럼 이만 줄인다.

2012.06.20.(수)

여름날 아빠가! 밥心 - 발송

작가의 이전글발목 부상은 좀 어떠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