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웃음이 가득한 풍경.

시골 장터

by 박언서

오늘이 장날이다.

5일마다 열리는 장이지만 늘 새롭고 같은 듯 다른 풍경이다.

장사를 하는 사람은 항상 같아도 장을 보러 오는 사람들은 다르기에 새롭게 느껴지는 것이다. 오늘 새벽에는 지난 장과 마찬가지로 마늘장이나 다름없다. 금년에는 마늘 가격이 비싸다는데 장마철이 다가와서 가격이 조금 더 올랐다고 한다. 물론 장마철에는 야채 값이 조금씩 오르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시작부터 비싼 가격에 장마철의 특수성까지 겹치니 소비자는 부담스럽게 느껴질 것이다.

하지만 농산물 가격의 높고 낮음에도 농부는 별 혜택이 없다.

가격이 비싸지면 농부 보다 중간 상인들의 이윤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소비자가 비싸게 살 수 밖에 없는 유통구조가 항상 문제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개선되지 않는다. 이런 유통구조는 다른 상품 보다 농산물이 더욱 심하지만 왜 개선이 안 되는지 모르겠다.

장은 각 지역마다 특색이 있다.

지역의 대표적인 농산물에 따라 그리고 계절마다 생산되는 작물에 따라 다르다.

요즘은 마늘을 사고파는 사람들이 새벽부터 분주하다. 조금이라도 더 받고 팔고 싶은 사람과 더 싸게 사고 싶은 사람들의 벌이는 흥정은 시골 인심 오가는 대화 속에서 거래가 된다. 그런 흥정은 사는 사람이나 파는 사람 둘이 다 만족할 수 없다. 둘 중 결국 어느 한 쪽이 서운해도 양보를 해야 거래가 이루어진다. 그렇게 거래가 끝나면 둘 다 행복한 웃음으로 마무리가 된다. 이런 풍경이 바로 시골 장날의 풍경인 것이다. 사람들이 뒤엉켜가며 시끌벅적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 우리 부모님들의 삶을 보는 것 같다.

오늘 새벽 장에 가보니 마늘 흥정을 시작으로 야채와 과일 그리고 각종 모종이 다양하게 나왔다. 야채 종류는 열무와 무, 호랑이강낭콩, 쪽파, 과일은 살구와 자두, 복숭아가 제철이다. 또한 이맘때면 대파를 심어야 한다. 지금부터 대파를 심어야 가을 김장철에 쓸 수 있다. 모종은 들깨모와 검은콩, 여름상추모종 등 다양하게 나왔다. 해물전에는 오징어, 낚지, 주꾸미, 갈치, 고등에 등 냉동부터 살아 있는 생선들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비가 오락가락하는 장마철에는 상인도 손님도 불편하기는 마찬가지다. 갑자기 소나기라도 쏟아지면 물건이 졌고 사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기기 때문에 장사하는 사람들은 심난하게 마련이다.

아침부터 포장마차에는 술꾼들이 하나 둘 모여든다.

뜨끈한 어묵탕 국물에 막걸리 한 사발이면 허기를 달래기에 충분하다.

새벽에 장에 나오려고 일찍 오다 보니 아침을 거른 사람들이나 장날마다 나오는 장돌뱅이들이 시끄럽다. 이제 마늘 장도 다음 주 정도면 끝이 나고 바로 이어지는 농산물은 없다. 물론 시설하우스에서 재배하는 농산물은 다양하게 사계절 나오지만 노지에서 재배하는 농산물은 계절마나 다르다.

이제 조금 더 지나면 고추가 나오기 시작한다.

마늘 보다 고추장은 더 커진다. 고추가 나오는 철에는 별도로 고추를 거래할 수 있는 장소를 마련해야 한다. 이른 새벽 동이트기 전부터 나오는 사람들을 위해 인력을 배치해서 차량 통제도 하고 자유로운 거래를 위해 읍사무소에서 지원을 해준다. 농산물의 가격은 늘 그렇듯 그날그날 장사꾼들이 주도적으로 만들어낸다.

시골 장은 삶의 희로애락이 녹아 있는 곳이다.

더운 여름에는 시원하고 추운겨울에도 따뜻한 사람들이 모이고 모이는 곳이 장이다.

특히 시골에서는 손수 농사지은 농산물을 가지고가서 팔수 있는 날은 장날밖에 없다. 그래야 자식들 학비도 줄 수 있으니 말이다. 물건을 돈으로 바꿀 수 있는 유일한 날이 장날인 것이다. 장날이 되면 열무가 마늘이 고추가 돈이 되는 날이라서 우리 부모님들의 얼굴에 환한 미소를 만들어주는 그런 날이기도 하다.

나는 가끔 새벽이나 주말과 겹치는 장날에는 살 것이 없어도 한 바퀴 둘러보곤 한다.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이 시끌벅적하고 여기저기서 흥정하는 그런 모습이 재밌다.

오늘이 장날이라 출근길 새벽에 주름진 얼굴이지만 밝은 웃음이 가득한 농부를 보았다.

더불어 행복함을 느낄 수 있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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