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언서 May 16. 2024

의미 있는 여행

며느리와 아들을 위한 여행

 퇴직 후에는 여행을 자주 다니기로 마음먹었다.

 두 아이들이 가정을 꾸리고 나니 퇴직을 해도 마음이 홀가분하고 편안하다. 그리고 다행인 것은 퇴직하고 1개월 쉬고 바로 직장에 출근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여유롭게 근무할 수 있는 직장이다. 혼자 생각에는 앞으로 크게 돈 들어갈 일이 별로 없을 것 같아 짬을 내어 세상구경을 하고 싶은 마음이다. 지금까지 틀에 박힌 직장 생활로 인한 책임의식 때문에 가정보다는 직장을 먼저 생각하며 살아왔다. 

 늦은 감이 있지만 이제부터 시작해야겠다.

 지난날 내 직장 생활은 파란만장 산전수전이었다. 참으로 험하고 거친 나날이었으나 그래도 마지막까지 영광스럽게 퇴직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아내의 내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무슨 일이 있어도 믿어주고 인내하며 아이들을 잘 키워 여의살이 시킬 때까지 이루 말할 수 없는 아픔을 견디며 살았다. 박봉에 넉넉하지 못한 생활에서도 아이들 주눅 들지 않고 학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준 아내에게 감사한다.

 엊그제 둘째 내외가 저녁을 먹으러 왔다.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며느리에게 시집오기 전에 여행을 얼마나 다녔는지 물어보았다. 그런데 제주도를 고등학교 수학여행 때 한 번 가보았다는 것이다. 잠시 생각을 정리해 보니 우리 둘째 아들이 너무 좋아 함께 살고 싶은 마음에 어린 나이에 시집을 왔으니 대학 졸업하고 여행 갈 시간이 있었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며느리에게 제주도 여행을 가고 싶은지 물어보니 생각해 볼 여유도 없이 가고 싶단다. 바로 날짜를 정하고 직장에서 휴가 신청과 동시에 여행준비를 시작했다.

 여행은 계획하는 순간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다음날 며느리가 직장에서 휴가가 가능하다는 톡이 왔다. 톡을 확인하고 어제저녁먹어가며 상의한 일정에 따라 우선 항공권과 랜트카를 예약했다. 그리고 아들에게는 이번 여행에 가고 싶은 곳을 찾아보고 정리하라고 임무를 부여해 줬다. 하지만 아들 또한 제주도 여행을 많이 못하였으니 자세하게 알 수 없어 인터넷을 통한 검색으로 몇 곳을 정리해서 보내왔다. 나는 그 자료를 바탕으로 날짜와 시간별 동선을 계획하고 숙소와 먹거리를 찾아가며 숙소까지 예약을 마쳤다.

 나는 제주도를 자주 다녔다.

 그런데 이번 아들 며느리와의 첫 여행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 고민이 많다. 내 마음으로는 여행도 많이 다니지 못하고 시집온 며느리를 위해 이제부터 내가 챙겨줘야 한다는 생각이다. 젊은 나이에 하고 싶은 일이 얼마나 많은데 그걸 포기하고 낯선 곳으로 시집을 온다는 결심을 하기까지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을 것이다. 이제 우리 식구가 되었으니 여행이 아니더라도 일상의 모든 일에 있어서 그 책임 또한 한 집안의 가장이며 어른인 내게 있다는 생각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둘째네 내외가 한 동네에서 산다.

 그래서 맛난 음식이나 좋은 일이 일을 때 함께할 수 있어서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 무엇 하나라도 더 먹이고 싶고 더 해주고 싶은 부모의 마음은 누구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리고 아내는 수시로 아이들 밑반찬을 이것저것 만들어 보낸다. 물론 나도 가끔씩 반찬 하는데 함께하고 맛있는 식당에 갈 일이 생기면 시간이 되는지 물어봐서 함께하려고 한다. 가족은 무엇을 나누어도 아깝지 않고 특히 맛있는 음식은 가족과 함께 먹어야 더 맛있다는 생각이다. 도시에 사는 큰아들에게는 미안하지만 가까이 사는 둘째 아들에게 신경이 많이 쓰이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예로부터 멀리 있는 친척보다 가까운 이웃이 좋다는 말이 있다.

 가까이에서 자주 보는 사람에게 정이 많이 들고 친분이 두터워지는 것이다. 하물며 아들 내외가 가까이에 있으니 부모로서 항상 신경을 써주고 잘 살 수 있도록 지원해 주는 일은 당연한 것이라 생각한다. 그렇다고 아들 내외의 일상이나 사생활에 부담되지 않도록 강요하는 일은 없다. 어떻게 생각하면 오히려 내가 더 부담스러운 경우도 있다.

 이번 여행에 아들 내외가 들떠 있다.

 우리 내외는 최대한 아들 내외의 의견에 따라서 준비하고 움직일 예정이다. 2박 3일의 일정은 내가 계획했지만 젊은 감각이나 취향에 따라 항상 변경할 준비가 되어있다. 며느리가 너무 어린 나이에 시집을 왔지만 후회하지 않고 잘했다는 생각이 들 수 있도록 우리 아내와 많이 노력하고 있는 중이다.

 물론 우리 내외도 여행이 많이 기다려지고 기분이 들떠있긴 마찬가지다.

작가의 이전글 어버이날 아버지의 자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