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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언서 May 14. 2024

어버이날 아버지의 자리

아버지 그리고 아이들 가족

 어버이날이 다가왔다.

 주말에 인천에 사는 아들 내외가 내려온다는 연락이 왔다. 밥이라도 한 끼 함께 먹으려면 가까이에 사는 둘째 아들 내외도 시간을 맞추어야 한다. 멀리 떨어져 살지 않아도 온 가족이 함께 만나서 밥 한 끼 먹으려면 며칠 전부터 날짜를 상의해야 한다. 서로가 하는 일이 다르다 보니 그렇게 해도 1년에 몇 번 만나지 못한다. 그리고 먹고사는 일이 우선이다 보니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예전에는 어머니날이었다.

 사전을 찾아보면 우리나라 어머니날은 1956년 5월 8일 지정되었는데, 1972년부터 어버이날로 바뀌었다고 한다. 어머니뿐만 아니라 아버지를 포함한 어른, 노인을 공경하고자 하는 취지로 확대 ․ 제정되었다고 한다. 또한 오래전부터 어버이날을 공휴일로 추가 지정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국회에서 있었지만 아직까지 사회적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다 보니 어버이날을 전․후로 주말에는 유명한 식당을 예약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우리 가족도 주말에 함께 저녁을 먹었다.

 오랜만에 모두 모여서 영화도 보고 인천에 사는 아들 내외 때문에 예산시장도 한 바퀴 구경하고 예약한 식당으로 갔다. 메뉴는 두 아들 내외의 공통적인 의견을 반영해 삼겹살로 정했다. 나름 예산의 맛집으로 유명한 삼겹살 집이다. 삼겹살을 주문하면 함께 나오는 반찬이 다양하기도 하지만 덤으로 주는 반찬이나 돼지 껍질이 맛있어서 며느리들이 더 좋아하는 식당이다. 

 우리 가족은 항상 술이 없으면 서운하다.

 좋은 음식과 안주에 술이 없으면 먹는 맛도 없지만 허전한 기분이다. 그렇다고 억지로 술을 권하지는 않지만 웬만하면 함께 잔을 나누며 즐겁고 행복한 시간을 위해 동참하는 것을 바란다. 술을 먹을 때는 작은 아들 보다 큰아들이 더 적극적으로 맞춰준다. 나는 옛날부터 부자지간에 술 한 잔씩 먹을 수 있는 자리를 좋아했다. 예전에 명절에 식구들이 모이면 두부와 전을 부쳐가며 아버지랑 삼 형제가 앉아서 술 먹다. 내가 몇 살 때부터 그런 술자리가 만들어졌는지 모르지만 아마 군대를 제대하고부터 아닌가 싶다. 

 이제 세월이 흘러 내가 아버지의 자리에 앉아 있다.

 물론 세상이 많이 변해 몇 대가 함께 사는 가구는 드물다. 그래도 나는 아들 내외와 함께 하는 자리를 가끔씩 만들려고 노력한다. 우리 가족은 나를 기준으로 하면 아내가 생겼고 아이들이 태어났다. 그리고 그 아들들이 장성해서 여의살이를 시켰으니 며느리가 생겼다. 

 그래서 우리 가족은 여섯이 되었다.

 물론 작고하신 아버지를 기준으로 우리 삼 형제 직계만 모두 모이면 더 많겠지만 다들 바쁘게 살다 보니 그런 날이 있을지 모르겠다. 그래도 부모님 두 분 다 작고하신 이후로 가끔씩 형님과 동생이 함께 모여서 술을 먹는 자리를 마련한다. 멀리에서 사는 형님이 올라온다고 하면 시골집에서 삼 형제가 모여 밤늦도록 한 잔을 나누며 시간을 보낸다. 지금도 아버지의 마지막 말씀이 “형제간에 우의 있게 지내라”는 당부가 생생하다. 운명하시기 직전 낮으막한 목소리지만 또렷하게 들렸고 나는 걱정하지 마시라고 대답을 해드렸다.

 가족은 멀리 살아도 함께하는 것이다.

 나는 평상시 아이들에게 가족은 멀리 있어도 항상 함께한다는 생각으로 살아야 한다고 가르쳤다. 그래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객지에서 대학 생활과 군대 생활을 할 때에도 우리 가족은 함께 한다는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큰아들이 전방에서 군복무 할 때 가족의 의미를 느낄 수 있는 내용으로 편지를 자주 보냈었다. 최전방에서 고생하는 아들을 위해 부모가 해 줄 수 있는 일은 오롯이 편지뿐이었다. 물론 둘째 아들도 군대는 갔다 왔지만 경북지역 후방에서 복무를 마쳤다.

 비록 삼겹살이지만 가족이 함께 먹으니 행복하다.

 가족은 떨어져 있어도 함께 한다는 마음이지만 그래도 모여서 마주하고 함께 먹으니 좋다. 예전에 이런 방송 광고가 떠올랐다. 만나면 좋은 친구~~~ 만나면 좋은 가족, 자주 만나면 더 좋은 가족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모두 모일 수 있는 날이 언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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