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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언서 May 09. 2024

농사의 계절이 시작되었다.

농부 농사

 어김없이 농사의 계절이 돌아왔다.

 날씨는 봄인지 여름인지 분간이 안 될 정도로 무덥다.

 논두렁 밭고랑에는 무릎높이까지 자란 풀들이 자기들 세상인 것처럼 온통 초록으로 물들려 놨다. 엊그제는 밭에 퇴비를 내고 며칠 지나고 보니 그사이 냉이가 하얗게 꽃을 피우고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번에 밭에 뿌린 퇴비 냄새가 어느 정도 날아간 것 같아 며칠 지나고 나서 고추 심을 곳에 비료를 뿌리고 트랙터로 갈아 놨다. 농사는 매년 반복하는 일이지만 그때그때 기온이나 날씨에 변화가 잦아 나는 늘 걱정 많은 초보 농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올해에도 고추는 300여 포기를 심었다.

 지난주까지 마늘 싹이 좋아 보였는데 며칠 사이로 잎이 노랗게 변했다. 동네 다른 마늘밭을 살펴봐도 잎끝이 노랗게 보이기는 하지만 내 마늘이 더 그런 것 같아 걱정이다. 일단 영양이 부족한 것 같아서 비료를 주고 살충제도 뿌렸는데 괜찮을지 모르겠다. 추이를 지켜보았다가 더 심해지게 되면 농약방에 가서 물어보고 해결해야 한다. 마늘은 4 ~ 5월경에 잘 관리해야 되는데 잘못했다가 수확을 망칠 수 있어 수시로 챙겨봐야 한다. 특히 뿌리가 썩는 병에 걸리면 피해가 커서 신경이 많이 쓰인다.

 물론 농사가 주업은 아니다.

 그렇다고 농사를 대충 지을 수도 없지만 날씨에 영향을 많이 받는 일이라서 상황에 따라 대처하는 방법 또한 다양하고 분분하다. 그래도 요즘에는 농사나 병해충 정보를 물어볼 수 있는 곳이 많고 처방하는 농약의 약효도 좋아져서 정확하게 방제를 하면 피해를 많이 줄일 수 있다. 그리고 농협에서도 조합원들에게 농사의 기술지도 등 기초적인 정보를 공유할 수 있도록 다양하게 제공하고 있어 농사짓는 일이 많이 편해졌다.

 농사도 매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일반 직장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주중에는 매일 출근을 해야 하지만 농사는 비가 많이 내리거니 바람이 세차게 불면 일을 하지 못한다. 특히 밭을 갈아야 할 때 비가 많이 내리면 흙이 질퍽거려 작업이 불가하다. 그래서 발전한 농업이 바로 시설 하우스 농업이다. 시설 하우스 농업은 풍수와 관계없이 하우스 내부에 관수시설을 설치하고 적절한 온도 조절을 위한 장치가 되어 있어 사계절 농사가 가능하다. 또한 경제적으로 유리한 작물을 선택적으로 바꿔가며 재배하고 수요와 공급만 적절하게 맞아떨어지면 고수익을 올릴 수 있다.

 나는 선택적 농부다.

 농사가 전업이 아니다 보니 매년 심는 작물도 변하지 않고 수확량도 들쭉날쭉하다. 그리고 해마다 심는 작물이 정해져 있다. 봄에 고추를 심고 나서 6월 말 경에 들깨를 심는다. 이미 밭에는 지난 초겨울에 심은 마늘하고 쪽파, 양파가 잘 자라고 있다. 쪽파는 이제 뽑아서 파김치를 담아야 하고 마늘은 8월경에 일부 수확하고 9월경에 늦은 마늘과 양파를 수확할 예정이다. 또한 야채 종류로 오이, 상추, 아욱, 가지, 시금치, 부추 등은 밭 한쪽에 심어서 잘 자라면 나누어 먹기도 한다. 작년에는 참외가 아주 많이 열었는데 올해는 어떨지 모르겠다. 토마토는 관리하기가 어려워 걱정이다. 열매 보다 곁가지가 너무 많이 나와 순을 따주지 못하면 너무 커서 가지가 꺾어지고 만다.

 그렇게 여름이 지나갈 무렵이면 김장 준비를 해야 한다.

 가을이 시작되면 김장 무와 배추 심을 데를 비워 놔야 한다. 김장 양념으로 쓰는 대파와 갓도 심고 총각무도 심는다. 김장용 재료를 수확하고 나면 또다시 밭에 퇴비를 내고 갈아서 마늘과 양파 그리고 쪽파 등을 심으면 한 해 농사가 마무리되는 것이다. 비록 소농이지만 몸이 어려운 것은 마찬가지다. 그래도 몸을 부지런하게 움직인 결과가 만들어낸 양념이나 야채는 이 정도면 충분하다.

 밭농사와 달리 논농사는 간단하다.

 논은 벼를 심고 수확하면 되는 농사다. 논에 물을 대고 갈고 심고 나서 물관리만 잘하면 된다. 또한 논농사는 인력 보다 기계로 모든 일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훨씬 편하다. 거기다 논을 갈고 벼를 심고 수확하는 일은 내가 직접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 농기계가 있는 사람에게 위탁해서 하기 때문에 수월하다. 그리고 수확한 벼는 바로 방앗간에 실어다 주면 끝이다. 이후 방앗간과 협의하여 팔던지 아니면 보관해 두고 필요할 때 방아를 찌어서 먹으면 된다. 

 벌써 5월 중순이다.

 이번 주말에는 옥수수 모종을 구입해서 심고 5월 말 이전에 모내기를 하면 심는 일이 끝나고 관리하는 일만 남는다. 밭작물은 수시로 풀을 매고 적기에 소독하고 논에는 물관리를 잘해야 수확이 좋다. 요즘은 일을 마치고 풋마늘을 뽑아서 막걸리 안주로 먹으면 그 맛이 일품이다. 딱 이맘때만 먹을 수 있는 풋마늘은 꽉 차게 여물기 전이라 너무 맵지도 않아 한 번 먹어 본 사람은 그 맛을 잊지 못한다.

 오늘도 퇴근길에 밭에 가서 풋마늘 몇 개만 뽑아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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