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결혼식 여행 아닌 여행
아침부터 분주하다.
오랜만에 타는 기차 시간에 늦지 않으려고 부지런을 떤다.
이번 서울 나들이는 아내도 함께 가려고 계획을 했는데 여러 가지 불편할 것으로 생각하는 아내는 가기 싫은 눈치다. 그래도 나는 서울 등 외지에 볼일이 있어 갈 때는 아내와 함께 가고 싶은 마음이다. 여행이 목적은 아니지만 오랜만에 가는 곳이면 가는 길에 여행이라 생각하고 그렇게라도 함께 다니면 좋을 것 같은 생각이다. 이번에 서울을 가는 목적은 고향 친구가 아들을 여의살이 시키는 날이라서 축하하는 자리다. 그리고 친구의 경사스러운 날에 부부가 함께 참석해서 축하해 주면 의미도 더하고 마땅한 도리가 아닌가 싶다. 물론 요즘에는 결혼식 식사 비용도 만만치 않지만 고향 친구들 모임도 있고 해서 부부가 함께 참석할 것을 사전에 공지했던 터라 나부터 솔선수범하는 마음으로 동행했다.
서울에 도착해 보니 역시 나만 부부동반했다.
그런 상황에 아내는 내심 부담스러운 표정이다.
서울은 결혼식 식사 비용도 비싼데 괜히 따라왔다는 미안함과 오랜만에 보는 익숙하지 않은 얼굴을 마주하려니 많이 어색한 모양이다. 그래서 나는 아내의 미안함을 덜어주기 위해 친구들에게 한 마디 했다. 이제 나이을 먹어가며 아내들도 이런 자리에 함께 해서 얼굴도 익히고 하는 자리를 마련해야 할 때가 되었으니 다음부터는 꼭 함께 참석하라고 말이다.
그 자리에는 여자 동창도 두 명이나 함께 했다.
이제 환갑이 넘은 나이에 고향 친구들을 만날 일은 많이 없다. 그래도 만날 기회가 있다면 애경사뿐이다. 한창나이 때는 먹고살기 바빠서 만나기 어려웠다지만 어찌 된 일인지 환갑이 넘은 나이에도 만나기 어려운 것은 마찬가지다. 나이를 먹어가며 좀 편안해지고 여유롭게 살아야 하는데 그 또한 마음처럼 녹녹한 일이 아니다. 하루에도 여러 가지 일이 생기고 해결해야 할 일이 있다 보면 어쩔 수 없다. 다만 그간의 경험에 의한 슬기로움이 있어 바쁘지만 틈틈이 나름의 여유를 찾아갈 뿐이다.
엊그제 서울 나들이는 미리 예약해서 편하게 다녀왔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은 대중교통망이 촘촘하게 연결되어 굳이 자가용이 아니어도 정해진 시간에 도착할 수 있어 좋다.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나는 수도권으로 갈 때는 자가용을 두고 기차나 버스를 이용한다. 미리 어떻게 가야 할지 인터넷을 통한 검색과 대중교통 이용 방법을 찾아서 예약을 한다. 특히 수도권에 갈 때는 목적지에 기차와 지하철이 연결되는지 아니면 고속이나 직행 버스가 있는지 확인을 해야 한다. 물론 가족이나 여러 사람이 함께 움직 일 때에는 예외적으로 자가용을 이용해야 하지만 웬만하면 도로 정체나 주차장 걱정이 없는 대중교통이 좋다.
하지만 서울 등 수도권 대중교통에 익숙해지려면 어렵다.
모든 예약과 비용 결제가 핸드폰이나 카드 등 전자기기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어르신들은 불편하고 어려운 점이 많다. 인터넷을 통한 예약이나 변경 또는 취소에 따른 절차가 복잡해서 쉽지 않다. 그리고 지하철 환승 또한 쉬운 일이 아니다. 모든 역에 안내판이 알아보기 쉽고 편리하게 설치되어 있다고 하지만 가끔 이용하는 사람은 어려울 수밖에 없다. 젊은 사람과 동행하지 않으면 목적지에 가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편리함 속에 일부의 불편한 사람이 존재하지만 어쩔 수 없이 감수해야 한다는 말이다. 더구나 어르신들은 노안으로 시력이 떨어져 스마트 시스템 이용에 취약하기 때문에 불편함이 더하다. 또한 도시에서는 차나 커피 한 잔을 먹고 싶어도 영어로 된 메뉴판이나 현금을 받지 않는 매장도 있어 여러 가지로 어렵다.
그렇다고 도시에 가지 않을 수도 없다.
젊은 사람들은 누구나 도시로 나가고 싶어 하고 결혼식은 크고 화려한 장소를 선호한다. 아무래도 화려한 조명이나 시설면에서 젊은 사람들 취향에 맞게 운영하기 때문에 호기심이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 일생에 처음 하는 결혼식인데 좀 더 화려하고 아름답게 하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마찬가지다. 또한 요즘 MZ세대의 결혼식은 날짜와 장소 등 모든 일정을 본인들이 알아서 선택하고 결정한다. 그러다 보니 친구들 자녀 결혼식 때문에 수도권에 갈 일이 자주 생긴다. 그럴 때에는 대중교통이지만 오순도순 대화를 나누며 차창밖 풍경도 볼 수 있어 둘 만의 오붓한 여행이 되는 것이다. 물론 아내의 마음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그날 맛있는(나는 처음 먹어보는 아내도 맛있다고 하는) 커피를 먹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