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 나들이 여행
봄은 나들이를 하는 계절이다.
봄나들이는 각 동네마다 농사일이 시작되기 전에 꽃구경도 하고 맛난 음식도 먹으며 한겨울 움츠려 있던 몸과 마음을 새롭게 하기 위해 단체로 관광을 다녀오는 것이다. 어찌 보면 나들이를 다녀오고 나면 한동안 오롯이 일을 해야 하니 그에 따른 보상이 봄나들이가 아닐까 싶다. 아마도 4월 말 이전에 대부분의 동네에서 나들이를 다녀온다.
나들이철 봄이 되면 벚꽃을 주제로 하는 각종 행사나 축제도 다양하다.
인터넷 검색창에 “벚꽃축제 일정”이라고 검색을 하면 명칭만 다를 뿐 전국 유명한 벚꽃축제가 6 ~ 10개 정도 검색이 된다. 우리 예산군에서도 윤봉길마라톤대회를 벚꽃이 피는 4월에 개최한다. 또한 윤봉길마라톤대회에 이어 예당저수지전국낚시대회도 열린다. 전국의 강태공들이 한 자리에 모여 예당저수지에 낚싯대를 담그고 무심한 듯하면서도 미세하게 움직이는 찌에 집중을 한다. 아마 강태공들에게는 이 또한 봄나들이가 아닐까 싶다. 이번 윤봉길마라톤대회는 총 5500여 명이 참가하는 명실상부한 충청권의 대표 마라톤대회로 자리 잡았다.
봄나들이는 아름다운 꽃구경이다.
봄에 피는 꽃은 혹한의 추위를 견디고 꽃망울을 터트리는 자연의 신비로움과 초록의 잎이 피기 전에 꽃이 먼저 피어 아름다움이 더해지는 것이다. 잎과 꽃이 함께 있는 여름이나 가을꽃과 달리 대부분의 봄꽃은 잎이 나오기 전 꽃을 먼저 핀다. 또한 봄 꽃은 앙상한 가지에 작고 아기자기하고 노란색이나 분홍색 하얀색 등 온화하고 다양한 색깔이 더해지니 아름다울 수밖에 없다.
이런 봄꽃이 지고 나면 농번기가 시작된다.
지금 논이나 밭두렁에는 온통 풀밭이 되어버렸다. 농작물과 달리 풀은 밭을 갈지 않아도 거름을 주지 않아도 스스로 쑥쑥 자란다. 오죽했으면 농부는 풀을 이길 수 없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생존능력이 탁월하다. 한여름 가뭄이나 장마철 등 열악한 조건이 되면 농작물은 죽어도 풀은 생존하는 것을 보면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그러니 수년 동안 물에 잠겨 있던 땅이 가뭄으로 바닥을 드러내면 풀이 자라기 시작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래서 자연은 위대하다고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이맘때가 되면 부지런한 농부의 밭에는 벌써 작물이 심어져 있다.
노란 꽃이 핀 무의 채종이고, 채종은 좋은 종자를 만들어 내는 농업이다. 3월 말이나 4월 초경에 밭고랑을 내고 비닐을 씌워 무 종자를 심고 키워 씨앗을 수확하는 것으로 단가가 높고 판로 걱정이 없다고 한다. 그리고 6월 하순경에 수확하는 흔히 말하는 이모작 작물이며 수확 후에는 들깨 등 다른 작물을 심는다. 어찌 보면 틈새를 활용하는 경제적인 작물인 것이다.
며칠 전에 우리 동네에도 봄나들이를 갔다.
나는 하는 일이 있어 참여는 못했지만 이른 아침에 출발하는데 인사를 드리러 갔다. 어르신들이 앉아서 반갑게 맞이해 준다. 연세가 많으신 분은 아버지랑 어머니와 함께 나들이를 가시던 분들이다. 혹여 내가 나들이에 참여를 했다면 그분들과 함께하는 자리가 부담스럽기도 했을 것이다. 아버지나 어머니가 있어야 할 자리에 그 아들인 내가 함께 한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부담스럽지 않을 수가 없다. 물론 봄나들이에 함께 참여해서 어르신들을 챙겨드려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서 항상 죄송한 마음이다. 그래도 해마다 동네에서 봄을 맞아하며 어르신들에게 관광(여행)을 할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하는 일은 참으로 잘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가족이라도 해마다 부모님을 모시고 여행 다니기는 어렵다.
세상이 살기 좋아지니 해마다 꽃구경이지만 편안하게 모시고 다닐 수 있어 좋다. 또한 자식들에게 손 벌리지 않고 스스로 농사를 지어가며 건강하게 여행을 다닐 수 있으니 좋은 것이다. 끝으로 동네 어르신들께 바라는 것이 있다. 올 해에도 잘 다녀오셨으니 내년에도 함께할 수 있도록 건강하시길 바라는 마음이다.
나는 이렇게 어우렁더우렁 함께하는 동네에서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