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래 냉이 씀바귀
봄은 만물이 소생하는 계절이다.
땅에 기운을 먹고 자란 싹이 가지가 되고 잎이 되고 꽃이 되기도 한다. 봄에 피는 싹은 예전부터 나물로 많이 먹었다. 나물은 땅에서 자라는 것과 나무에서 자라는 것 두 종류가 있다. 그중 땅에서 나는 것은 달래, 냉이, 쑥, 민들레, 고들빼기, 머위 등이 있고, 나무에서 나는 것은 햇잎(화살나무) 순, 두릅순, 다래순, 오갈피, 옻나무, 참죽나무 등 많이 있다.
땅이 먼저다.
봄에 나오는 싹은 땅에서 나는 것들이 먼저 나오고 나무는 그 이후에 싹이 올라오기 시작한다. 그래서 2월 말부터 3월까지는 땅에서 나는 나물을 먹을 수 있고 4월부터는 나무에서 나는 나물이 먹을 수 있는 시기다. 예전에는 봄이 되면 동네 아낙들이 바구니와 호미를 들고 논두렁이나 밭뚝을 다녀가며 나물을 뜯었다. 하지만 요즘에는 나물도 다량으로 재배하여 공급되기 때문에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편리해서 좋겠지만 맛이나 향은 자연에서 자란 것보다 조금 떨어진다.
달래와 냉이는 그 향이 아주 좋다.
달래와 냉이는 뿌리식물로서 주로 양지바른 쪽에서 서식하는 나물이다. 달래는 간장을 만들어 마른김을 싸서 먹기도 하고 된장찌개를 끓여 먹기도 한다. 특히 뜨거운 밥을 달래간장에 비벼 마른김에 싸서 먹으면 정말 맛있다. 거기에 냉이된장찌개를 곁들이면 그야말로 금상첨화의 맛있는 한 끼가 되는 것이다.
사계절 중 봄이 가장 어려운 시기였었다.
가을에 수확해서 겨우내 먹기만 했으니 봄이 되면 먹을 것이 부족하던 시절도 있었다. 그나마 봄에 자라는 나물이 있어 다행이지만 오죽했으면 보릿고개라는 말이 나왔을까? 하긴 이런 얘기를 하면 쉰세대라 하겠지만 그래도 나는 봄만 되면 그 맛을 잊지 못해 호미를 들고 나물 캐러 다닌다.
아쉽다.
자연적인 것보다 인위적인 것이 넘처나는 세상이 돼버렸다. 봄나물은 그저 학교에서나 배워 식물의 한 종류라고 알고 있는 현실이 아쉽다. 자연이 주는 선물 같은 봄나물 맛을 알지 못한다고 생각하니 더욱 그렇다. 아쉽지만 마트에서 판매되는 달래나 냉이가 향기는 조금 떨어질지언정 봄을 느끼기에는 그런대로 괜찮다.
나는 그 맛이 잊히지 않는다.
물론 도시에 사를 사람이 나물 한 줌 캐서 먹자고 일부러 농촌에 온다는 것이 경제적으로 따지면 어렵다. 다만 고향이 그립고 어머니가 해주던 봄나물 맛이 생각난다면 한 번쯤 시간을 내어 고향을 다녀가는 것도 삶에 활력소가 되기에는 충분하다.
봄이 아니면 맛볼 수 없고 잊히지 않는 그 맛을 위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