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 농사도 농사꾼일까?
나는 농사꾼도 아니고 그렇다고 텃밭 농사도 아니다.
텃밭 농사라고 하기에는 조금 넘치고 농업을 주업으로 이윤을 창출하기에는 조금 부족한 어정쩡한 농사를 짓는 직장인이다. 부모님이 생전에 계실 때 하시던 텃밭을 그대로 방치하면 풀이 산이 되어 어쩔 수 없이 농사를 지어야 하는 실정이다. 작은 논도 있고 밭도 있고 시골집 옆에 텃밭도 있어서 밭에는 양념류를 심어 먹기도 하지만 논은 모내기부터 수확할 때까지 다른 사람의 손을 빌려야만 농사를 지을 수 있다.
음력 2월 초하루가 지나고 경칩도 지났다.
엊그제까지는 한낮 기온이 13도까지 올라갔다 갑자기 비가 오더니 눈으로 바뀌면서 조금 쌀쌀하다. 물론 한 겨울 날씨는 아니라서 괜찮지만 오락가락하는 꽃샘추위에 농작물은 많은 영향을 받는다. 예전부터 농촌에서는 2월 초하루가 지나면 본격적으로 일이 시작되는 시기라 여기며 살았다. 양지바른 밭에 작년 농사로 생긴 부산물과 마늘밭을 덮었던 검불을 걷어내고 봄감자를 심으려면 밭을 갈고 비닐을 씌워야 한다.
감자는 이른 봄에 심어 하지를 전후해 수확하는 작물이다.
그래서 하지 감자라고도 한다. 감자 농사에서 성패를 좌우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꽃샘추위다. 너무 일찍 심으면 싹이 나오다가 추워서 얼어 죽을 수 있기 때문에 시기를 잘 맞춰야 한다. 그렇다고 무작정 늦게 심으면 수확 시기가 늦어져 다음 작물 파종 시기를 놓치기 때문에 시기를 맞추기가 어렵다. 그래서 농사는 하늘이 주는 대로 받아야 하는 것이라 하나 보다.
봄이 왔다는 것을 풀이 먼저 알고 있다.
밭 모퉁이에는 일찌감치 봄까치 꽃이 하나 둘 보이기 시작하고 작년에 심어 놓은 대파와 쪽파는 매서운 추위를 견뎌내고 새파란 잎이 올라온다. 냉이도 덩달아 하얀 꽃을 보이며 봄이 왔음을 알려준다.
이제 풀과의 전쟁이 시작되었다.
풀은 겨울 혹한의 추위에도 끄떡없다. 그러다 날씨가 풀리기 시작하면 온 밭이 금세 풀로 뒤덮이고 만다. 그래서 농부가 가장 싫어하고 무서워하는 것이 바로 풀이다. 풀이 지겹다는 것을 귀농이나 귀촌하는 사람들은 쉽게 이해할 수 없겠지만 몇 해만 살다 보면 알 수 있다. 물론 농업과학이 발달하여 제초제가 다양하게 개발되고 있지만 농부는 제초제만 의지하고 농사를 지를 수 없는 일이다.
그렇지만 나는 과학영농에 적극적이다.
여기서 말하는 과학영농이란 이윤을 창출하는 농사가 아니라 어쩔 수 없이 제초제를 의지해서 농사를 지을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제부터 빈 밭에 거름을 뿌리고 뒤집어 놔야 흙이 숨을 쉬고 농사준비가 되는 것이다. 그다음에는 일찌감치 제초제를 뿌려 놔야 초기에 풀을 잡을 수 있다. 또한 풀이 더 자라서 꽃이 피지 전에 갈아엎고 제초제를 뿌려야 그나마 조금이라도 수월하다.
나는 사이비 농사꾼이다.
공직에서 퇴직을 하고 바로 다른 직장에 취업을 해서 주말이나 공휴일을 활용해 농사를 짓다 보니 땅을 놀릴 수 없고 무조건 농작물을 심어야 하는 처지에 놓여 있다. 그러다 보니 손이 많이 가는 농작물 보다 되도록이면 손이 덜 가는 농작물을 심어야 한다. 그나마 손이 많이 가도 어쩔 수 없이 심는 작물은 고추와 마늘 그리고 김장용 배추와 무, 대파뿐이다. 그리고 남는 밭은 들깨만 주야장천 심고 만다. 들깨는 고라니의 피해가 없을 뿐만 아니라 초기에 제초제만 적기에 잘 활용하면 풀보다 성장이 빠르고 밭에 거름을 많이 할 필요도 없는 작물이라 좋다. 또한 잎은 깻잎으로 열매는 들기름을 짤 수 있어 일거양득의 작물이라 내가 가장 선호하는 작물 중에 하나다.
이번 주말에는 수원에 혼인집이 있어서 다녀와야 한다.
주간 날씨를 보니 일요일에 비소식은 없어 밭을 갈아 놓으려면 겨우내 시동 한 번 걸지 않고 방치했던 농기계를 점검해야겠다
올애도 작지만 알차게 풍년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