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신 살아주지 않는 거리
29세에 엄마가 되었다. 육아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채 세 아이를 키우며, 사춘기를 넘어 입시를 마무리하기까지의 긴 터널을 건너오는 동안, 아이들 뿐 아니라 나 또한 부쩍 성장한 느낌이 든다. 입시라는 치열한 경쟁 속에서 대신 뛰어주고 싶었던 순간이 수없이 많았지만, 결국 시험지 앞에 앉는 사람은 아이였고, 선택에 책임을 지는 것도 아이 자신이었다. 부모가 할 수 있는 일은 생각보다 단순했다. 잘 헤쳐나갈 수 있도록 뒤에서 받쳐주고, 돌아올 자리를 빈자리로 남겨두고, 조급함을 감추며 기다리는 일. "가까이 있지만 대신 살아주지는 않는 거리". 그 거리를 배우는 데 생각보다 오래 걸렸다.
돌아보면 나는 늘 허들이 있는 삶을 선택해왔다. 대학 시절 통기타 동아리를 하며 시험공부를 했던 이유도, 세 아이를 키우면서 쉬지않고 일을 하며 치열한 일상을 버텨냈던 이유도, 재활의학과라는 제일 힘들어 보이는 과를 선택했던 있었던 이유도 같았다. 힘든 상황 속에서 내가 스스로를 시험하고, 그 순간을 헤쳐나가는 과정에서 얻는 성취감이 참 좋았다. 허들을 넘는 순간마다 조금씩 성장하는 느낌, 그런 느낌이 좋았던 것 같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살아가는 일이 허들을 없애는 일이 아니라, 허들을 넘을 수 있는 자신을 길러내는 일이라는 것은 한참의 시간이 지난 후에서야 겨우 알게 되었다. 허들을 선택했던 그 순간들이 마치 예방접종처럼 훗날 마주한 더 큰 허들들을 견디게 해주었다는 것을.
"누구의 인생에도 허들은 있다. 중요한 건 넘어지지 않는 삶이 아니라,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사람이 되는 일이다"
이제, 막내의 수능이 끝났고 고등학교 졸업을 앞두고 있다. 아직 입시가 완전히 다 끝난것도 아니고 길이 뚜렷하게 보이는 것도 아니지만, 조급함은 내려놓고 믿음을 앞세우기로 했다. 육아 과정에서 마주했던 수많은 불안과 걱정을 무색하게 만들 만큼, 앞선 두 아이가 결국 각자의 속도로 제 자리를 찾아갔던 것처럼, 이 아이도 스스로의 보폭으로 걸어가리라는 믿음.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건 대신 이겨주는 게 아니라, 넘어지더라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사람으로 자라도록 옆에 서주는 일이다". 서두르지 않고 기다리는일, 허들을 치워주지 않고, 대신 뛰어주지도 않으면서, 필요할 때 손을 내밀 수 있는 거리에서 있는 것. 결국 아이는 자기 길로 갈 것이다. 그리고 나는 늘 그 길의 뒤에 남아 있을 것이다. 언제든 뒤돌아보면 보일 만큼 너무 멀지도, 너무 가깝지도 않은 자리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