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우 모닝

불안함을 내려놓는 삶

by 불멍

한때 ‘미라클 모닝’이 큰 인기를 끌었다. 남들보다 먼저 일어나 하루를 선점하고, 새벽 시간을 알차게 보내자는 방식이었다. 그 시간을 차곡차곡 쌓으면 인생이 달라질 것처럼 이야기되던 분위기 속에서, 어떤 사람들은 동기부여를 받았지만, 오히려 심리적 압박을 느끼는 사람들도 있었다. 몸은 아직 밤의 속도에 머물러 있는데, 마음만 새벽처럼 앞서 달려버린 이들. 잠시 쉬고 싶어도 뒤처질까 봐 불안한 마음. 병원을 찾을 정도로 몸이 아픈 이들 중, 알고 보면 불면이나 만성적인 불안이 근본 원인인 경우도 적지 않다. 몸은 지쳐 있는데, 머릿속은 멈추지 못한 채 계속 달리고 있는 것이다.

한의학에서는 아침을 양기(陽氣)가 서서히 깨어나는 시간으로 본다. 몸이 하루를 시작하는 문을 여는 시점이다. 무언가를 이뤄내야 한다는 압박보다는, 천천히 몸의 기운이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시간이 필요하다. 의지가 몸보다 앞서 달리기 시작하면 자율신경계가 긴장을 알리는 경보를 울린다. 그 긴장이 계속되면 밤이 와도 에너지가 가라앉지 못하고, 불면과 불안이 되풀이된다. 그런 의미에서 요즘 ‘슬로우 모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은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침은 경쟁의 속도를 따라가는 시간이 아니라, 내 몸의 상태에 맞춰 하루를 시작하는 시간이다.

한의학의 『상고천진론(上古天眞論)』에서는 양생(養生)의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건강하게 잘 살아가는 사람들은 자연의 흐름을 거스르지 않는다. 해가 짧은 겨울에는 늦게 일어나고 일찍 자서, 안으로 기운을 모아야 한다고 설명한다. 겨울의 양생은 성취보다 보존을 말한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양생은 계절에 맞춘 생활이지만, 이런 원칙은 삶 전체에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지 않을까. 달릴 때가 있다면 멈춰야 할 때도 있다. 봄과 여름에 바깥으로 퍼져나가던 에너지가 가을과 겨울에는 안으로 모여드는 것처럼, 우리의 삶도 결국 확장과 수축 속에서 이어지는 것이 아닐까.

장자는 “바람은 스스로 불다가 멈춘다. 멈출 때를 거스르면 소리가 어지럽다”고 했다. 속도와 시간의 균형이 무너지면, 인생의 소리는 결국 소음이 된다. 멈춤은 단순한 쉼이 아니라 전환이고, 보존은 후퇴가 아니라 다음 성장을 위한 준비다. 겨울을 잘 지내야 봄이 오듯, 쉼은 끝이 아니라 다시 시작하기 위한 문턱이다.

기적 같은 새벽, 꼭 ‘미라클 모닝’이 아니어도 괜찮다. 내 몸이 그 시간에 맞는다면 해도 좋지만, 그렇지 않다면 느긋한 아침도 충분히 의미 있다. ‘슬로우 모닝’은 게으름의 다른 이름이 아니라, 겨울의 양생처럼 천천히 시작하기 위한 의식적인 속도 조절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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