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강의 미학
계절에 색깔이 있다면 가을은 빨강일 거다.
여름은 푸른색, 겨울은 하얀색일 터.
계절이 음악이라면 봄은 동요일 거다.
여름은 트로트, 가을은 발라드
겨울은 클래식이 아닐까.
계절에 세대가 있다면
봄은
이제 막 걸음을 시작하는 손주들쯤일 거다.
북나무가 붉다.
엄마가 보고 싶어 울던 그때도
북나무 잎 붉어지던 계절이었는데
그때 나는
눈이 빨갛도록 울었어도
파란 소년이었는데
열네 살
독립문 근처 대영식품 점원이었던 소년,
해가 뉘엿뉘엿 지는 시간이면 눈물이 났다.
전봇대 뒤로 숨어 울고 나왔는데
"언니, 언니, 배호가 죽었데"
"어머 어떡하니 어떡해"
그날 누나들은 배호가 죽어서 눈이 빨갰고
그날 나는 엄마가 보고 싶어 눈이 빨갰다.
곧 산이 빨개질 것이다
색은 같은 색이어도 계절에 따라 느낌이 다르다.
같은 빨강이라도 봄의 빨강은 시작의 색이다.
가을산은 아무리 빨개도 끝의 색이다.
끝,
그래도 나무는 얼마나 다행인가!
죽는 모습이 아름다운 건 단풍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