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작 아닌 쉬어가는 글
나 여덟 살 때
하루의 반은 땅을 살고
하루의 반은 하늘을 살았다.
나에게 하늘은 시계였다.
해가 올라오면 아침
그림자가 작으면 점심
아버지에게 하늘은 달력이었다.
밤하늘이 깜하면 그믐
낮 하늘이 낮아지면 봄
엄마에게 하늘은 시어미였다.
감자 심어라, 고추 심어라, 마늘 심어라
할머니에게 하늘은 하느님이었다.
칠성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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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고개 마을은 운석 구덩이다.
칠형제봉과 꾀꼬리봉과 수리봉에 안긴
열다섯 집
동갑내기 영길이와 근서와 나는
설날이 오기만을 기다리며
겨울을 버텼다.
세뱃돈 대신 받은 상
떡, 다식, 약과, 감주
설날
차례는
조상님께,
올해도 살아남았다는 것을
보고하는 자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