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다섯 집의 하늘

연작 아닌 쉬어가는 글

by 생각소년 김영안

나 여덟 살 때

하루의 반은 땅을 살고

하루의 반은 하늘을 살았다.


나에게 하늘은 시계였다.

해가 올라오면 아침

그림자가 작으면 점심

아버지에게 하늘은 달력이었다.

밤하늘이 깜하면 그믐

낮 하늘이 낮아지면 봄


엄마에게 하늘은 시어미였다.

감자 심어라, 고추 심어라, 마늘 심어라


할머니에게 하늘은 하느님이었다.


칠성님이었다.


---


돌고개 마을은 운석 구덩이다.

칠형제봉과 꾀꼬리봉과 수리봉에 안긴

열다섯 집


동갑내기 영길이와 근서와 나는

설날이 오기만을 기다리며

겨울을 버텼다.


세뱃돈 대신 받은 상

떡, 다식, 약과, 감주


설날

차례는


조상님께,

올해도 살아남았다는 것을

보고하는 자리였다.

작가의 이전글김영안의 생각장난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