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안의 생각장난 -26

길 2

by 생각소년 김영안

길 위에서

방향등 켜고는

옆 차로로 들어갈 수 없다는 것

몰랐지.


아무 일 없을 것처럼 믿음을 줬다가

순식간에 머리를 밀어 넣어야 한다는 것

초보운전 때는 몰랐지.


자동차와 남자의 그것은

대가리만 들어가면 다 들어간다는

종윤이의 개똥철학을 알지 못했지.


우측 방향등 켜고 있다가

좌회전하는 차엔

정치인이 탔을 거라는 걸 안 것은

한참 후였지.


황색등 세 개 연거푸 통과하면

인생 성공한 것 같고


적색등 세 개 연거푸 정지하면

인생 거덜 난 것 같았지.


한 대 쓱 끼어들면

허리 부러진 거야.


꽉 막힌 길에선 늘

내 줄만 길었지


반대편 차들만 쌩쌩 달릴 때

억장 무너졌고


반대편 차선만 꽉 막혔을 때

얼마나 통쾌했던가.


달려왔다.

앞지르고 끼어들며 왔다.


운전을 서른 해 하고서야

길이 보였다.


주행차로로 가도

규정 속도로 가도

약속 시간에

도착할 수 있다는 것,


내 앞에 차 한 대 끼어들어도

인생 뚝 꺾이는 게 아니라는 것

늦게 알았다.


왜 몰랐을까

단속 카메라보다 사람이 더 깊게

나를 보고 있었음을.


언제나 나는

구간단속에 있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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