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2
길 위에서
방향등 켜고는
옆 차로로 들어갈 수 없다는 것
몰랐지.
아무 일 없을 것처럼 믿음을 줬다가
순식간에 머리를 밀어 넣어야 한다는 것
초보운전 때는 몰랐지.
자동차와 남자의 그것은
대가리만 들어가면 다 들어간다는
종윤이의 개똥철학을 알지 못했지.
우측 방향등 켜고 있다가
좌회전하는 차엔
정치인이 탔을 거라는 걸 안 것은
한참 후였지.
황색등 세 개 연거푸 통과하면
인생 성공한 것 같고
적색등 세 개 연거푸 정지하면
인생 거덜 난 것 같았지.
한 대 쓱 끼어들면
허리 부러진 거야.
꽉 막힌 길에선 늘
내 줄만 길었지
반대편 차들만 쌩쌩 달릴 때
억장 무너졌고
반대편 차선만 꽉 막혔을 때
얼마나 통쾌했던가.
달려왔다.
앞지르고 끼어들며 왔다.
운전을 서른 해 하고서야
길이 보였다.
주행차로로 가도
규정 속도로 가도
약속 시간에
도착할 수 있다는 것,
내 앞에 차 한 대 끼어들어도
인생 뚝 꺾이는 게 아니라는 것
늦게 알았다.
왜 몰랐을까
단속 카메라보다 사람이 더 깊게
나를 보고 있었음을.
언제나 나는
구간단속에 있었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