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역에서 미래역까지
서울역
신촌역
수색역
능곡역
원릉역
벽제역
일영역
장흥역
송추역
의정부역
교외선은
송추 장흥 일영유원지로
서울 사람들
개다리춤추러 오던 노선이다.
이십 량 넘는 객차를
시커먼 증기기관차가 끌었는데
괙괙 짐승처럼 울었다.
꺼먼 사람 둘이
까만 석탄을 연신 퍼 넣었지만
불이 빨개도
철물은 쉬이 나아가지 못했다.
채찍 맞은 소처럼
용을 다 쓰고서야
능고개를 넘었다.
객차 안에서
부산 사람들이 떠들었다.
서울 사람이
좀 조용히 하라고 했더니
"이카니다니카니가?"
그렇다.
이 칸이 다 내 칸인 양
키스하고
노래하고
춤췄다.
야외 풀장도 북적였다.
60년대, 70년대
무작정 상경한 사람들의 유일한 문화였다.
-
내가 서울 처음 가던 날
빌딩 층 수 세다가
십일 층
십이 층 세다가
놓쳤다.
열한 량
열두 량
열세 량
여덟 살이던 내게
교외선 기차는 너무 길었다.
층 수를 다 세지 못했던 빌딩 사람들이
량 수를 다 셀 수 없는 기차를 타고
일영역 장흥역 송추역에 내렸다.
청바지 입고
통기타 메고
교외선은 뻥뻥거리며 다녔다.
-
낭만은
어디로 갔는가
일하다 지친 이의 휴식은,
원릉역에서 신촌역으로 가던
열무단 보따리와
백미가마는
어디에 싣고 있는가.
장흥역에서 수색역으로 가던
멧자루
낫자루
괭이자루는.
서울역
능곡역에서
새벽을 싣고
벽제역
의정부역을 지나
미래역에 내리자고
교외선이 외치던 함성
어느 역에 내려놓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