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Wind(바람)

by 박상준



뜨거운 여름의 열기가 차츰 사그라지고 있을 즈음 약간의 차가움이 느껴지는 모호한 바람이 피부에 닿는다.


나는 안도와 함께 약간 더 편안한 곳으로의 시간을 여행하는 여행자처럼 조금씩 변화하는 계절의 전환을 몸으로 느낀다. 아직은 따가운 햇살이 하늘을 뒤덮고 숨을 멎게 할 만큼의 습기가 절대 사라질 것 같지 않지만, 그래도 수분이 줄어든 찬바람이 내 귓가를 지날 때 피할 수 없는 생명의 순환 궤도에 올라타 있음을 그리고 그다음 계절을 기다리는 내 간절한 기도가 함께 포함되었음을 안다.


초록과 청춘, 우리는 인생의 정점을 지나면서 초록과 청춘을 정확하게 느낄까? 가장 아름답고 뜨거운 시간을 우리는 정말 잘 알고 그것을 잘 이해하고 있었을까? 나 자신을 향해 던진 무수한 질문에 선뜻 그랬노라고 답하기 어렵다.


청춘의 시간은 때로는 빨리 때로는 느릿느릿하게 흐르지만, 청춘의 소용돌이에 빠진 자신의 처지를 정확하게 알고 아름다운 시간을 제대로 활용하며 살아가려면, 어린 시절부터 철저하게 준비하고 공부하고 계획해야 한다. 이리저리 주변에 휩쓸리고 주관을 잃어버리고 시간을 허비해 버린 사람에게 청춘의 시간은 가혹하게 너무도 빨리 지나가 버리기 때문이다.


모든 것을 다 이루고자 하는 사람의 마음이 모든 것을 이룰 수 없도록 만들고, 집착하고 과대망상에 사로잡혀 시간을 허비하고 나면 제시간에 맞춰 불어오는 섭리의 바람을 읽지 못하고 홀로 계속 청춘의 쳇바퀴에 갇혀 무의미한 삶을 살게 될 뿐이다.


여름의 뜨거운 태양이 있기에 가을 들녘의 풍성함과 금빛으로 물들어가는 아름다운 삶이 있는 것이다.


바람은 언제나 불어온다. 바람을 내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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