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언젠가

자가당착

by 지엄프

언젠가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이 좁디 좁은 집을 벗어나

넓은 곳에서 다양한 사람을 만나며

유영하며 살 거라고

이 지긋지긋한 동네를 먼저 벗어나는 건

나일 거라고


언젠가 그런 마음을 품은 적이 있다


나도 밤잠을 못 이루는 사랑을 하고

누군가가 아니면 안되는 간절함을 가질 수 있을 거라고


아무 경험도 없는 무채색의 칙칙한 어른은

실패한 거라고 단정한 적이 있다


돈이 없다는 이유로, 친구가 없다는 이유로, 겁이 난다는 이유로 여행도 다녀보지 못하는 인간은 한심한 거라고


상처받은 과거가 두려워

도전도 사랑도 하지 못하는 간은 나약한 거라고


자신의 감정을 속이는 유치한 인간은

어른이라고 불릴 자격이 없는 거라고


내가 정한 모든 정의가 나를 공격하는 순간이란

정신이 얼얼한 그 통격이란

발을 떼지 못하는 허망함이란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자책감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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