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부작의 여행기
[jeep 지붕 위에서 다울라기리, 닐기리, 안나푸르나 Ⅰ을 마음속에 담다]
달그락달그락 쿵쾅, 덜커덩덜커덩 띵, 지프차 안이 사정없이 흔들렸다.
조그만 지프차 안에서 1시간여를 10여 명의 사람들과 몸을 섞이며 고군분투를 하고 있으려니 온 정신이 없었다. 지프차 안에는 서양인 남녀와 나, 그리고 나머지는 다 네팔 사람들이었다.
좀슴에서 선교사님과 헤어지고 늦어진 시간을 만회하기 위해 쉬지 않고 걸었다.
원래 중간에 사과 생산지로 유명한 마르파(marpha, 2670미터)에 들려서 사과주를 사려고 했지만 시간이 없어 마을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그냥 옆길로 지나쳤다. 마르파는 네팔에서 유명한 최대의 사과 생산지답게 길 주위에 수많은 사과 과수원들이 보였다. 사과를 좋아했으면 몇 개 서리를 하고 싶을 정도였다.
한참을 걸어서 오늘의 목적지인 툭체(tukuche, 2590미터)에 도착했다. 툭체도 꽤 큰 마을이었다.
버스정류장 같은 곳에 짐을 풀어놓고 꺼멀을 기다렸다. 정류장에는 하얀색 지프차가 한대 정차해 있고 주위에 트레커들과 현지인들이 쉬고 있었다. 얼마 후 꺼멀이 도착했다. 꺼멀에게 지프차가 어디까지 가냐고 물어보니 lete(lete, 2480미터)까지 간다는 것이었다.
lete면 걸어서 반나절이 걸리는 거리였다. 이 말은 만약 지금 지프차를 타면 적어도 반나절을 절약할 수 있다는 얘기였다. 갑자기 지프차를 타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교통수단으로 이용되는 짚의 내부도 궁금하고 지프차 지붕 위에 타고 다니는 사람들의 기분은 어떨까 하는 호기심도 들었다.
이번 트레킹의 목적이 안나푸르나 주위를 오직 두발로만 걷는 것이어서 조금 망설여졌지만 수요일까지는 포카라로 내려가야 했기 때문에 지프차를 이용하는 게 어떻겠냐고 꺼멀에게 물어보았다. 꺼멀은 웃지는 않았지만 당연히 지프차를 타는 것을 반겼다.
꺼멀에게 요금이 어떻게 되냐고 물어보니 외국인은 300루피이고 네팔인은 140루피라고 한다.
토털 440루피이면 우리 돈으로 6600원 정도였다. 비용도 그리 많이 들지 않는 것 같았다.
이때 차가 출발하려고 했다. 우리는 서둘러 표를 사서 차 안으로 들어가려고 했다. 그런데 내부에 자리가 하나밖에 없어서 꺼멀은 어쩔 수 없이 외부 지붕 위에 올라탔다.
지프차 안에서 한 네팔 아저씨가 중국인이냐고 물어보자 난 한국인이라고 말해주었다.
"Oh, Korea. I know 엄홍길. He is very famous here."
이곳에서도 엄홍길 대장님은 매우 유명했다. 이렇게 1시간여를 달리자 온몸이 뻑적지근하고 답답하였다. 카그베니에서 지프차를 내려 트레킹을 하신 선교사님의 마음을 알 것 같았다.
중간에 짚이 멈추자 꺼멀에게 지붕 위가 어떠냐고 물어보았다.
꺼멀은 지붕이 시원하고 좋다고 하였다. 내가 지붕 위로 올라가고 싶다고 말하자 위험하지 않겠느냐고 걱정을 했지만 잠시 후 꺼멀은 기꺼이 지붕 위에 자리를 만들어주었다. 그리고 혹시 떨어질지 모르니 줄을 꽉 잡으라고 당부하였다.
지붕 위에 올라가 보니 모두 다 포터들이었다. 가까이 있는 나이 든 포터 아저씨께 인사를 드렸다. 지붕 위는 지프차 안보다 훨씬 더 흔들렸고 또한 스릴도 있었다. 그렇지만 공기도 좋고 풍경도 좋고 차 안에 있는 것 보단 100배는 더 좋았다. 내 얼굴엔 경운기 타고 시골 소풍 가는 아이 마냥 방글방글 웃음꽃이 피었다.
얼마를 더 가자 옆에 있는 포터 아저씨가 뒤를 보라고 하였다. 아저씨의 시선을 따라가 보니 순백의 설산이 바로 앞에 보였다. “와!!!”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 구름 속에 숨어있던 다울라기리의 만년 설산이 어느새 제 모습을 나타내고 있었다. "Wonderful! Beautiful!!"
손에 잡힐 듯 말 듯 몇 백 미터 앞의 다울라기리의 만년설이 온몸을 소름 돌게 만들었다.
그리고 다시 짚 앞쪽으로 닐기리와 안나푸르나 1도 선명하게 보였다. 이 아름다움을 조금이라도 놓칠세라 탄성을 지르며 디카로 계속해서 셔터를 눌렀다.
내 모습이 신기했는지 옆의 포터 아저씨가 순박하게 웃고 있었다.
나이 든 아저씨였지만 그 눈빛엔 아이의 모습이 담겨있었다. 갑자기 그 모습이 만년설의 히말라야보다 더 빛나고 푸근해 보였다. 바로 전속 사진사 꺼멀에게 디카를 주고 그 순박한 아저씨와 함께 사진을 찍었다.
사진을 보니 너무나 마음에 들었다. 특히 아저씨의 장난기 어린 모습과 나의 활짝 웃는 모습이 뒤 배경의 다울라기리와 완벽한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몇 번이나 사진을 봤다. 사진 속에는 히말라야 설산에 의해 마음이 씻겨진 맑은 영혼 두 명이 초롱초롱 빛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