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나푸르나 이야기_ Dog baby

이부작의 여행기

by 이부작

오늘 글은 안나푸르나 라운드 트레킹이 끝나고 명상의 도시 포카라로 돌아가는 여정을 기록한 것입니다. 트레킹 여행기는 끝났지만 포카라와 카트만두에서 있었던 (감동 두배) 추억의 보따리는 아직 더 남았으니 관심을 계속 가져주시면 고맙겠습니다. 그럼 매주 월요일 찾아뵐게요^^


『트레킹 10일차』


[말이 통하지 않으면 피하라]

아침에 비제가 만들어준 치킨 soup을 맛있게 먹고 롯지를 나왔다.

나오기 전 나의 친구 비제와 뜨겁게 포옹하고 다음을 기약하였다.

비제는 조심히 가라고 하며 나중에 기회가 되면 꼭 만나자고 했다. 가슴이 약간 찡했다.


‘히말라야에서 누가 나를 이렇게 걱정해 주겠는가!’


서둘러 롯지를 나와 다음 목적지인 베니(beni, 830미터)로 향했다. 이곳 타토파니에서 오늘의 목적지 베니까지는 지도상으로 6시간이 걸렸다. 지도상에 6시간이면 우리 걸음으로는 4시간 정도면 충분할 것 같았다. 트레킹이란 느긋하게 주위 경관도 즐기며 온몸이 대자연과 동화되어 가는 것이라지만 오늘만큼은 빨리 포카라로 돌아가서 푹 쉬고 싶었다. 7시 40여 분쯤 출발해서 단 한 번도 쉬지 않고 걸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발바닥의 물집은 욱신거리고 태양은 더욱 강렬하게 내리찍었다. 그런데 이름 모를 작은 마을의 다리를 건너서 오른쪽으로 방향을 튼 순간, 개 한 마리가 내 옆으로 다가와 사정없이 짖어댔다. 순간 깜짝 놀랐다. 이럴 경우 속으론 엄청 놀더라도 개의 기운에 눌리면 안 된다고 하였다.


그래서 개를 잡아먹을 듯한 눈빛으로 그 개를 똑바로 쳐다봤다. 그러나 이는 단지 내 상상 속으로만 행동한 것이었다. 개의 심기를 잘 못 건들면 등산화가 다 찢어질 수도 있는 상황 같았다. 그래서 물릴까 봐 개 눈도 똑바로 쳐다보지 못하고 개 눈치를 보며 조심히 발걸음을 옮겼다. 다행히 개는 더 이상 다가오지 않고 계속해서 짖어만 댔다. 마을 어귀까지 나오자 그제야 개 짖는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이런 dog baby, 정말 십 년을 감수했네, 확 복날에 잡아먹을까 보다'

* 참고로 전 보신탕을 먹어본 적이 없습니다.


그때 다시 개 소리가 가까이 들렸다. 개 소리에 엄청 놀라 그 자리를 후다닥 벗어났다.

트레킹 중에 가끔씩 개에게 물렸다는 사람들이 더러 있다고 들었다. 만약 그 개가 광견병이라도 걸린 개라면 상황은 더욱 심각해질 것이다. 그러니 히말라야에서 사나운 개를 만나면 호기를 부리지 말고 나처럼 조용히 36계를 해야 한다. 이번에 다행히 아무 일 없었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말이 통하지 않으면 피하라'는 말이 번뜩 생각났다.


[개 팔자가 상팔자이다]

드디어 저 멀리 베니 외곽이 보였다. 물통의 물도 다 떨어진 상태였고 배도 무지 고픈 상태였다.

오직 악으로 깡으로 한발 한 발을 내디뎠다. 그런데 갑자기 뒤에서 경적소리가 들렸다. 뒤를 보니 이틀 전 타봤던 흰색 지프차 한 대가 내 옆을 지나갔다. 지프차 위에는 포터들과 서양인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 친구들이 조금은 부러웠지만 두발로 여기까지 온 내 자신이 자랑스러웠다. 그런데 입구 몇십 미터를 앞두고 또 흰색 개 한 마리가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내 쪽으로 다가왔다. 잔뜩 긴장하며 가급적 개와 안 마주치려고 폭 좁은 비포장도로에서 순간순간 자리를 바꾸며 걸었다. 그런데 다행히 개는 내게 관심 없는 듯 그냥 지나갔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도 놀란다 가 아니라

‘사정 없이 짖어대는 개에 놀란 가슴, 살랑살랑 꼬리 흔드는 개에도 놀란다라고 바꿔야겠다.


드디어 베니 안으로 들어왔다. 시간을 보니 11시 45분쯤이었다. 마침내 안나푸르나 라운드 트레킹이 베니에서 끝났다. 베시사하르에 도착하여 걸어서 나디에서 출발하여 토롱라를 넘고 다시 베니까지 내려오기까지 정확히 9박 10일이 걸렸다. 전체 길이가 약 200여 킬로미터 정도이고 중간에 지프차를 한 시간 반 동안 탔지만 대부분을 오직 두발로 이뤄낸 값진 결과였다.

내 스스로가 한없이 자랑스러웠다.


잠시 자리에 앉아 아무 탈 없이 무사히 트레킹이 끝난 것에 대해 히말라야의 신들께 다시 감사의 기도를 드렸다. 트레킹을 하면서 제일 많이 했던 게 바로 매일매일 신들께 고해(기도) 하고 또 감사하는 것이었다.


베니에는 수많은 버스와 택시 그리고 식당과 노점상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었다. 길거리엔 우리의 5일장처럼 수많은 사람들이 이곳저곳을 지나가고 있었다. 운동장 같은 버스정류장 옆의 식당 앞 그늘에 배낭을 내려놓고 꺼멀을 기다렸다. 그때 또 다른 흰색 지프차 한 대가 정류장 앞에 멈춰 섰다.


그리고 외국인 여행자들이 지프차 밖으로 나왔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오늘 아침에 타토파니에서 같이 출발했던 이스라엘 학생들이었다. 분명 출발하면서 지프차를 기다리는 것을 봤는데 아마도 차 시간이 어긋났거나 중간에 쉬는 시간이 길었나 보다. 아무리 그래도 그 친구들보다 내가 먼저 걸어서 도착하다니 참으로 아이러니했다.


20분 뒤쯤에 꺼멀이 도착했다. 활짝 웃으며 다가가 고생했다고 덥석 안아주었다. 꺼멀도 커다란 짐을 내려놓은 듯 얼굴엔 웃음이 가득했다. 처음 네팔에 도착해서 꺼멀을 안았을 때보다 꺼멀의 배는 훨씬 줄어있었다. 트레킹이 역시 살 빼는 데는 최고인 것 같다.


꺼멀에게 포카라까지 가는 버스 비용과 택시 비용을 알아봐달라고 했다. 택시는 2500루피이고 버스는 300루피라고 했다. 택시 비용이 1000루피 정도라면 모르겠지만 2500루피는 너무나 비쌌다. 꺼멀에게 버스를 타자고 하자 "No problem sir" 하며 배낭을 버스로 이동시켰다. 꺼멀도 편안한 택시를 타길 내심 바랬겠지만 내 말을 잘 따라주니 항상 고마웠다.


우리는 버스 운전기사 옆 좌석의 바로 뒤에 자리를 잡았다. 조금 있자 버스는 여행자들을 가득 채우고 베니를 출발하였다. 창가 오른쪽에 앉아 꺼멀에게 시간이 얼마 정도 걸리냐고 물어보았다. 버스로 5시간이 걸리고 택시로는 2시간 걸린다고 했다. 완행버스여서 중간의 마을들을 다 들리기 때문에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것이다.


길어야 한두 시간이라고 생각했었는데 5시간이라고 하니, 심하게 덜컹거리는 차에 몸을 맡기기가 너무나 막막했다. 택시를 탔어야 하나 잠시 후회도 해봤지만 편하게 생각하기로 했다. 점심이 문제긴 했지만 꺼멀이 사 온 바나나 한 다발과 물, 탄산음료로 대충 허기를 때웠다.


사람들로 꽉 찬 버스가 각 마을에 들어서면 자신들의 보물 같은 보따리를 들고 승 하차하는 사람들과 각종 잡상인들로 한데 뒤엉켜 아수라장이 되었다. 보따리에는 쌀이나 각종 곡물, 인스턴트식품들, 여러 옷들이 들어 있었고 어떤 여학생은 짐 대신 2미터 정도되는 굵은 대나무 하나를 들고 탔다. '저 대나무는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햇빛은 강하게 비치고 에어컨은 당연히 작동을 안 하고 버스 안의 공기는 질식 수준이었다. 그래도 네팔인들의 얼굴에는 작은 일에도 항상 웃음꽃이 피어났다. 네팔인들의 일상생활을 가까이 볼 수 있어서 버스를 탄 것이 차라리 잘 된 것 같았다. 버스는 위험해 보이는 언덕길을 아슬아슬 통과하고 얕은 강도 잘 통과했다.


처음에 불불레 행 버스를 탔을 때는 사고 날까 봐 엄청 긴장했지만 지금은 적응이 돼서인지 전혀 개의치 않고 선잠에 빠졌다. 한참을 자고 나자 버스가 날카로운 소리로 끼익하며 정차하였다. 포카라에 다 도착한 줄 알고 눈을 비비며 주위를 둘러보았으나 황량한 언덕 위에 집 두 채가 전부였다.


아직 반 밖에 안 왔고 중간에 잠시 쉬는 휴게소라고 한다. 화장실을 가기 위해 꺼멀과 함께 나왔다. 남녀 구분 없이 하나밖에 없는 수세식 화장실에 줄을 서서 한참을 기다려야 했다. 출발 시간이 남아서 꺼멀과 함께 식당 안 의자에 앉아 있는데 옆에 있는 꼬마가 네팔에서 만든 종이 팩 오렌지주스를 쪽쪽 빨아먹고 먹고 있었다. 먹는 모습이 귀엽고 너무 맛있어 보여서 침을 꿀꺽하였다. 주저 없이 꺼멀에게 사 먹자고 했다. 상표명은 frooti로 망고주스를 하나씩 사서 그 꼬마 앞에서 자랑하듯 먹었다. 정말 최고로 맛있는 주스였다.


20여 분 뒤 버스가 출발할 시간이 되어 자리를 이동하였다. 그런데 앞에 물체를 보고 깜짝 놀랐다. 또 개다. 이번엔 개가 그늘의 자갈 바닥에 옆으로 누워 앞발과 뒷발을 쭉 뻗고 미동도 하지 않고 있었다. 처음엔 죽은 줄 알았다. 그런데 동작이 전혀 없어서 가까이 가보니 쌔근쌔근 숨을 쉬고 있었다. 너무나 편안해 보이는 개의 얼굴을 보니 솔직히 부러웠다. 복날도 없는 네팔의 개들 팔자가 상팔자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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