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부작의 직장 꼰대기
지난 금요일 회사에서 있었던 황당한 에피소드를 남겨봅니다.
23년 12월(2년 전) 회사 조직개편으로 관리지역이 넓은 A와 B 지사가 합쳐지며 통합 C 지사가 되었습니다. 저는 A에서 영업부장을 맡고 있었고 C로 합쳐지자 통합 지사의 부장으로 B의 직원들과 거래처를 알아가기 위해(친해지려고) 작년 한 해 정말 바빴는데요,
거래처도 많고 상권도 다르고 직원들의 성향 및 업무 스타일도 제각각이었기에 매일매일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다행히 올해 초 근무하는 상면도 합치고 B 직원들과 거래처에 소통을 꾸준히 하다 보니 작년보다는 성과도 개선되고 부서도 안정이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A/B 직원들의 업무 역량과 스타일이 천차만별로 달랐기에 아직도 직원들 간의 갈등이 불씨처럼 남아있습니다.
예를 들면 이렇습니다. 어떤 업무를 할 때 실제 일도 많지 않은 고참 직원들이 솔선수범을 보이지도 않고 '자신이 제일 고생한다'라고 애처럼 우는소리를 자주 합니다. 그럴 때마다 소주도 한잔하며 이야기도 들어주고 형으로서 진심의 조언을 해주고 있지만 역시 사람의 인성은 잘 바뀌지 않더라고요...
어제 회의 시간에 있었던 사건입니다.
영업부서 성격상 실적이 좋거나 상품의 부가 서비스를 잘 파는 부서에 제휴회사에서 해외여행을 보내주는 이벤트가 분기에 1번 정도 있습니다. 이런 해외여행 TO가 나오면 원칙을 정해서 직원들을 순번대로 보내주고 있는데요, 작년에 부서를 합치고 보니 특히 B에 근무하고 있던 직원들이 이런 혜택 아닌 혜택을 잘 받지 못하고 있음을 알았습니다.
그래서 통합하고 첫 회의에서 이런 TO가 나오면 해외여행을 못 간 직원들을 먼저 공평하게 보내주겠다고 선언했고, 작년과 올해 2년 동안 다행히 8명 정도 직원들이 여행을 통해 리플레쉬도 하고 좋은 경험도 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며칠 전 또 해외여행 TO를 받았는데요, 보통 동남아나 일본인데 이번엔 장소가 대박인 스페인이었습니다(6박 7일) 그래서 어떤 직원을 보내는 게 좋을까 고민하다가 이제까지 못 간 3명의 직원 중 가장 고참이고 부서 일을 가장 열심히 챙기시는 J 차장님을 보내기로 마음먹었습니다.
J 차장님은 직원들과의 관계도 좋고 거래처에서의 평판도 매우 높은 일 잘하는 직원입니다. 그런데 너무 가슴 아프게도 작년 5월에 불의의 사고로 차장님의 대학생 딸을 먼저 저세상으로 소풍을 떠나보냈습니다. 그 사고 이후 1년 하고도 4개월이 지나 이제 J형(둘이 있을 땐 제가 형으로 부릅니다)의 마음은 어느 정도 안정이 되었고, 이참에 스페인을 보내드리면 '마음속 슬픔을 잠시 잊을 수 있겠지' 생각하고 부서 직원들에게 이야기를 했습니다. 역시나 직원들 모두 J형이 가는 거에 대해서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문제는 그다음에 발생했습니다.
이부작 : "자, 그러면 아직까지 해외여행 시상을 못 받은 사람이 누가 있지? 다음 순번 정해보자~"
직원들 : "P 과장과 L 사원이요"
이부작 : "그러면 다음에 TO가 나오면 P와 L 중 누굴 보내면 좋을까? 그리고 그다음은?"
이때 갑자기 Y 과장이 직원들이 다 듣고 있는데 발언을 했습니다.
Y과장 : "다음 순번은 저입니다, 제가 가야죠!"
이부작 : "엥, 그게 무슨 말이야?"
Y과장 : "P 과장은 입사해서 한 번도 못 갔으니 가는 게 맞고 그다음은 (제가 고생을 제일 많이 하고 있으니) 제 차례입니다."
Y의 발언으로 회의실의 공기가 갑자기 얼어붙었습니다.
이부작 : "아니, Y과장은 3년 전에 호주 다녀왔잖아, 내가 알고 있는데... L 사원도 입사 2년 차이긴 하지만 한 번도 못 간 게 맞으니 보내줘야 하는 거 아닌가?..."
Y는 평소에 L 사원을 마음에 안 들어 했는데요, '신입인데 왜 벌써 보내느냐'는 생각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Y는 23년 가을 좋은 여행지인 호주에 다녀왔는데, 왜 자신이 1순위가 되야 한다고 주장하는지 도대체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따진다면 부서의 팀장 2분도 여행을 안 간지 3년이 넘었는데 만약 순번을 정한다면 팀장들을 보내야 하는 게 아닐까요? 또한 신입인 L 사원 앞에서 대놓고 L 이야기는 쏙 빼고 자기가 가야한다는 Y의 발언에 직원들이 어이가 없는 눈치였습니다.
Y과장 : (얼굴에 불만을 표시하며) "그럼 저는 안 가겠습니다... 작년에 그렇게 고생했는데..."
직원들의 얼굴 표정은 '아니 자기가 뭔데(권한도 없는데) 여행을 간다 만다 회의 시간에 떠드나?'였습니다. 이러면 분위기가 너무 안 좋아 지겠다 싶어서 회의를 서둘러 마쳤습니다.
그리고 직원들이 담배를 피우러 밖으로 나가길래 저도 엘리베이터를 탔고 Y도 그 자리에 있었습니다. 저는 정말 Y가 이해가 안 됐지만 그래도 달랜다고 다시 이 말을 꺼냈습니다.
이부작 : "Y 과장, 여행 순번은 업무를 잘하고 못하고로 선정하는 게 아니라 직원들에게 평등하게 나눠주는 거잖아?"
Y과장 : (얼굴에 불만을 표시하며) "제가 작년에 P 대리점 맡아서 정말 고생했는데... 그렇지 않습니까, 부장님?"
그 친구의 말에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작년 말에 P 대리점 맡기 싫다고 해서 담당을 바꿔줬고 지금은 스트레스 없이 편하게 지내고 있잖아?...'
이부작 : "Y야, 다들 고생하고 있고 업무의 경중으로 선정하지 않는 거 알잖아? 만약 기준이 그렇다면 옆에 있는 두 분 팀장님도 여행 못 간지 3년은 넘었잖아?"
Y과장은 역시나 얼굴엔 불만과 이해 못 하겠다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엘리베이터 안의 팀장들과 다른 직원들은 인상 쓰는 Y를 정말 이해 못 하겠다는 표정이었습니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면서 Y 과장의 이러한 태도에 솔직히 어이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이번 일을 계기로 Y가 이렇게 자기만 아는 친구였구나 본성을 보는 계기도 되었습니다. 나이도 먹을 만큼 먹은 Y의 너무나 철없는 행동에 이제까지 가지고 있던 마음속의 애정이 저 북극까지 달아났습니다.
자기가 얼마나 철없이 행동을 했는지 자신만 모르는 Y에 대해 앞으로는 일말의 기대도 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또한 이런 행동으로 계속해서 부서 분위기를 이상하게 망친다면 연말에 고과와 승진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임을 그 친구에게 명확히 이야기해줘야겠습니다. 그리고 그때도 변화가 없을땐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라'라고 단호하게 말을 하려고 합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오늘은 씁쓸한 마음으로 글을 마무리합니다.
그럼에도 이웃님들은 일생의 단 하루 오늘, 일요일 많이 웃으시고 많이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