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나푸르나 이야기_포카라의 마지막 밤

이부작의 여행기

by 이부작

[포카라의 마지막 밤]


밤이 찾아왔다. 내일이면 드디어 카트만두로 떠난다. 내일 비행기를 타면 언제 다시 포카라에 올 수 있을까! 여행이 막바지에 다다를수록 아쉬움의 크기는 더욱 커지는 것 같다. 약속 시간에 맞춰 포카라 시내의 중심부 쪽으로 걸어갔다. 누나들도 시간에 맞춰서 장소로 찾아왔다.


이곳에선 핸드폰을 사용 못 하니 약속 시간을 지키지 못하면 연락할 길도 없고 그래서 신용이 떨어지지 않도록 시간만큼은 철저히 지켰다. 누나들이 유명한 스테이크 집에서 저녁을 먹자고 했고 나 또한 기력을 다 소진해서인지 요즘은 계속 고기가 먹고 싶었다.(식당 이름이 생각 안 나네요)


2층의 식당은 외국인들로 북적이었다. 인당 300루피 가까이 되는 스테이크를 시켰다.

음식을 기다리는 동안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누나들은 살사 동호회에서 만나 친해졌고 여기 포카라까지 같이 오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살사의 장점을 계속 나에게 설명해 주었다.

나도 본래는 춤에 관심이 있어서 그런지 호기심이 들었다. 누나들은 인터넷 동호회 카페 주소를 적어 주었고 나중에 기회가 되면 꼭 배워보라고 추천을 해주었다.


잠시 후에 스테이크가 나왔다. 고기를 자르고 한 입 맛을 봤다. 생각보다 훨씬 맛있었다. 어느 순간 접시에는 한 조각의 고기도 남아있지 않았다. 이번 트레킹 기간 내내 밥을 남긴 적이 거의 없을 정도로 내 식욕은 왕성했다. 식사를 하면서 나의 트레킹 이야기와 누나들의 치트완 국립공원의 사파리 이야기로 수다를 떨다 보니 모국어에 대한 갈증이 어느 정도 풀렸다.


식사를 마치고 그냥 헤어지기 아쉬워 맥주를 한잔하러 술집을 찾았다.

거리에는 수많은 외국인들로 넘쳐났고 상점들은 형형색색의 불빛과 신나는 음악으로 술 취한 여행자들의 지갑을 유혹하였다. 적당한 곳을 찾다가 라이브 음악을 들을 수 있는 홀로 들어갔다.


라이브 무대 옆쪽에 자리를 잡고 고르카(gorkha) 네팔 맥주 2병을 시켰다. 잠시 후 웨이터가 맥주와 잔을 가져왔는데 시원스럽게 잔이 얼려있었다. 후덥지근한 9월 중순의 밤, 시원한 맥주를 얼린 잔으로 마시니 그 차가움이 내장 깊숙이 전달되었다. 그런데 한 잔을 비울 때쯤 청바지에 슬리퍼, 그리고 헐렁한 반팔 티를 입은 밴드 원들이 하나 둘 모여서 각자의 악기 음을 조율하기 시작했다.


베이스, 기타, 드럼 등 갖출 건 다 갖췄지만 뭔지 모르게 시골 동네 분위기가 났다.

그래도 격려의 박수를 힘차게 쳐주었다. 밴드는 음을 조율한 뒤 팝송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그나마 얼굴이 잘생긴 리더가 나름대로 폼을 잡고 핏대를 세우며 팝송 몇 곡을 불렀지만 음은 잘 안 맞았고 목소리는 가끔씩 고음 처리가 안되었다. 박수 쳤던 두 손이 양 귀를 막았다.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열심히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잘 하는 것도 중요하다'

음악이 끝났어도 귀가 얼얼했다. 쉬는 시간에 밴드 원들은 자기들끼리 이번 연주에 대한 미비한 점을 이야기하였다. 솔직히 내가 사장이라면 악기 빼고 멤버들 모두 바꿨으면 하는 심정이었다.


누나들도 많이 시끄러웠나 보다. 노래가 너무 시끄러워서 나갈까 고민을 하다가 다음 공연까지만 들어보자고 했다. 다시 다음 공연이 시작되려고 했다. 그런데 전주곡은 흐르는데 방금 전 노래했던 보컬이 보이지 않았다. 보컬이 화장실에 갔다고 생각되는 찰나 갑자기 오른쪽 테이블에서 서빙을 하던 웨이터가 마이크를 잡더니 팝송을 부르는 것이었다.


코미디의 한 장면처럼 느껴진 건 왜일까!

그전 친구는 그나마 노래를 들어줄 만 했는데 이 친구는 터프 한 목소리를 흉내 내면서 내 마음속의 유리창을 쨍그랑 깨뜨려 버렸다. 노래가 끝나자마자 우리는 홀에서 나와버렸다. 오직 포카라에서만 보고 들을 수 있는 고음불가(아니 고음만 가능)의 공연이었다. 아직 저녁 8시밖에 안되었지만 내일 카트만두에서의 일정도 있고 해서 아쉽지만 누나들과 헤어졌다.


돌아오는 길에 터프 한 척 자신감 넘치던 보컬의 얼굴이 떠올라 저절로 웃음이 나왔다.

숙소를 100미터쯤 남기고 길거리의 간이 무대에서 외국인과 네팔인들이 한데 어울려 네팔 전통음악에 맞춰서 춤을 추고 있었다. 너무나 흥겨워 보이는 모습에 발걸음을 멈추고 그들의 모습을 사진에 담았다.


사진을 찍다가 저 사람들과 함께 춤을 추고 싶다는 충동을 느꼈다.

그러나 혼자이기에 용기가 나지 않아서 그저 잠시 바라보다가 숙소로 터벅터벅 돌아갔다.

오늘도 역시나 별은 볼 수 없었고 포카라의 마지막 하늘은 완벽한 짙은 검은색으로 채색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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