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폐 소생] 안나푸르나 이야기_에필로그

이부작의 여행기

by 이부작

이제 안나푸르나 여행기를 끝마치려고 합니다.

이제까지 올려드린 55개의 이야기 중에 마지막으로 아래 '헤어짐' 글을 다시 꺼내봤습니다.

이 글도 현재까지 공감 3 / 댓글 0개로 반응이 없어서 아쉬웠는데요, 먼저 이야기를 읽어보시면 그 아래에 글을 소환한 이유를 설명드리겠습니다. 지금까지 지난 1년 동안 매주 월요일, 안나푸르나 이야기를 읽어봐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12월의 첫날, 모두 많이 웃고 많이 행복하세요~




'헤어짐'_2024.11.23일 올린 글


[님의 침묵]

아침이 밝았다. 이제 스님들과 라메쉬 형에게도 작별을 고해야 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어떤 이별이 되었든 이별은 쉽지 않고 사람을 힘들게 했다. 오늘 아침이 특히 더 그랬다. 스님들을 마주치면서 밝게 웃었지만 마음속엔 커다란 구멍이 뚫린 듯했다. 사람들과의 만남 하나하나가 모두 소중하게 느껴졌고 사람들과의 깊은 정이 이리도 빨리 들 수 있을까 싶었다.


아침 식사시간에도 스님들과 라메쉬 형과 별다른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식사를 마치고 분위기를 바꾸고자 스님들께 부탁을 드렸다.

“그제 저녁 ABC에서 한 약속 잊으시지 않으셨지요?”

“무슨 약속이요?”

“아이 참, 스님들께서 기도하실 때마다 제가 항상 잘 되라는 것과,

꼭 좋은 여자분을 만날 수 있도록 부처님께 빽 좀 써달라는 거요~”

“아, 그럼요 매일 기도할 때마다 **님 좋은 분 만나게 해달라고 하고, 항상 차 조심하고 건강하게 해달라고 할게요!” 식당 안에 따뜻한 웃음이 가득했다.


식사를 끝내고 다시 떠날 채비를 하였다. 이제 정말 헤어질 시간이 된 것이다.

다들 말없이 롯지에서 나와 내리막길이 시작되는 곳까지 갔다.

윤* 스님은 어제와 같이 깡마른 포터의 지게에 올라타 고개를 숙인 채 아래쪽으로 이동하였다.

윤* 스님의 모습이 처량해 보였다. 이제 진짜 스님들과 라메쉬 형에게 이별을 고할 때가 되었다.


윤* 스님께 말씀드렸다.

“스님, 제가 여기까지 오게 된 이유가 몇 년 동안 저에게 안 좋은 일만 생기자 너무 힘들어서 모든 것을 떨쳐버리고,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려고 혼자 훌쩍 떠난 거였거든요. 이제 여행을 마치고 돌아갈 날이 얼마 안 남았는데, 이곳 히말라야에서 제 자신의 고민을 대부분 털어낸 것 같네요. 그리고 스님들과 라메쉬 형처럼 정말 좋은 분들을 만나게 되어 너무나 행복했어요”

“조심이 내려가세요, 그리고 건강하시고요, **님을 위해 항상 기도할게요, 인연이 되면 다시 만나겠죠.” 윤* 스님의 말씀과 눈빛에 아쉬움이 많이 묻어났다.


라메쉬 형에게 다가가 작별 인사를 하였다. 라메쉬 형이 나를 보면서 말했다.

“**씨는 정말 친동생 같아요, 함께 할 시간이 좀 있으면 카트만두 집에 있는 선물을 **씨에게 드리고 싶은데 참 아쉽네요”

“형, 자주 연락드릴게요, 저도 형이 친형처럼 느껴져요, 앞으로도 친형제처럼 지냈으면 해요, 제가 자주 연락드릴게요"

다른 스님들께도 인사드리고 특히 깡마른 포터에게도 스님을 잘 모셔달라고 간곡히 부탁을 했다.

마지막으로 라메쉬 형과 진하게 포옹한 후 조금 더 있으면 눈물이 날 것 같아서 서둘러 그 자리를 떴다.


갑자기 한용운 님의 시 님의 침묵이 생각났다.

‘님은 갔습니다. 아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 우리는 만날 때에 떠날 것을 염려하는 것과 같이 떠날 때에 다시 만날 것을 믿습니다...’

햇빛이 보석처럼 반짝이는 아침에 빗방울이 아닌 눈물방울 한 개가 히말라야에 뿌려졌다.


* 시간이 흘러 흘러, 그 시절 그분들을 다시 만날 수 있을까요?

어떤 친구는 다시 볼 수 없습니다.

어떤 분들은 다시 보고 싶습니다.

그중에서 가장 보고 싶은 건,

눈물방울 한 개 안나푸르나에 뿌리며 활짝 웃는 순수한 한 청춘입니다. ♡♡




라메쉬형이 보고 싶습니다. 윤* 스님과 다름 스님들도 보고 싶습니다.

그리고 동생 꺼멀도 보고 싶습니다. 하지만 이젠 꺼멀을 볼 수 없습니다.

꺼멀이 저세상으로 소풍을 떠났기 때문입니다.


삼 년 전, 회사일로 이부작에게 또 위기가 찾아왔습니다.

악명 높은 임원의 압박으로 부장 직책을 내려놓으려 했고, 마음은 갈기갈기 찢겨 구멍 뚫린 속옷처럼 바람에 흔들렸습니다. 안나푸르나로 다시 떠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히말라야 카페에 가입해 여행 계획을 세우고 있는데, 어느 날 올라온 여행 사진에서 꺼멀의 모습이 보였습니다.(롯지에서 한국인들과 식사하는 사진) 눈이 번쩍였죠...


바로 그 여행사(네팔 사람이 운영)에 메시지를 보내 꺼멀을 수소문했고, 꺼멀이 한국인 4명과 함께 EBC(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 트레킹 중이라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트레킹이 끝나면 꺼멀에게 제 연락처를 알려주겠다고 했습니다. 며칠이 지나, 하루라도 빨리 꺼멀에게 연락하고 싶어서 그의 SNS나 이메일 연락처를 여행사 사장님께 문의드렸습니다.


그런데 그날 밤늦은 시각에 여행사 사장님으로부터 네팔에서 보이스 톡이 왔습니다. 저는 당연히 곧 꺼멀의 연락처를 받을 수 있겠구나 기대에 부푼 마음에 전화를 받았는데요... 사장님이 어눌한 한국말로 꺼멀이 하루 전날 고산증으로 에베레스트 트레킹 中 저세상으로 떠났다고 합니다... 하... 정말 충격적이었고 너무나 슬펐습니다...


꺼멀과의 영원한 '헤어짐'에 그리고 에베레스트의 이름 모를 지역에서 저세상 떠난 '꺼멀의 침묵'에 지금도 마음이 아려옵니다. 떠날 때에 다시 만날 것을 믿었는데...이젠 사진이나 마음속 기억으로만 만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꺼멀이 소풍을 떠난 그날로 돌아가 다시 '심폐 소생'할 수 없을까요?...잊혀진 글과 詩처럼 다시 살릴 수 있는 없겠지요?...꺼멀의 명복을 진심을 다해 빕니다.


3년이 지난 지금, 꺼멀의 소식을 들은 그날이 바로 어제 같습니다. 이제 더 늦기 전에 연락이 끊긴 라메쉬 형을 수소문해서 함께 꺼멀의 영혼을 만나러 가고 싶습니다. 언젠가 꺼멀의 묘 앞에 서게 된다면 그 위에 동생이 좋아했던 코카콜라 한 캔 올려놓으려 합니다. 보고 싶은 꺼멀, 저세상에서 잘 살고 있는 거지?...


『나마스떼! 내 안의 신이 꺼멀과 함께 있는 신에게 인사드립니다. 동생 꺼멀, 행복 하렴~』

꺼멀의 네팔 이름과 주소
안나푸르나_좀슴가는 길

https://blog.naver.com/smile_2bu/223670064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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