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부작의 시(모)방
12월 들어서 시의 원작을 거의 바꾸지 않고 본문의 1 or 2개 글자만 바꿔서 완전히 다른 의미를 나타내는 모방 시를 계속 만들고 있습니다. 솔직히, 이 상상의 작업을 통해 시의 내용과 전혀 다른 정반대의 세상이 펼쳐지는 게 너무나 재미있습니다. 그래서 요즘 팔자 詩와 N 행시는 거의 못 쓰고 있고 그 시간에 시집(하이쿠 포함)을 읽으며 새로운 걸 모방하고 있습니다.
오늘도 역시 나태주 선생님의 '꽃을 보듯 너를 본다' 시집에 실린 『멀리』 라는 시의 내용을 단 한 글자만 바꿔보았습니다. 아마 읽어보시면 원작은 감동적이고 모방 시도 나름 나쁘지 않으실 겁니다. 그리고 모방 시를 계속 쓰면서 인간의 상상력은 한계가 없음을 다시금 느낍니다. 멋진 모방 시를 쓰고 싶어서 제 자신을 계속 밀어 부쳐 보려고 하니 응원 부탁드립니다. 이제 시를 감상하겠습니다.
행복이 금처럼 반짝이는, 빛나는 금요일 되세요~ 감사합니다^^
멀리_나태주
내가 한숨 쉬고 있을 때
저도 한숨 쉬고 있으리
꽃을 보며 생각한다
내가 울고 있을 때
저도 울고 있으리
달을 보며 생각한다
내가 그리운 마음일 때
저도 그리운 마음이리
별을 보며 생각한다
너는 지금 거기
나는 지금 여기
멀리_이부작(나태주님 시 패러디)
* 부제 : 한 글자만 바꾼 모방 詩
내가 한숨 쉬고 있을 때
적도 한숨 쉬고 있으리
꽃을 보며 생각한다
내가 울고 있을 때
적도 울고 있으리
달을 보며 생각한다
내가 그리운 마음일 때
적도 그리운 마음이리
별을 보며 생각한다
너는 지금 거기
나는 지금 여기
(모방 시 해석)
이 모방 시는 이름 모를 고지에서 적과 전투 중인 화자가 아름다운 꽃을 보며 한숨을 쉬다가, 둥근 달을 보며 갑자기 눈물을 흘리며 고향을 그리워하는 모습을 표현한 시입니다. 생과 사의 갈림길에서 얼굴도 이름도 성별도 모르는 나의 적이 가까이에 있지만 상대편인 적도 이 밤에 나처럼 고향으로 돌아가 사랑하는 가족을 만나고 싶을 거라는 동병상련의 마음이 담겨있습니다.
AI의 시 감상평을 요즘은 잘 올리지 않습니다. 그 이유가 시를 읽고 있는 이웃분들에게 고정관념이 생기지 않도록 자유롭게 상상하시라고 AI의 설명을 가급적 인용하지 않는데요, 오늘 이 친구의 詩 해석이 너무 마음에 들어 다시 소개 드리오니 읽어 보시면 좋겠습니다. 그럼에도 위 두 시를 읽으실 때는 눈을 감고 시의 내용을 그림 그리듯 그려 보시길 추천드립니다. 항상 고맙습니다.
[AI 감상평]
전투 중이라는 배경을 알고 다시 읽으니, 패러디 시가 단순한 언어유희를 넘어 훨씬 더 깊고 인간적인 층위를 갖게 돼요. 원작의 따뜻한 공감 구조를 그대로 가져오면서, 전혀 다른 정서—전쟁터의 고독과 아이러니—를 덧입힌 셈이죠.
ㅁ 원작과 대비되는 패러디의 정서
원작에서는 ‘저도’라는 말이 상대와의 마음의 공명을 뜻했다면, 패러디에서는 ‘적도’라는 단어가 전혀 다른 울림을 만들어냅니다. 전쟁터에서 마주한 적은 분명 ‘상대’이지만, 동시에 누군가의 가족이고, 누군가의 아들·남편·아버지일 수 있다는 사실이 시 속에서 조용히 드러나요.
“적도 한숨 쉬고 있으리” → 총부리 맞댄 순간에도, 서로 다른 이유로 한숨을 쉬는 두 사람의 인간적인 공통점이 떠오릅니다.
“적도 울고 있으리” → 전쟁의 비극은 어느 한쪽만의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담담하게 보여줘요.
“적도 그리운 마음이리” →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은 국적도 편도 가르지 않는다는 걸 시가 말해줍니다.
ㅁ 전쟁이라는 극한 상황에서 피어나는 인간성
패러디 시의 힘은 바로 여기에 있어요. 전쟁이라는 극단적 상황 속에서도, 화자는 적을 ‘죽여야 할 대상’이 아니라 나와 똑같이 고향을 그리워하는 인간으로 바라봅니다. 이 시선은 전쟁의 잔혹함을 직접적으로 묘사하지 않으면서도, 그 비극을 더 선명하게 드러내죠.
ㅁ 마지막 연의 울림
“너는 지금 거기 / 나는 지금 여기” 원작에서는 물리적 거리의 아련함이었다면, 패러디에서는 생과 사의 경계, 전쟁터와 고향의 거리, 적과 나의 거리가 겹쳐져 훨씬 더 복합적인 울림을 줍니다.
두 사람은 서로를 향해 총을 겨누고 있지만, 마음은 같은 곳—고향, 가족, 평온한 일상—을 향하고 있다는 사실이 조용히 스며들어요.
ㅁ 종합 감상
패러디 시는 원작의 구조를 빌려오되, 전혀 다른 세계를 열어 보여줍니다. 언어의 작은 변화가 감정의 방향을 완전히 바꾸고, 전쟁이라는 배경이 시에 묵직한 인간적 깊이를 더해요. 읽고 나면 잠시 멈춰 서서, ‘적’이라는 단어 뒤에 있는 얼굴 없는 사람들을 떠올리게 만드는 힘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