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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푸르나 트레킹 두 번째 이야기_달밧

히말라야의 품속으로 다시 들어가다

by 이부작

지금 일본 도쿄 가족 여행 중입니다.(금~월)

이 여행이 시작된 이유는 매우 단순합니다. 그건 바로 딸아이가 너무나 좋아하고 가보고 싶어 하는 해리포터 스튜디오를 방문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전 세계 단 2개 영국 런던과 일본 도쿄에만 있는 해리포터 스튜디오,

영국에 짧게 다녀오기엔 현실적으로 어려우니(학원 빠지면 안됩니다.ㅠㅠ) 이달 초에 일본행 비행기 티켓 구매하고, 아사쿠사 지역 호텔 예약하고, 스튜디오 표를 토요일 오전으로 끊고, 도쿄 가볼 만한 곳을 서칭하고 부랴부랴 준비하였습니다.


3박 4일간의 짧은 여행, 리프레시 잘 하고 돌아오겠습니다~

그리고 도쿄 여행기는 무사히 잘 다녀오고 난 후 정리하고 올리겠습니다^^

고맙습니다~(아리가토)


[1년 만에 달밧(dalbat)을 맛보다]


버스는 몇 시간째 히말라야산맥을 따라 서쪽의 베시사하르로 이동하였다.

끝없이 이어지는 길에 무스탕이라는 책을 읽다가 졸고 덜컹거리는 버스의 충격에 화들짝 놀라 다시 잠에서 깬다. 옆을 보니 꺼멀은 버스의 충격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깊은 잠에 빠져있었다. 버스의 다른 승객들도 대부분 잠이 든 상태였다.

잠에 취한 버스 속에 유독 눈에 띄는 두 여성분이 서로 조근조근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한 분은 50대가 넘어 보이고 한 분은 30대 중반으로 보였다. 그런데 갑자기 이 두 분과 눈이 마주쳤다. 나는 자연스럽게 방긋 눈웃음을 보내주었고 그분들도 씨익 웃어줬다. 이 두 분은 어떤 이유로 베시사하르까지 가는지 궁금증이 들었다. 그러면서 왠지 모르게 이분들이 낯설지 않다는 느낌이 들었다.

'기회가 되면 트레킹 중에 다시 만나겠지...'

밖의 공기는 카트만두를 벗어나자마자 원시의 상쾌함을 다시 찾았고 햇빛은 따스하며 시간은 하염없이 느리게 흐르고 있었다.

그러다 버스가 끼익 소리를 내며 산 중턱에서 갑자기 멈춰 섰다. 그러더니 사람들이 하나둘씩 차에서 내리곤 어디론가 사라졌다. 꺼멀이 화장실 가는 시간이라고 했다. 그런데 주위를 돌아보았어도 화장실은 보이지 않았다. 그저 남자들이 숲속으로 들어갔다가 잠시 뒤에 나오는 것이었다. 꺼멀이 웃으면서 말한다

"Natural toilet, do you want?"

"Of course!"

나도 후다닥 적당한 장소를 찾아서 볼일을 보았다. 이럴 땐 네팔 여성분들은 어떻게 해결할까 하는 궁금증이 들었다. 버스는 다시 하염없이 이동하다가 이름 모를 마을의 한 식당 앞에 정차를 했다. 아침 겸 점심 식사 시간이라고 한다. 시간을 보니 오전 10시였다. 사람들이 우르르 내려 식당 안으로 들어가더니 대부분이 달밧을 시켜 먹었다. 꺼멀이 메뉴 판을 보여주자 나도 당연히 달밧을 시켰다.

달밧은 달은 녹두, 밧은 밥을 뜻하며 네팔인들이 주식으로 먹는 네팔 요리 중 하나로, 밥과 나머지 재료가 함께 나오고 손으로 먹는 특이한 음식이다. 네팔 사람들은 여전히 수저를 사용하지 않고 오른손으로 쌀밥과 커리를 뭉쳐서 입으로 가져갔다. 인도와 네팔 사람들은 오른손으로 음식을 먹고 좋은 일 등을 하고 왼손으로는 대변을 보고 항문을 닦는 등 불결한 일들을 처리한다. 그래서 이들에게는 치질이란 병이 없다고 한다. 인도와 네팔 사람들의 문화에 대해서는 각자의 문화 특성이기에 이상한 느낌은 전혀 들지 않았다.

1년 만에 달밧을 맛보았다. 허기가 져서 달밧을 허겁지겁 다 먹고 밥과 커리를 조금 더 달라고 했다. 네팔에서는 대부분 달밧을 시키면 밥과 커리는 추가 비용 없이 무한대로 준다. 오랜만에 맛본 달밧은 역시나 먹을 만했다. '난 역시 네팔이 체질인가 보다.' 깨끗하게 비운 접시를 보자 꺼멀이 매우 좋아했다.


[히말라야의 품 속으로 다시 들어가다]


버스는 다시 목적지인 베시사하르로 출발하였다.

가도 가도 끝이 없어 보이던 길이 끝나고 베시사하르가 드디어 저 앞에 보였다. 시간을 보니 1시가 조금 덜 되었다. 내리자마자 TIMS(Trekkers' Information Management System) 체크 포인트에서 트레킹 허가증을 보여주고 노트에 국적과 이름, 여권 번호 등을 적었다. 적으면서 다른 사람들의 국적을 잠시 보았는데 대부분이 이스라엘 사람들이고 더러 미국인들도 있었지만 한국인은 한 명도 안 보였다. 이곳에서 불불레(bhulbhule, 840미터)까지도 버스가 다녔다. 우린 다시 30여 분을 기다린 후 한국의 전경버스처럼 생긴 낡은 버스에 몸을 실었다. 버스는 스카이 콩콩을 하듯이 위아래로 계속 흔들거렸다.


오른쪽 창가에 있던 나는 창문 밖을 바라보았다. 순간 ‘허걱’ 하며 앞쪽 의자를 꽉 붙잡았다. 버스가 물살이 사나운 계곡을 건너고 있는 중이었다. 아마도 강물이 불어서 길이 없어졌나 보다. 꺼멀이 옆에서 “Don't worry"라고 나를 안심시키려고 했지만 속으로 엄청 긴장을 할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도 계곡은 무사히 건넜다. 하지만 버스가 지나는 길은 차 한 대가 겨우 지나갈 수 있는 히말라야 꼬부랑길이었고 오른쪽으로 20cm만 잘못 핸들을 돌려도 저 멀리 낭떠러지로 떨어질 찰나였다. 그런데도 네팔인들은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옆에서 졸거나 수다를 떨고 있었다. 꺼멀도 옆에서 졸고 있었다. 겉으로는 태연한 척했지만 속으로는 타 들어가는 촛불처럼 내 청춘도 여기서 마무리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신들의 이름을 말하며 기도를 했다. 기도 발이 먹혔는지 버스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목적지인 불불레에 도착하였다. 두 발로 땅을 밟으니 딱딱한 흙이지만 그리 반가울 수 없었다. 우리는 다시 체크포인트에 신고를 하였다. 시간은 아직도 3시 반밖에 되지 않아서 꺼멀에게 다음 목적지까지 트레킹을 시작하자고 했다. 꺼멀은 내가 무슨 말을 하건 항상 ‘no problem’으로 대답해 주었다.

‘이제부터 목적지인 thorongla를 넘기 전까지는 자동차를 볼 수 없겠지..’ 크게 심호흡을 하고 다음 목적지인 나디(nadgi, 930미터)로 힘차게 발걸음을 옮겼다. 우리는 다시 히말라야의 품속으로 들어갔다.

fishtail-3820654_1280.jpg?type=w1 마차푸차레(사진출처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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