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한 블로그의 글을 보았다. 나와 비슷한 일을 하는 연구자로서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었지만, 그는 유명한 해외의 과학 유튜브를 한글로 옮기는 작업도 하며, 꾸준히 본업도 실천해 나가는 스스로 자신의 삶을 개척해 나가는 사람이었다. 뭔가 남들이 보기에는 '굉장히 쓰잘대기 없는 것을 하는 사람'처럼 느껴질 수도 있었겠지만, 내가 보기에는 너무나도 멋졌다. 스스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일궈나가면서도, 관심 있는 분야를 꼼꼼히 파고드는 모습이 너무 인상 깊었다. 뭔가 나와 다르게 온전히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아나가는 사람으로 보였다. 나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었다.
어릴 때에는 참 나서는 것을 좋아했던 것 같다. 초등학교 3학년 이후로 꾸준히 반 회장을 해 오면서, 학교 선생님에게 반 전체 학생 대신에 혼나기도 하고, 또 언젠가는 선생님이 나에게 과하게 기대는 일도 있었다. 물론 나이가 들면서 회장이라는 것이 대학 수시 입학을 위한 존재가 되고 나서부터는 누군가 앞에 나서서 어떤 일을 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도 존재했고, 가끔은 내가 그러한 책임감으로부터 많은 스트레스를 느낀다는 것을 알게 되어 대학 이후의 나는 그런 자리는커녕 앞에 나서서 어떤 일을 하는 것 자체에 많은 부담감과 스트레스를 안고 살았던 것 같았다. 막상 일을 맡으면 책임감을 가지고 열심히 해 나가지만, 나 자신에 대한 불안감과 걱정 때문인지 생겼던 스트레스는 내 삶을 파괴하기도 하고, 남들에게 피해를 주기도 하면서 무너져 내렸다.
그런 일들이 반복되면서, 나는 나 스스로조차 제대로 챙기지 못하는 사람이 되어가고 있었다. 책임지고 최선을 다하기보다는 온갖 변명을 대면서 나는 이런 것을 하고 싶지 않은 사람이야 라고 외치며 살고 있었다. 무너지는 내 모습을 보며 동료들도 많은 실망을 했을 것이다.
지금 다시 돌이켜 보면 어쩌면 조금 많은 중압감을 가지고 살아온 인생 탓도 있는 듯하다. 어릴 적 한창 사춘기를 겪어야 할 나이에 아버지가 회사에서 나오게 된 탓일까, 나는 어릴 때부터 내가 여기서 무너지면 모두가 무너진다는 생각을 가지고 살아왔다. 어쩌면 공부에 그렇게 매진했던 이유, 그리고 그 덕에 지금 번 아웃이 너무 자주 찾아오는 이유도 그런 이유 때문인 것 같다. 마음속에 드러났던 감정들을 속에 담아두고 사는 것이 익숙해진 지금, 내면에서 찾아오는 우울감을 무시한 채 살아온 덕에 몸도 마음도 병들어 가고 있다. 내 주변 사람들은 내가 지금 굉장히 예민한 사람이고, 이제는 책임감이 부족한 사람으로 여길지도 모른다. 맞는 말이다. 지금의 나는 그리 좋은 상태가 아닌 듯하다.
그렇다고 단순히 책임감이라는 일념 하나만으로 내 인생을 잘 헤쳐나가는 것은 무리가 있다. 너무 오랜 기간 내 감정과 내 건강한 신체를 방치한 탓인지, 좋지 않은 습관들은 계속 나를 덮쳐오고, 당장 하루하루 일어나는 일에 적응하는 것만으로도 벅차다. 쉼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지만, 마음속에 짐처럼 느껴지는 당장 앞으로 해야 하는 일들을 떠올리면 잠이 오지 않아 가끔은 술에 의존해서 잠을 청한다. 오늘은 유난히 잠이 오지 않는다. 그러다 갑자기 발견한 그 유튜브가, 그 사람이 나를 돌이켜보게 했다.
나는 내 삶을 주도적으로 살아가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지금은 대답하기 어렵다. 앞으로 뭐가 일어날지도 모르는 세상 속에, 내 삶을 던지는 것을 꾸준히 하고 있는 지금 주도적이라기보다 닥쳐오는 스트레스를 어떻게 견뎌야 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주도적으로 살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항상 모든 것을 100% 완벽하게 해 낼 수는 없지만, 내가 가는 길이 남들과는 다른 만큼, 내가 선택한 것들이 조금이나마 나에게 의미 있는 것들이 되게끔 살아가고 싶다.
어쩌면 앞으로 더 많은 도전을 맞이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 과정에서 분명 쓸려나가고 고통에 몸부림치겠지만, 오히려 내가 그동안 겪어왔어야 할 것들을 늦게 겪는다고 생각하면 조금이나마 안도가 되는 듯하다.
나도 그렇게 살고 싶다. 나도 내가 주도적으로 내가 좋아하는 일들에 집중하면서 프로젝트와 목표를 내가 설정하고 관리하면서 내 인생을 던져가면서 살아가고 싶다. 남들이 불가능하다고 하는 일에 목숨을 걸고 도전하면서 결과와 상관없이 100% 몰입해서 살아가는 그런 인생을 살아가고 싶다.
이 끝에 무엇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의 스트레스를 잘 이겨내고, 미래에 조금이나마 나는 인생을 살아내었다고 말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길 원한다.
삶은 언제나 많은 시련을 준다. 방황하는 사람이 그 방황 끝에서 깊은 내면의 동기를 찾아가는 것 처럼, 지금의 내가 힘들다고 느끼는 이유는 내가 나 스스로를 조금 더 깊게 관찰하고 싶다는 욕망 때문일 지도 모른다. 그 누구도 미래는 어떻게 될거야 라고 말 하지 못한다. 하지만, 나는 내 미래가 그다지 밝지 않더라도 온전히 살아가고 싶다. 누가 정해준 길이나, 누군가가 만들어 놓은 꿈이 아니라, 내가 설정하고 내가 이뤄가는 미래와 꿈을 따라갈 것이다.
지금이 시작이다. 어쩌면 그동안 항상 수동적으로 결정해오던 내 삶에 가장 주도적으로 살아가는 지금, 내가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것은 당연할 지도 모른다. 결국 내가 선택한 것인 만큼 스트레스도, 책임감도 크겠지만, 온전히 살아가고 있다는 것, 그리고 조금은 성숙해져가고 있다는 것에 많은 위안을 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