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로는 아무런 중요성도 없다는 것을 곧 깨달았던 것이다.
노벨 문학상을 탔던 작품이라기에, 또 유튜브 '너진똑'에서 스쳐가듯 본 기억이 있기에 책을 펼쳐 들었으나 쉽게 읽히고 다만 어려운 책이었다.
아, 먼저 글을 시작하기 앞서 이 글은 책에 대한 해설을 주로 하고자 작성된 것이 아니며 나 역시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고, 나아가 카뮈의 철학을 다루고자 쓰는 것이 아닌 그저 한 사람이 읽고 든 생각을 위주로 작성한 내용임을 알아두었으면 좋겠다. (시지프 신화를 읽어야 어느정도 이해할 수 있다기에, 읽을 책 한 권이 또 늘었다.)
처음 책을 펼처들면 주인공 뫼르소가 요양원에 보냈던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가는 것으로 내용이 시작된다. 그는 일반적 시선으로 보았을 때 이해하기 힘든 행동들을 반복한다. 먼저 어머니를 요양원에 보낸 뒤 왕복 2시간이 귀찮아서 한 번도 찾아가지 않았고, 나이도 모르며, 시신을 확인해보지도 않는다. 눈물은커녕 책에서 펼쳐지는 그의 속마음은 대체로 귀찮음과 무신경함, 그리고 덥다, 힘들다 등의 1차원적 기분 위주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보편적 인간다움은 상실한, 무관심 그 자체의 인간. 굳이 분류하자면 소시오패스이다.
이 이후로 서사에 따라 주변은 계속 변화하지만, 그의 삶에 대한 태도는 대체로 일관적이다. 어머니의 장례를 치른 다음날, 욕정이 끌어올라 여자와 정사를 즐기기도 하며, 함께 희극 영화를 보고, 레옹이라는 건달의 부탁에 딱히 거절할 이유가 없어서 범죄를 돕기도 한다.
그의 행동의 근거는 대부분 명확하다. 딱히 거절할 이유가 없으면 진행한다. 왜냐하면 삶의 대부분은 아무런 중요성도 없기 때문이다. 그의 연인 마리가 '결혼하자'라고 하는 말에 알겠다고 대답한다. 하지만 사랑하느냐는 질문에는 아닌 것 같다고 답한다. 그의 집 다른 층에 살고 있는 할아버지의 부탁도 들어주고 조언도 하는 한편. 자신을 향해 칼을 겨눈 남자를 총으로 쏴서 죽이기도 한다.(칼을 겨눠서 죽인 게 아니다. 강하게 내리쬐던 햇빛이 더 큰 이유였다.) 보편적 선과 악은 그의 생각과는 거리가 멀다. 사회적 시선이나 분위기는 전혀 중요하지 않으며 그저 무신경한 태도로 행동을 진행한다.
내 눈으로 봤을 때, 뫼르소의 행동원칙 자체가 이해되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별로 나에게 중요하지 않은 사람일지라도 딱히 할 일이 없고 거절할 이유가 없으면 들어준 적이 있었고,(물론 선악을 생각할 이유조차 없는 간단한 일들이었지만.) 중요하고 소중한 사람의 일일 지라도 귀찮은 마음에 거절한 적도 있었다. 다만 조금 다른 점이라면, 그 행동의 결과가 어떤 차이를 만들어 낼지에 대해서는 끊임없는 가치판단을 했으며, 타인의 시선을 걱정하였고, 그래서 나와 타인의 감정을 헤아려 보는 것에 다름이 있을 것이다.
그래서 뫼르소를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만약 타인의 시선을 일절 신경 쓰지 않는 사람이 세상에 존재한다면 그가 아닐까? 인간의 육체를 가지고 태어난 터라 욕정이나, 흡연 욕구, 피로, 귀찮음 등은 남아 있지만, 사회적 시선과 분위기, 타인과의 교류의 일부로 여겨지는 선한 마음이나 타인에 대한 공감등은 사라진 기계적 인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에 법정에서 뫼르소를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와, 선교자의 모습 또한 기억에 남는다. 인간은 여타 다른 동물과 다를 바 없는 생물학적 기계라는 의견 또한 지배적인 현 세상에서 바라볼 때, 뫼르소는 타인과 소통하고 공감하는 기능이 부족한 생명체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본인 그리고 다른 사람들을 그런 시선으로 바라보지 않는다. 보편적(가끔은 자신만의 것일 때도 있지만) 선과 악의 개념을 믿고 따르며 그러지 못한 사람들을 '이방인'으로 규정한다.(남녀갈등, 종교분쟁, 이념전쟁 등도 같은 맥락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사람들은 법정의 주요 주제로 다루어져야 할 살인사건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사람으로서의 인격 결여라는 측면에서 뫼르소를 대한다. 그가 한 행동은 중요치 않다. 그가 한 행동의 원인이 분명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이를 살피기 위해 변호사는 노력하지만 뫼르소가 한 행동에는 일반적인 사람이 생각하는 동기가 존재하지 않는다. 이를 보며 사람들은 두려움을 느낀다.
최근 많은 영화에서 빌런들의 서사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스토리를 많이 가져오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는 '아무 이유 없이 사람을 죽이고 다닐 리 없어'라며 사람들이 가지는 무지에 대한 두려움을 잠재우기도 하며, 서사가 있는 캐릭터가 훨씬 사람들의 공감을 유도하고 매력적으로 느낄 것이기 때문이라 짐작한다. 우리는 우리가 이해하지 못하는 것들에 이유를 부여한다. 앞서 내가 말한 '소시오패스'라는 단어 역시 우리가 이해하지 못하는 무언가를 규정하고 인정했을 때 그것에 대한 두려움이 조금이나마 사라지기 때문에 지어진 단어라고 나는 생각한다.
여기까지 생각하면 한 가지 의문이 든다. 만약 통상적인 시선으로 봤을 때 정신적 결함이 존재한다고 믿어지는 뫼르소에게 죄가 있는가?(정말 그에게 결함이 있는 것은 맞는가? 그건 누가 결정하는가?) 역사를 돌이켜봤을 때, 인간은 끊임없는 학살을 진행해 왔고, 이는 이유 혹은 정당성이 존재하는가 여부에 의한 차이가 있을 뿐 사실 물질적, 결과적으로 큰 차이는 없다고 볼 수 있다. 마찬가지로 뫼르소가 사실은 사이비 종교를 신봉하고 있었다던가, 어릴 때 머리에 큰 외상을 입어 문제가 생겼다던가 하는 이유를 붙여주기만 해도 어쩌면 재판의 결과는 달라졌을 수도 있다. 즉 재판의 결과(사형)는 뫼르소의 잘못에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닌, 이를 지켜보는 사람들의 두려움을 잠재우고자 하는 하나의 행동으로 보인다.
나아가 선과 악, 옳고 그름은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고, 시대와 문화에 맞춰서 끊임없이 변화해 온 개념이다. 뫼르소가 살던 시대가 아닌 과거 시대였다면 오히려 남성적인 면을 부각해 그를 우상화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대체 선은 뭐고 악은 뭔가? 대체 '인간다움'은 뭐고 우리가 믿는 여러 생각들 중 진실되고 참된 것은 있을까? 과연 세상에 공정함은 있는가? 어쩌면 그런 것들은 여러 사람이 믿고 있어 사회적인 시선이 걱정되어 우리 스스로 가치체계를 바꾸어놓은 결과물은 아닐까?
다만 뫼르소는 자신의 행동에 이유를 구태여 붙이지 않았고 정당화하지 않았다. 그는 끝까지 그 스스로에서 우러나온 진실만을 답하였다. 장담컨대 만약 무인도에서 뫼르소가 태어났다면 그는 악한 자도 착한 자도 아니었으리라.
생각해 볼 것들이 많은 책이라 기회가 된다면 카뮈의 다른 책도 접해본 뒤 다시 돌아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