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채 신입이 팀장이 되기까지: 18년의 기록을 시작하며

수도권 4년제, 토익 830점... 그래도 여의도 문은 열렸다

by Nolan Kim

요즘은 이직을 하는 것이 자신의 능력을 입증하고 몸값을 키우는 길이라는 주장이 많다. 그런데 그건 어디까지나 한 곳에 뿌리내리지 못한 철새들의 주장이라고 생각한다.


첫 글 초반의 내용이 너무 공격적인가? 그렇다면 죄송하다. 나는 죄송하다는 말이 입에서 잘 나오는 편이다. 그래서 이것도 빠른 사과를 하고자 한다. 내 주장이 불편하다면, 당신의 생각이 맞을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내가 보고 목격한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내가 경험한 이야기는 수도권 4년제 대학교를 나와 여의도 증권사에서 팀장까지 올라간 사람의 이야기다. 누군가는 나의 이야기에 힘을 얻을 것이라 생각해서 용기를 얻어 글을 써보고자 한다. 나의 생각이 물론 100% 정답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내가 틀릴 수도 있다. 그리고 삶 대부분에서 틀린 적이 많았던 거 같다. 특히나 와이프의 주장은 항상 옳았다. 내비게이션의 말과 와이프의 말은 항상 옳은 게 정설이다.


이야기가 다른 곳으로 샐 것 같아서 대학교 때 이야기부터 시작해보겠다.




수도권 4년제 대학생의 금융권에 대한 동경

왜 금융권에 동경이 커졌는지 지금은 가물가물하다. 그러나 한 가지 명확한 사실은 경제학을 좋아했다는 점이다. 경제학을 부전공으로 했는데, 나의 주전공보다 더 성적이 좋았다. 특히 ‘맨큐의 경제학’은 내가 처음으로 상을 펴고 예습과 복습을 하게 만든 책이다. 대학교에서 처음으로 예복습을 시작했다는 사실이 참 아이러니하지만, 나는 그랬다. 지금 생각해도 별나긴 하다. 그래서 나의 꿈은 거창하게도 ‘애널리스트’였다. 그런데 증권사의 애널리스트는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었다. 물론 그 때도 내가 안 될 걸 알았다. 그래서 일단 증권사에 취업하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삼았다. 그리고 무모하게도 도전을 계속 이어나갔다.

image.png 그레고리 맨큐. 땡큐!




무모한 도전과 단 한 번의 기회. 8 mile?

증권사에 계속해서 입사서류를 제출했지만, 줄줄이 낙방했다. 어느 하나도 붙지를 않았다. 너무 속이 타서 은행이나 지역의 저축은행에도 써봤지만, 결국 다 낙방했다. 자신감을 잃어가고 있었지만, 도전은 계속 이어갔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무모했던 도전이었다. 내가 가진 건 3.78의 학점과 토익 830점 그리고 증투사와 파생상품투자권유인이 다였다. 요즘 증권사 취업을 노리는 분들의 스펙에 비하면 정말 보잘것없지만, 그 때는 자신감이 무척 컸다. 왜 나를 안 뽑느냐고, 왜 나 같은 좋은 사람을 뽑지 않느냐는 불만이 쌓여갔다. 그러다가 기적처럼 딱 한 곳의 증권사에 서류가 붙었다. 그리고 예상하겠지만, 그곳이 아직도 내가 다니고 있는 회사다. 딱 하나의 기회. 나는 기회를 잡았다. 영화 8마일의 에미넴처럼 말이다.


You only get one shot, do not miss your chance to blow (기회는 한 번뿐, 날려버리지 말아)

This opportunity comes once in a lifetime, yo (이런 기회는 인생에 단 한 번뿐이니)


요요! 그렇다. 기회를 잡았다. 그리고 보기 좋게 합격했다. 그 때의 기쁨은 아직도 생생하다. 그 때 나의 여자친구(지금의 내 와이프)도 예지몽을 꿀 정도였다. 이렇게나 취업이 중요합니다! 여러분!!

image.png 노력하여 랩 찌질이가 되지 말자(출처: 나무위키)

내 전 여자친구(와이프)의 예지몽은 참 소박했다. 내가 신고 있는 구두에 핑크색 리본이 달려 있다고 했다. 참고로 와이프가 제일 좋아하는 색은 옅은 핑크색이다. 그게 내 구두에 달려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게 뭐냐고 나에게 물어봤더니, 아무 말 없이 내가 웃었다고 한다. 어머니도 꿈을 꾸셨는데, 흑룡이 여의주를 물고 올라가는 꿈을 꾸었다고 한다. 참… 누가 들으면 과거 시험에 급제라도 한 거 같겠다.


참고로 수많은 자기소개서를 쓰면서 느낀 점이 있다. 한번 잘 써놓은 글을 그대로 계속 쓰면 안 된다는 점이다. 참고로 내가 시작했던 자소서의 시작 부분을 다른 4학년 학생이 똑같이 쓰고 있다는 점을 보고 큰 깨달음을 얻었다. 남들과 똑같은 평범한 좋은 글을 계속 쓴다면 서류 합격은 힘들다는 것이다. 지금은 합격 패러다임이 많이 바뀌었을까?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글은 그 사람의 생각을 대변하고 지식을 측정하게 해준다. 그러니 남들과 다른 글을 써야 한다. 서태지가 느꼈던 창작의 고통을 느껴야 한다. (물론 서태지 음악의 대부분은… 뭐 여기까지만 하자)




면접에서는 '쇼미더머니' 처럼

면접에서는 신내림이 왔던 거 같다. 말을 하고 있는데, 진짜 말이 기가 막히게 술술 나왔다. 쇼미더머니에서 목걸이를 뺏기는 랩찌질이가 아니었다. 랩몬스터? 랩지니어스? 진심 대단했던 거 같다. 면접을 보고 싶었던 내 욕구의 한을 풀듯이 내 말을 쏟아냈던 거 같다. 내 옆에 앉아서 같이 면접을 본 동기가 나중에 나에게 말해줬던 사실이 있다. “왜 이렇게 말을 잘하냐. 솔직히 자기는 면접을 많이 봤는데, 이 정도로 말 잘하는 사람은 처음이야.”


써놓고 보니 알 깨고 나온 김알지 같다. 좀 창피하지만, 그리고 양념도 들어갔겠지만, 사실은 사실이다.


면접에 꿀팁을 이야기해주자면, 면접에 관한 책은 꼭 한 권 이상 보자는 것이다. 의외로 면접에서 하지 말아야 하는 말을 그대로 하는 친구들이 참 많다. 1차 면접에서 떨어졌던 내 옆에 앉아있던 친구(?)는 면접관이었던 팀장님이 유도하는 질문에 정확히 걸려들었다. 다른 회사에 취업하면 다른 곳에 갈 수도 있겠네요? 라고 물었더니. “네”를 말했다. 세상에나! 그리고 평소에 자기만의 철학을 확고히 할 필요가 있다. 자기만의 개똥철학 말이다. 생각 없이 사는 사람이라는 인상이 풍겨지면 그렇게 사람이 멍청해 보일 수 없다. 그러니 어떤 이슈에 대해서도 자기만의 철학을 세워두자. 그리고 그 철학을 쏟아지는 질문에 맞게 응용해서 대답하면 된다. 그러면 상당히 뭔가 있어(?) 보이는 사람이 될 수 있다.


대학전쟁을 보면서 참 똑똑한 친구들이 많다고 느끼는 요즘이다. 그런데 왜 내 주변에 같은 대학을 나온 사람들은 그렇지 않을까? SKY를 나오고 정말 똑똑한 사람들은 연구소에 있거나, 박사가 되어 대학교수가 되었거나, 아니면 나랏일을 하고 있어서일까? 솔직히 아직도 의문이긴 하다.




학벌에 대한 자기 검열은 그만

결국, 학교가 나쁘다고 너무 의기소침해 하지 말자. 그만큼 면접을 잘 보면 된다. 물론 지속적으로 떨어지는 서류 때문에 상실감이 크겠지만, 한 번의 기회는 온다. 그 기회를 잡을 수 있도록 내공을 쌓아야 한다. 오히려 명문대학 출신이 아니라는 점은 면접에서 이점이 된다. 면접관의 기대치가 높지 않기 때문이다. ‘어랍쇼? 명문대가 아닌 친구가 말을 잘하네? 요것 봐라?’ 이러면 성공이다. 그렇게 나는 합격했던 것이다.


그리고 또 한 가지. 혹시나 면접관이 압박질문을 한다면, 쿨하게 인정하자. 그리고 그게 나의 약점이기 때문에 그 약점을 극복하려고 평소에도 이런저런 노력을 하고 많이 좋아졌다라는 논리를 펴자. 괜히 아니라고 악을 쓰고 면접관과 싸우지 말자. 면접관은 어떻게 해서라도 나를 떨어뜨리려는 사람이다. 내가 욱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기쁨에 찬 나머지 맘 속으로 ‘탈락’을 외칠 것이다.


그렇게 나는 수도권 4년제를 나와서 증권사에 취업을 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모질게 잘 버티고 있다. 이렇게 버티면서 느낀 점을 앞으로도 간간이 적어 보겠다.


누군가에게 큰 힘이 되길 바라며 취업 성공기를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