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명문대생을 위한 마인드셋
학벌이 다는 아니지만, 무시할 요소는 아니다. 나의 첫 글을 보고 ‘역시 학벌은 아무것도 아니네.’라는 생각을 갖는 분이 있을까 봐 걱정되어 적어본다.
학창 시절 ‘야간 자율학습’을 하면서 문득 옆의 공부 잘하는 친구를 살펴본 적이 있다. 진짜 총명탕을 먹은 듯 눈이 반짝반짝 빛나고 있더라. 나는 옆에 앉아서 스타크래프트 저그의 테크트리를 학습(?)하고 있었는데 말이다. 그걸 지켜본 그 친구는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야, 공부나 해”
공부는 어렵다. 그리고 우리나라는 그 공부를 누구보다 열심히, 잘한 친구들이 소위 명문대에 진학하는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에 따라 기업 인사팀은 ‘취업 준비생’들을 편하게 분류(S급부터 C급까지)할 수 있다. 이런 구조 자체를 무시하면 안 된다. 공부를 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공부? 쉬운 거 아니다. 그걸 열심히, 누구보다 잘했다면 충분히 인정해야 한다. 그리고 그들(명문대 졸업생)이 더 많은 기회(면접 등)를 받는 사실에 대해 불공평하다고 말하는 것이야말로 ‘불공평’한 생각이다.
학벌은 그 사람의 19세까지의 노력만 평가할 수 있는 지표다. 100세 시대에서 우리나라는 19세까지의 지표로 나머지 80년의 기간을 평가한다. 명문대에서 평범하게 공부하고 일반적인 학점을 받은 ‘그들’에 비해 대학 4년 동안 끊임없는 자기계발을 한 비명문대생에겐 박한 평가를 내린다. 그리고 그 평가는 일반적인 회사에서 ‘팀장’의 자리까지 유지될 수 있다.
“OO팀장은 왜 팀장이 된 거야?”
“OO대 출신이래. 나도 몰랐어.”
“헐. 대박, 그런데 왜 저래?”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저런 대화를 생각보다 자주 듣게 된다. 즉, 팀장이라는 자리까지 올라가기 어려움에도 그들은 손쉽게 차지하는 경우가 있다. 이건 불공평한 처사다. 그리고 그들은 저녁 술자리에서 언제나 고등학교 때까지의 이야기만 한다. 내가 어떻게 대학을 들어갔는지, 그때의 내가 얼마나 똑똑했는지 말이다. 지금의 나에 대해서는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지금의 내가 어떻게 발전하고 있는지,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요즘 감명 깊게 읽은 책은 무엇인지… 노코멘트다. 현실에 안주하지만, 19세까지의 노력으로 지금까지 편하게 올라간 그들이 때론 얄미워 보이기까지 한다. (물론 계속해서 노력한 명문대생은 어나더 레벨이 되어 있으니, 여기서는 논외로 하자)
HR. Human Resource. 인간을 ‘인적 자원’이라고 간주하는 인사팀의 팀장이 되었다고 생각해보자. 다음의 두 명 중에서 누구를 면접 보고 싶을까?
A: 서울 명문대학교 출신 / 학점 3.5
B: 서울과 가깝지만 서울이 아닌 수도권 대학교 출신 / 학점 3.7
인사팀의 입장에서는 ‘역선택’이 가장 두렵다. 즉, 지원자의 진짜 실력을 알 수 없기 때문에 저 지원자가 ‘Lemon’인지 ‘Cherry’인지 알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런 불안함을 가장 줄여주는 방법은? 이미 잘 알겠지만, A를 선택하는 것이다. ‘19세까지 열심히 공부하고 똑똑한 녀석이니, 우리 회사 들어와서도 평균 이상은 하겠지…’라는 막연한 기대와 함께.
명문대생이 19세까지의 노력으로 ‘취업 베네핏’을 받는 것은 쿨하게 인정하자. 그렇다고 항상 루저의 인생으로 살자는 말은 아니다. 역전할 수 있는 비장의 무기를 만들어야 한다. 일단, 대학 4년 동안 자신만의 포트폴리오를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취업에 성공하고 나서도 지속적으로 ‘자기계발’을 해야 한다. 전문 자격증도 좋고 대학원도 좋다. 무엇이든 지속적으로 공부하고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 대학 4년 동안 아무 생각 없이 저녁이면 술을 먹고 학점 잘 주는 수업만 듣지 말자. 내가 진출하고 싶은 분야를 빨리 정해서 그 분야에서 경쟁할 ‘그들’과의 비교를 통해 자신만의 무기를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19세까지의 노력과 성과가 부족했음을 인정하고 그 이후에는 그들을 따라잡을 방법을 모색해야 하지 않을까? 나에게는 기회조차 주지 않는다고 한탄하고 포기하고 술만 마시면? 전형적인 비명문대생의 삶을 살게 되는 것이다.
명문대 출신으로 편하게 팀장까지 올라가서 매일 무협지(무협지 자체를 폄하하는 건 아닙니다)를 보고 있던 A팀장이 있었다. 증권업계 회의를 같이 가거나, 다른 그룹사 직원들과 회의가 있을 때 A팀장과 같이 가면 창피함은 나의 몫이었다. 어떻게 저런 사람이 계속 팀장을 할 수 있는지, 명문대 출신이 그렇게 대단한 업적인지 회의감이 들었다. 결국 그 팀장의 말로는 새드엔딩이었다. (얼마 가지 않아 팀장 자리에서 보직 해임되었고 희망퇴직 대상자가 되어 쓸쓸하게 회사를 떠났다) 비록 극단적인 예시지만, 회사도 지속적으로 변해가고 있어서 이런 ‘Lemon’을 빨리 솎아내고 있다. 썩은 귤을 박스에 같이 담아두면 다른 멀쩡한 귤도 썩기 마련이니까. 회사의 인사팀도 다 계획이 있다.
그러니 우리가 발전하면 된다. 비록 기회는 적지만, 그 기회에서 자신의 능력을 입증하고 지속적으로 발전하면 충분히 역전이 가능하다. 토끼와 거북이의 경주처럼 처음 뒤쳐진 상황을 충분히 만회할 수 있다. 의외로 대학 졸업 이후에 토끼처럼 낮잠을 자고 있는 명문대생이 많다. 지속적인 자기계발을 통해 자기 능력을 ‘우상향’ 시키면 정체하고 있는 그들의 능력을 추월하는 골든 크로스 시점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지금까지의 나의 이야기를 보고 한 명이라도 두근거림을 느꼈으면 좋겠다. 다음 이야기에는 사회 초년생이 범하기 쉬운 ‘실수’에 대해 이야기해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