뱃살 공주에게 간식은 독이다.
아기 때부터 입맛이 너무 좋았던 우리 딸. 분유도 한 병 뚝딱, 이유식도 한 그릇 뚝딱 잘도 비워댔다. 밥맛도 너무 좋아서 반찬 투정 없이 밥 한 공기도 뚝딱 잘 먹었다. 내 배 속에 있던 작은 아기가 이제는 엄마보다 더 먹는 귀엽고 사랑스러운 뱃살 공주가 되었다.
그런데 여자아이는 마냥 잘 먹고 잘 큰다고 다가 아니었다. 여자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이라면 모두가 걱정하는 성조숙증이 문제이다. 딸 친구 엄마들도 만 7세 되기 전 (즉, 초2 생일 전)에 하나둘 병원에 다녀왔다. 어느 날 갑자기 쑥 크면 의심이 된다더라. 그러고 보니 우리 딸도 또래들보다 키도 크고 덩치도 큰 것 같았다. 내 눈에는 마냥 아기 같던 우리 딸이 언제 이렇게 자이언트베이비가 되었나 싶었다. 걱정되고 급한 마음에 병원 진료 예약을 해놓았다. 그때부터 딸에게 잔소리가 시작되었다. 입이 심심하면 들락날락하던 간식 창고에 못 들어가게 하고, 틈만 나면 기웃거리던 냉장고 앞에서 되돌려 보냈다. 급기야 저녁 식사 시간에 떠 준 밥을 다 먹고도 고기반찬을 계속 집어 먹는 딸에게 먹지 말라고 말렸다.
엄마의 폭풍 감시와 잔소리를 견디다 딸도 못 참을 지경이던 순간이 되었나 보다. 딸이 학원 끝나고 언제 어디서 사 먹었는지 모를 과자를 들고서 해맑게 집에 온 날이었다. 나도 모르게 불쑥 ‘엄마’하고 안겨 오는 딸의 두 팔을 뿌리치고 화부터 내게 되었다.
“너 엄마가 간식 많이 먹으면 안 된다고 했지! 너 병원 가서 검사받아야 하는데 이런 거 사 먹고 다니면 어떡할래? 큰일 났네!” 하고 잔소리를 퍼부었다.
딸도 서러움을 참지 못하고 눈물을 터트리며 나에게 원망을 쏟아냈다.
“엄마 미워. 엄마 나빠. 엄마는 왜 내가 학교 다녀왔는데 잘 갔다 왔냐고 웃어주지도 않고 화만 내? 언제는 잘 먹으면 다 키로 간다고 많이 먹으라 그래놓고 지금은 왜 다이어트시킨다고 나를 스트레스 주는 거야?”
그러고 보니 우리 딸은 더는 내 품속에서 잠들던 쪼꼬미 아기가 아니었다. 키도 쑥 크고 자기 할 말 다 하는 야무지고 똑 부러진 어린이가 다 되어있었다. 이렇게 잘 먹고 잘 자며 지금까지 예쁘고 건강하게 잘 커준 그것만 해도 감사해야지. 딸에게 고맙고 미안하다며 꼭 품에 안아주었다.
“그런데... 그래도 엄마 허락 없이 과자 사 먹고 그러면 안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