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키우는 일. 아이를 품고 낳아 성인이 될 때까지 돌보는 일.
이보다 더 큰 가치가 과연 있을까.
세상엔 가치가 큰 일과 행복한 일이 반드시 일치하진 않는다.
가치가 클수록 행복이 커지는 것도 아니다.
혹여 당신에게 난장판이 된 시사 문제를 해결하는데 앞장서라거나, 불법, 도박, 사기꾼이 난무하는 사회에서 악의뿌리를 뽑는데 중심이 되어 해결하라 한다면 과연 당신은 반드시 행복할까?
그보다도 일상의 가벼운 행복들을 누리는 것이 아마도 행복할 것이다.
육아를 하며 나보다 아이가 우선이 되는 경험을 하면서
아이를 낳고 기르는 일은 반드시 행복한 일인가 라는 의문을 가져왔다. 그 의문은 어디에서도 무릎을 탁 칠만한 답을 얻지 못한 채 의문을 갖는 것으로도 죄책감만 심어줄 뿐이었다.
엄마들은 그 의문을 금기시하며 감추는 듯해 보였고 때로는 가식의 탈을 쓰며 행복한 척 연기를 하는 듯해 보이기도 했다.
주변에선 내가 이렇게 살고 있는 게 신기하다는 반응이었다.
자유분방하며 톡톡 튀던 나는
결혼 후 남들 보기에 차분하고 안정되어 보였다.
신혼 때까지만 해도 누군가 나에게 아기동자신이 들어왔나 싶을 법한 애교를 부리며 촐싹 되던 나는 아이를 낳음과 동시에 근엄하고 진지해졌다.
나는 달라지고 있었고 나의 색은 점점 사라지고 있었다.
지금도 어린아이와 같은 내 모습은 내면 깊은 심해에 아주 깊숙이 가라앉아있다. 마치 누군가 보아선 안될 것처럼 꺼내지 않고 우주와 같은 든든한 엄마가 되기 위한 구색을 맞춰나간다.
하루는 '엄마 됨을 후회함'이란 책을 훑게 되었다.
덜컥 낳고 보니 엄마로서 살게 되는 여자들이 온갖 후회와 악담을 퍼붓고 있었다. 므훗 절규에 가까웠다.
이렇게 적나라하게 솔직하다고?
부정할 순 없는 노릇이었다.
아이를 낳은 후 일기를 쓴 적은 없지만 내 마음속에 되뇌던 말들을 그곳에 전부 옮겨놓은 것만 같았다.
아이친구 엄마들을 만나다 보면 온통 아이이야기들이 주를 이룬다. 재미없다. 나는 엄마인 당사자의 이야기가 궁금하고 흥미롭다. 아이를 낳으면 도통 여자 본인의 인생은 사라지게 되는 것일까..?
돌이킬 수 없는 거대한 책임감과 나로서 온전히 살고 싶은
그 열망을 사이에 두고 쓸모없는 저울질을 해본다.
이 세상에 태어난 모든 존재는 자기 자신으로 살아가는 게 가장 행복하다고 감히 결론 내리고 싶다.
다시 태어날 기회가 주어진다면
나는 오롯이 나로서 인생을 즐기고 싶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러니한 것은
세상에 태어나 가장 잘한 일은 아이를 낳고 키운 것이다.
고귀하고도 숭고한 행위다.
법륜 스님이 말했다.
세상에서 진정한 사랑은 고통이 따르는 것이라 말이다.
모든 이를 대신하여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와 같이..
아이를 위해 희생하는 모성애도 그 예일 것이다.
육아는 늘 행복만을 주진 않을뿐더러 큰 대가를 치뤄야하지만 세상에서 가장 큰기쁨을 주었다.
.
.
번외로 난 세상에 백번이고 다시 태어나고 싶은 사람이다.
천국에서 살래 다시 태어날래 묻는다면 난 다시 태어나기를 선택할 것이다. 사는 것은 때때로 고달프기도 하지만 즐겁고 재미있는 것으로 넘쳐난다. 그러므로 난 이미 천국에서 살고 있는 듯하다.
나의 아이들아,
너희들도 백번이고 다시 태어나고 싶니..?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