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엄마의 우울증

by 괴물

그 시기 갑작스럽게 엄마의 우울증이 찾아왔다. 의사는 죽을 때까지 약을 먹어야 한다고 했다. 우울증이 너무 심하 면 무력해져서 자살마저도 귀찮아진다는 것을 그때 처음 알게 되었다. 어색한 침묵 속에서 엄마를 부축하고 진료실을 빠져나올 때, 엄마에게 위로가 되는 말 한마디 건네지 못했다.딸로서 엄마를 보살피지 못한 것 같은 죄책감에 아무도 보지 않는 곳으로 가 몰래 눈물만 쏟았 다.


내가 메달을 따고 와 자랑을 늘어놓아도, 집에 친구를 데리고 와도 무심히 잠만 자는 엄마를 이해하지 못해 온갖 짜증을 부리던 내가 후회스러웠다. 엄마는 모든 걸 놔 버렸고 매일 거실 소파에 누워 잠만 잤다. 그러다 결국 정신병원에 입원까지 하게 되었다.


2개월 후ㅡ 엄마가 퇴원하고 집에 오자 약간의 활기가 우리 집을 감쌌다. 너무도 연약해서 톡 하면 사라져 버릴 것 같던 그 온기는 우리 집을 아주 잠시 동안 머물다 다시 사라져 버렸다.


엄마는 불쑥 제주도에서 못 살겠다며 서울에 올라가 살아야겠다고 선언했다.


'엄마 왜 가는 거야? 혼자 어떡하려고?'


엄마는 깊은 허망함 속에 갇혀 있는 듯했다. 엄마가 외로워 보였다. 하지만 엄마를 도우려 하면 할수록 엄마 는 나와 반대편으로 점점 더 멀어져만 갔다. 일부러 혼자가 되기를 자처하는 사람 같기도 했다. 결국 나의 진심은 엄마에게 닿을 수 없었다.


'엄마 여기서 아빠랑 못 살아. 살려고 가는 거야. 잠시 괜찮을 때까지 떨어져 있으려고...'


그런 엄마를 이해할 수 없었지만 받아들였다.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엄마를 잠시 바라보다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엄마가 떠나고 아빠는 매일 계속해서 술을 먹고 새벽 늦게 들어오셨다. 고등학생인 오빠는 소위 노는 친구들 과 어울려 집에서 술을 마시며 놀거나 아예 집에 들어오 지 않았다.


훈련을 마치고 깜깜한 저녁이 되어 집에 들어오면 끝 방에서 들려오는 오빠친구들의 웃음소리는 내 기분과 는 다른 괴리감을 느끼게 했다. 나는 방문을 닫고 문에 기대앉은 체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았다.


불 꺼진 내 방안으로 환한 달빛이 들어오고 있었다. 그 달빛만이 나를 위로해 주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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