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이에의 이해

인간의 무게과 전문성에 대하여

by Classic

최근 TV 에서 인기리에 방영중인 프로그램을 보다가 고민에 빠졌다.

심사위원격으로 나온 한 인물 때문이었다. 이 분야에서 20년 경력이 있는 나름의 대가인데, 이 인물의 심사평에서 깊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가 할 줄 아는 말이라고는

'이 작품은 신이 났다' 라든지, '마음에 와닿았다', '출연진의 머리모양이 예쁘다'와 같은 1차원적인 말이었고, 이는 비전문가도 얼마든지 할 수 있는 말이었다.


무릇 전문가라면, 대가라면, 그 작품의 저변에 깔려있는 베이직한 실력이나 기교, 그 위에 얹어진 발전의 정도라든지, 전문가의 눈에만 보이는 실력에 대해 이야기하기를 우리는 바라지 않을까. 표현에 방식에 대한 치열한 고민과 그 결과의 실패 또는 성공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어주기를, 그래서 비전문가도 그 분야에 대한 전문적 지식을 엿들으며 식견을 키워나가기를 기대하기 때문이다.


순간 인간의 깊이란 무엇인가- 에 대한 생각이 들었다


무엇이 20년의 경력을 그토록 한없이 얕게 만들었을까? 그는 분명 명철하고 대단한 사람이다. 어리석은 사람도, 지적 수준이 부족한 사람도 아니다. 그런데 왜, 무엇이 그를 20년간 깊이를 쌓지 못하도록 방해한 것일까?


"어쩌면 그는

...

지난 20년간,

...

타인에게 비춰지는 자신의 모습을 가꿔온 것이 아닐까?"


그의 어릴 적 인터뷰를 들은 적이 있다. 청소년 시기 이미 조숙했던 그는 한 인터뷰에서 그 나이 또래라면 하지 않을 법한 성숙한 대답을 했고, 이로 인해 욕을 들었다고 했다. 어린 아이가 너무 어른스럽다고. 그래서 그는 그 뒤로는 아이같아 보이는 대답만을 골라서 했다고 한다.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것이 중요했고, 욕을 먹는 것이 싫었던 완벽주의적 성향의 그는

그렇게 타인의 눈에 이상적인 자신을 만들어가는데 치중하느라

'나'에게 집중하지 못했던 것이 아닐까.


"깊이" 있는 인간은 말에서, 품새에서 드러난다.


그리고 깊이는 그 사람의 내면과 외면이 일치할 때

좋은 차가 잘 익어 향긋한 향기를 내듯

잘 어우러진 향기를 낸다.


즉, '어떤 사람인 척' 하거나, '내가 누군지 모르는' 상태에서는

깊이있는 맛을 내기 어렵다는 뜻이다

깊이가 없는 인간은 흔들리기 쉬워보이므로 쉬 무시당하지만,

깊이 있는 인간은 흔들리지 않는 줏대가 느껴지기에 함부로 건드리기 어렵다


깊이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한 것은 꽤 오래 전이다.

젊은 나이의 피아니스트가 벌써 자신만의 깊이를 만들어가는 모습을 보거나

나이 지긋한 피아니스트가 묵묵히 구도자의 길을 가면서 그 깊이를 한없이 깊게 파고 들어가

드디어 아무도 범접할 수 없는 정도의 깊은 곳에 도달했을 때

대가라는 칭호를 조심스럽게 그의 이름 곁에 내려놓는다.

때로는 나에게는 그만한 깊이가 없다는 것이 몸서리쳐지게 두려웠고

스스로 만족하지 못하는 현재의 내 모습에 조급함마저 일었다.


나의 깊이를 찾아나서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나라는 사람이 가진 것을 온전히 존중하며, 타인의 눈을 전혀 신경쓰지 않고 내가 가진 좋은 점들을 유지할 줄 알아야한다.

그리고 내가 '원래 하고 싶었던 방식'과 '최선의 방식'이 무엇인지를 깨닫는 것, 다른 사람의 평가에 일희일비 하지 않으며, 스스로의 여유와 페이스를 만들어갈 줄 아는 우리가 되어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