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듦은 우스꽝스럽지 않다. 돈이 때론 그렇다.
에세이
교보문고에서 책 두 편을 서서 읽고, 나머지 한 권은 사들고 집에 왔다. 왠지 책방에서는 서서 책을 한 권쯤은 완독하고 와야 소득이 있는 느낌이다.
책을 읽으며 '나이'와 '돈'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먼저 <아직 오지 않은 날들을 위하여(A brief Eternity: The Philisophy of Longevity; Une breve eternite: Philosophie de la longevite)> 라든 책을 집어들었다. 프랑스의 지성 파스칼 브뤼크네르 (Pascal Bruckner)가 나이 드는 것에 대해 쓴 책이다. 부제로 '세계적 지성이 전하는 나이듦의 새로운 태도', '르노도상, 메디치상 수상에 빛나는 프랑스 대문호가 우리 인생에 권하는 지혜롭게 나이 드는 법' 이라고 달려 있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종종 우스꽝스럽게 묘사되기도 한다. (힘없는 늙은이가 오늘도 무언가를 흘렸다거나 하는 식으로 말이다.) 나이 차가 많이 나는 커플은 세간의 이목을 끌 만큼 이상한 일로 간주되기도 한다. 플로베르의 <감정수업>에서 주인공이 열렬히 사랑하던 부인의 흰 머리카락을 본 순간 사모의 감정이 멎어버렸다거나, 실제로 젊은 여자를 만나는 나이 든 남자만을 노리는 범죄조직이 있다거나, 일본의 한 작가는 노인이 젊은 매춘부 출신의 며느리에게 끌려 젊음의 이성적 매력에 매혹당하고자 (며느리의 발을 만져보고자) 거액을 바치는 소설을 쓰는 등 각양각색의 나이에 얽힌 스토리가 있다.
그러나 놀라운 것은, 나이든 지성인들이 남기는 말은 하나같이 일치한다는 것이다. 그 누구도 더 맛있는 걸 먹고싶다든지, 더 돈을 벌고싶다고 말하지 않는다. 대신 '주변 사람들을 더 사랑하라', '망설이지 말고 도전하라' 라고 말한다. 도전했던 것을 후회하는 사람은 없었다. 도전하지 못했던 나를 후회하는 것이다. 그리고 말한다.
'주어진 것에 감사하라'.
평범한 일상처럼 찬란한 기적도 없다고.
이 책의 첫 장은 "포기를 포기하라"라는 제목으로 시작한다. 인생이 짧게 느껴지기 시작했을 때 생의 마지막 날까지 도전하라고 한다. 필요 이상을 욕망해보기도하고, 사는 게 지겨울 때 시시한 것의 찬란함도 느끼라고 한다. 인생은 부조리한 멋진 선물이다. 그러니 나이가 들수록 당장 죽을 것처럼 매 순간을 살아야 한다. 동시에 영원히 죽지 않을 듯이 살아야 한다. 사랑도 욕망도 나이 들었다고 내려놓을 요소는 아니다. 죽는 날까지 사랑할 수만 있다면 사랑하라.
그리고 한계를 인정하라. 이게 나인 것을 어쩌겠나. 안되는 것도 있다. 완전히 성공하는 것을 지양하고 적당히 성공하며 살라고 한다. 참으로 한 번 사는 인생에서 깨닫기 어려운 지혜다.
파스칼은 에필로그를 다음과 같이 마무리한다. "사랑하고, 찬양하고, 섬기라" . 어쩌면 무엇보다도 단순한 논리가 삶에서 참으로 이루어지기가 어렵다. 매일 젊은이들은 사랑하고 찬양하고 섬기는 대신, 아침에 눈을 떠 출근하기를 (또는 학교가기를) 피곤해하며, 여러 문제들을 놓고 짜증을 내며, 한숨을 쉬다 퇴근(하교)을 한다. 이렇게 낭비되는 우리의 인생은 결국 한숨과 절망으로 점철될 것이다.
책 한권의 책장을 덮으며 바로 옆에 놓인 두 번째 책으로 넘어갔다.
이번에는 <돈의 심리학(The Psychology of Money: Timeless lessons on Wealth, Greed, and Happiness)>이다. 부제가 마음에 들었다 (당신은 왜 부자가 되지 못했는가). 게다가 저자의 이력이 특이하다. 모건 하우절(Morgan Housel)은 주식중개 컨설턴트로 시작해 월스트리트저널(WSJ) 에 10년 이상 기고한 칼럼니스트이자, 콜라보레이티브 펀드 파트너로 활동중이다.
이 책을 읽으며 이런 생각이 든다. 가난은 때로는 축복의 씨앗이다. 왜냐하면 부자가 된 사람 중에 가난을 경험하지 않은 사람을 본 적이 없다. 모건 본인도 LA에서 주차 대행 아르바이트를 하던 시절 페라리에 대한 통찰을 얻었다. 페라리를 탄 사람은 자신이 대접받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사람들은 차를 보고 놀랄 뿐, 그 사람에게는 시선을 두지 않는다!
누구나 워런 버핏과 같은 수익률을 내고 싶어하지만 그렇게 못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은 단순히 행운과 리스크의 확률이 같기 때문이며, 워런은 '운이 좋았기' 때문이다. 같은 결정을 내려도 한 쪽에서는 최고의 결정이라고하는 반면, 한쪽에서는 리스크를 진 실패한 결정이라고 한다. (페이스북이 야후에 인수를 거절한 것을 최고의 결정이라고 하는 반면, 야후가 아마존에 인수를 거절한 것을 실패한 결정이라고 한다). 리스크와 행운, 이것은 사람이 알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인간이 설정할 수 있는 것에는 한계가 명확하다고 할지라도, 인간의 심리와 편향은 각자가 조절할 수 있다. 인도의 빈민촌에서 태어나 뛰어난 실력으로 맥킨지의 CEO자리에까지 오른 라잣 굽타는 많은 돈을 벌고도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내부 정보를 이용한 주식 수익을 올리다가 법적 처벌을 받았다. 또한 20대에 벌써 기술 천재로 와이파이에 들어갈 칩을 만들며 이미 여러번 창업과 엑시트로 큰 돈을 번 한 창업가는 사람들에게 돈다발을 보여주거나, 1,000달러짜리 금화를 바닷물에 던지며 놀다가 파산했다. 돈에 대한 사람의 자세가 그 사람의 리스크를 보여준다.
결국 '액수'보다는 '만족감'의 이야기가 될 것 같다. 돈이라는 것은 언제나 누군가에게는 충분하지 않다. 그러나 내가 현재 가진 것은 내가 입고, 먹는데 사실 '충분하다'. 나는 내가 먹고싶은 음식을 꽤 잘 먹고 있으며, 적당히 괜찮은 옷들을 날씨 변화에 맞게 입으며 살고 있다. 이 이상의 돈은 그렇다면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다른 누군가를 위해서 쓰일 수 있는 돈이다.
모건은 젊은 시절부터 부인과 함께 절약하며 살던 습관이 몸에 배여, 지금도 그때와 같은 버짓(예산)으로 살아가고 있으며, 생활비를 제외한 금액은 모두 저축을 한다고 한다. 모건은 금융업, 부인은 의료계에 종사하는 것으로 보아 상당한 돈을 저축하며 살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돈으로 외부에 보여지는 것에 연연하지 않는다고 한다. 대신 저축액/현금이 늘어난다. 투자는 인덱스 펀드에만 한다. 생활비 - 저축(현금) - 투자(인덱스펀드). 아주 단순한 재무구조를 가지고 돌리는 것이 가장 마음 편하다고 했다.
돈은 돈을 쫓기 시작할 때부터 문제가 발생한다. 부자들은 내가 충분하다고 느끼는 그 골대를 마련하기가 가장 어렵다고 한다. 그러나 내가 '충분함'을 자각하고 나머지를 다른 사람을 위해 사용해보자. 돈이 흘러갈 때 채워진다고 한다. 돈을 쫓지 않을 때 돈은 자석처럼 달라붙는다고 한다. 자유로워지자. 더욱 충분함을 만끽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