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티스트 둘이 노포에 앉아서 그들의 10년전 전성기에 대해 말하는 모습을 보았다. 도란도란 시작한 대화는 어느덧 떠들썩하고 왁자지껄하게 변했다. 우리 그땐 참 겁이 없었다며, 날것 그대로였다며. 한창 10대였을 그 때 그들은 동료들이 뭐라든 자신이 입고 싶은 옷을 입었고, 만들고 싶은 음악을 만들었다며. 무대에 오르기 전 그렇게 지독하게 서로 다투고 화해했다가 다시 싸웠다면서.
대화는 원형을 그리며 계속해서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 아무것도 없던 그 시절 이야기가 왜인지 모르게 가장 재미있어. 우리, 그땐 왜 그랬을까? 나는 네게 왜 그렇게 화를 내고 내 고집을 피웠을까. 그땐 철이 없어서 그랬어. 미안해. 그렇지만 그때 참 재미있었다, 그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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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의 전성기는 종종 10대에서 20대 초반에 우연히 맞이한다. 자아가 성립되기도 전에 번뜩이는 영감 하나로 날 것 그대로를 망치로 때려부수듯 작업하는데, 그게 사람들에게 먹힌다. 신선하고 독특한 그 맛을 사람들이 즐기는건, 그건 그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것이니까.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 누구나 사회화를 한다. 어쩔 수 없이, 사회 속에서 살아가야 하니까. 나도 모르게 예의를 배운다. 상대를 배려하게 된다. 다른 사람의 말을 들을 줄 알게 된다. 내 의견을 자제하는 법도 배운다. 나만 옳지 않다는 것을 서서히 깨달아가기 때문에.
그러면서 날카롭게 베일 것만 같던 그만의 예술성이 무뎌진다. 어처구니 없이 대담하고 신랄했던 시도들은 잘 나오지 않는다. 1994년, 22살에 누구보다 과감하게 발해를 꿈꾸던 아티스트는, 2014년 서울 소격동에서의 옛 추억을 노래하게 된다. 어쩔 수 없다. 모난 돌이 깎이듯 둥글어지는 것이 인생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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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이란 무엇이냐고 묻는다. 나는 '날 것 그대로의 그 사람 자체' 라고 대답하고 싶다. 철도 없고 상식도 없을 그 때, 가진 것이라곤 내 몸뚱아리와 내 생각 하나인 채로, 내가 나의 몸부림을 이기지 못해 무엇인가를 끄적여내려 갔었고 온 몸으로 소리를 지르던 그 때에, 나 자신 그 외의 것도 아니었던 결과물이었다고.
되려 순수했기에 고집스러웠고, 아무것도 고려하지 않았기에 과감했던, 어리석음으로써 빛날 수 있었던, 나 자신, 내 존재 자체가, 예술이었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