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그립지 않다

'존재만으로' - 원슈타인

by Classic

아무도 만나지 않고 1년을 살았다.

누군가를 늘 그리워하며 평생을 살아온 나에게

자기 성장을 위한 시간은

외부와 단절된 동굴에 들어간 것과도 같았다.


처음에는 친구들이 보고 싶었다.

맛있는 것을 먹고 싶었다.

수다를 떨며 친근한 문자를 주고받고 싶었다.

좋은 것을 보면 알려주고 싶고

나쁜 소식이 있으면 위로 받고 싶었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을 꾹 누르고

오롯이 혼자 1년을 보냈다.

하루 세끼를 혼자 요리해 먹었다.

그렇지만 요리한 사진을 보낼 곳은 없었다.


사람 다운 대화를 나누는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이직 준비를 위한 면접장에서나 이뤄졌다.

사람을 만나 나의 가치관을 끄집어내 비춰보이고

상대의 가치관에 대해 듣는 시간이 나의 면접이 되었다.

그래서 면접을 보러 가는 것은

조금 다른 의미로 내겐 설렘이었다.


원슈타인의 '존재만으로'는

빛이 나는 곡이다.

혹자는 '없던 그리움도 생기는 곡'이라고 했다.

돌이켜보면 평생을 누군가를 그리워하며 살아왔다.

그런데 1년 동안 외부와 단절을 하고 보니

아무리 기억 속을 깊숙이 뒤져봐도

생각나는 그리운 사람이 없다.

친한 친구부터 오래된 연인,

지금은 세상에 없는 사람까지 떠올려봐도

나의 그리움은 흐릿할 뿐,

내 그리움에는 실체가 없었다.


그리움이 없어지니

나는 더이상 무언가에 종속된 존재가 아닌

나 자신으로만 존재할 수 있게 되었다.

그 어떤 기억도 왜곡시키지 않아도 되었고

애틋하거나 구구절절할 필요도 없었으며

잠들기 전 감상에 젖어 눈물을 닦을 필요도 없었으며

손가락으로 이불을 움켜쥐고 숨죽여 마음을 흐느끼지 않아도 되었다.


달이 중천에 떠있으면 오늘 하루를 무사히 살아낸 것에 감사하며 잠이 들었고

해가 뜨면 얼굴에 비치는 햇살에 감사하며 잠에서 깼다.

현실에 충실해졌다.

그렇게 나는 그리움이 없어졌다.

아무도 그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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