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 점프에는 대표 표어가 있다. 노력, 우정, 승리. 그리고 나루토 1부는 그 공식을 가장 충실하게 재현한 작품이었다. 재능 없고(물론 작품 후반부에서 재고해야 할 지점이 생기지만), 동네에서 따돌림을 받던 소년이 좋은 동료와 스승을 만나 끈질긴 수련 끝에 점점 강해지는 모습은 누가 보아도 점프의 정석이었다. '노력의 나루토'와 '재능의 사스케'라는 두 라이벌의 대비, 그리고 1부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노력의 천재 록리'까지. 이 세 축은 이 작품이 무엇을 보여주고 싶었는지 명확하게 보여줬었다.
하지만 나루토는 2부로 넘어가며 달라졌다. 적어도 캐릭터의 강함을 결정하는 요소는 노력에서 혈통으로 옮겨갔다. 노력의 나루토와 재능의 사스케. 그러나 사실 이 둘은 모두 뛰어난 혈통을 지닌 존재였다. 결국 나루토는 아수라의 환생, 사스케는 인드라의 환생으로 규정되며 선천적인 '운명'이라는 거대한 서사 속에 갇힌다. 그 과정에서 작품이 초반에 강조했던 '노력'의 이미지는 희미해졌고, 록리 같은 순수한 노력형 캐릭터는 거의 자취를 감췄다.
물론 2부에서도 훈련 장면은 존재했다. 나루토의 나선수리검이나 선인 모드가 대표적이다. 그러나 이마저도 '노력의 재현'보다는 '재능의 응용'에 가까웠다. 나선수리검은 그림자분신 경험 공유라는 치트성 장치로 완성됐고, 선인 모드는 나루토가 선인 모드와 유난히 상성이 좋았기에 가능했다. 즉, 노력은 있었지만 그것이 보편적 가치라기보다, 특수한 재능을 가진 자만이 누릴 수 있는 노력으로 변질된 것이다.
이런 변화는 단순히 작가가 변심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1부의 목표가 중급 닌자 시험과 같은 것들이었다면, 2부의 목표는 스케일이 더욱 커져 닌자 대전과 같은 세계를 구하는 사건을 해결해야 되었다. 적의 강함이 신급으로 커진 상황에서 단순히 땀 흘리는 수련만으로는 설득력이 떨어졌다. 작가는 나루토의 힘을 정당화하기 위해, 그 근원을 혈통과 환생이라는 신화적 장치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나루토 세계관은 처음부터 혈계한계, 사륜안, 백안 등으로 대표되는 혈통 시스템 위에 세워졌다. 1부에서는 노력과 혈통이 대립하는 듯했지만, 스케일이 커진 2부에서는 자연히 혈통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커졌다.
또 하나는 노력 서사의 피로감이다. 1부에서 이미 '노력의 눈물'은 수차례 그려졌다. 독자에게는 기시감이 쌓이고, 작가에게도 새로운 훈련 서사를 창의적으로 풀어내는 게 점점 버거워졌을 것이다. 결국 노력의 변주 대신 혈통의 비밀을 해답으로 제시하는 쪽이 더 손쉬운 선택이 되었다.
1부의 주제는 '노력'이었다. 하지만 2부에서 작가는 주제를 확장하고 싶었다. 개인의 분투에서 세대의 증오와 화해로, 소년의 성장을 세계사의 굴레로. 하지만 그 과정에서 가장 사랑받았던 '노력'은 잊혀졌다.
아니, 작가는 마지막까지 ‘노력’을 잊지 않은 것일지도 모른다. 최종국면에서 마이트 가이가 팔문을 개방해 마다라를 몰아붙인 장면은, 1부에서 사라졌던 노력의 위상을 복권시킨 것처럼 보인다. 혈통도 환생도 없는 인간이, 순수한 체술만으로 신에게 도달한 것이다. 그러나 가이는 결국 마다라를 쓰러뜨리지 못했고, 생존조차 나루토의 손에 달려 있었다. 이 장면은 노력의 승리가 아니라, 그저 무너진 무덤 위에 놓인 한 송이의 위로꽃에 가깝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