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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온윤 Mar 18. 2024

첫_글을 쓴다는 것.

옷을 벗어 나를 보이는 것?


구름이 잔뜩 낀 날이었다.

나의 우울을 바다에 던져버리기 위해 홀로 바다를 찾았고, 저기 해변의 모래밭에서 손으로 무언가 끄적이고 있는 소녀의 뒷모습을 보았다. 무엇을 쓰고 있거나 그리고 있거나 한 모습. 혼자였으나 결코 외로워 보이지 않던 이유는 쪼그려 않아 집중하고 있는 모습이 너무 좋아 보였다. 뭔가에 집중하지 못하고 방황하고 있는 내 모습과 대조가 되는 모습에 매력적으로 보였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프레임에 담았다. 숨은 이야기를 생각해 보기위함에서일까 마음보다 셔터가 먼저 움직였다.


저 집중하고 있는 모습. 문득 인간의 쓰는 행위는 언제, 어디서부터 시작되었을까? 나도 모르게 잊힐 기억에 대한 집착에 의한 것인지, 정반대로 쓰는 행위를 하며 쓸모없는 기억을 지우기 위해 쓰는 것인지.


몇 해 전 브런치란 글쓰기 플랫폼을 알고, 흥미가 있어 작가신청으로 개설은 하였으나, 스스로 글쓰기에 소질이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아 한참 동안 글을 쓰지는 않았다. 뭐 족히 3-4년은 된 듯하다. (가족과 했던 유럽여행기를 써볼까 하다가 누구나 알만한 외국여행기를 읽기나 하겠어 싶어 진작에 접었었다) 나는 소위 필력이 좋은 것도, 글을 통해 지식을 전달할 능력도, 평범한 이야기를 유머나 위트를 버무려 전달할 능력은 없다는 것을 스스로 너무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글쓰기는 자기 내면을 드러내 보이는 작업이 아닌가? 나도 모르는 내속을 글을 통해 불특정 다수에게 까발려질 수도 있을 테고 말이다. 굳이….

내면성향이 짙은 나로서는 좀처럼 쉬운 게 아니었다. 이는 용기나 필력으로만 판단할 일은 아니었던 것이다.

문득, 인스타그램을 통해 알게 된 작가님들 (대부분 그들도 나처럼 내향적 성향이라 스스로 칭했던 분들) 글을 한두 분 알게 되면서, 작은 용기의 씨앗을 얻었다고나 할까. 아니면 쉰을 넘긴 나이에 이제와 무엇이라도 어떤 생각을 갖고 산 아빠였는지 아이들에게 전달하고픈 본능에서 일까. 혹은 카페에서 폼이나 잡으려고 사놓았던 맥북을 활용할 방법을 찾던 중 글쓰기를 통해 무용한 소비의 죄책감을 해소하고 싶어서였을까. 아마 모든 것이 복합적으로 일어나서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는 듯하다.


남의 글 베껴 쓰는 필사는 최근 몇 년간 하였었으나(백석전집 필사와 마종기시인 전집필사 등), 온전히 쓰고 싶은 글감을 찾아내고 평소 생각을 되뇌어 글을 쓰는 것은 처음인 듯싶다. 글을 쓰는 동안 얼마나 가면을 벗어낼지도, 속이야기를 할지도 나도 모르겠으나, 뭔가 작은 성찰을 마음 한구석에 키우거나 어제보다 나은 나를 만드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결국은 죽음을 향해 달려가는 삶이지만, 그래도 일신우일신 성장하는 나를 스스로 본다는 기쁨만큼 큰 게 있을까 싶다. 이에 대한 도구도 ‘글쓰기’가 최고라 생각한다. 이제 주변을 돌아보고 내면을 돌아보는 글쓰기를 통해 나를 키워보고자 한다. 작은 바람이 있다면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과 공감이 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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