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넓은 세상으로 나서는 그대들에게-
셋째, ‘지는 것이 이기는 것’이라는 교훈을 통해 우리는 현명한 사람의 삶을 살 수 있을 것입니다. 스피노자는 ‘지는 것이 이기는 것’이라는 진리를 실천한 사람입니다. 그는 이복 형제들과 유산 문제로 법정 싸움을 하게 되는데, 그의 몫을 주지 않으려고 하는 형제들에게 모든 재산을 양보하며 물러납니다. 대신 그는 자유를 얻게 됩니다. 세상의 기준으로 보면 재판에서 이겨 자기 몫의 재산을 가질 수도 있는데 포기하는 것이 바보처럼 보일지 모릅니다. 그러나 스피노자는 마음의 평화와 자유를 위해 지면서 이기는 길을 선택했습니다.
세상은 온통 경쟁력 강화나 세계화를 외치며 살아남기 위해서는 죽기 살기로 경쟁하라고 우리를 부추기고 있습니다. 1등만 기억한다고 말하면서 패자는 살만한 가치도 없는 것처럼 말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인데 어찌 ‘지는 것이 이기는 것’이라고 거꾸로 말할 수 있겠습니까? 그러나 잘 생각해 보면 언제나 이기려고 하는 한 끊임없이 경쟁자가 만들어진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경쟁이 심한 곳에 가면 그만큼 상대해야 할 적들이 많아지고 그렇게 되면 우리의 삶은 홉스의 말처럼, “고약하고 거칠고 잔인하며, 비참하고 짧은 것”이 됩니다. 경쟁이 없는 곳으로 가면 이기고 지는 것이 문제 될 것도 없게 되겠지요.
경쟁이 없는 곳이란 남들이 눈을 돌리지 않는 곳입니다. 누구나 선망하는 일류 대기업은 화려하게 보이지만 그만큼 경쟁이 치열한 곳입니다. 부자란 얼마나 돈을 많이 가지고 있느냐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니라 얼마나 다른 사람에게 줄 수 있느냐에 달려 있듯이, 현명한 사람은 다른 사람을 얼마나 많이 이기는 사람이 아니라 싸우지 않고서도 이기는 사람입니다. 비겁해서 싸움을 피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보호하고 같이 살기 위해서 피하는 것입니다. 적을 만들지 않는 삶이야말로 현명한 사람이 걸어가야 할 길인 것 같습니다.
넷째, ‘입장 바꿔 생각하기’는 거꾸로 사는 삶의 실천 방법입니다. 더불어 사는 삶을 위해 필요한 조건입니다. 역지사지(逆地思之)의 정신은 세상을 반대편에서 보면 달리 보인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이 말은 내가 중학교 2학년 때 처음으로 배운 한자 사자성어이자 나의 첫 번째 좌우명이었습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대학 때 갖게 된 나의 두 번째 좌우명인 “자기가 하기 싫은 일은 남에게 시키지 말라.”(己所不欲, 勿施於人)는 공자의 말도 이 역지사지의 정신에서 나온 것입니다.
공자는 평생 인(仁)을 가르쳤는데, 그 실천 방법을 한 마디로 말하라고 하면 그것은 서(恕)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서(恕)란 같을 여(如)와 마음 심(心)이 합쳐진 말입니다. 즉 다른 사람과 같은 마음이 되는 것입니다. 자기의 마음을 돌이켜 보면 다른 사람의 마음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기 때문에 우리는 모두 다른 사람과 같은 마음이 될 수 있습니다. ‘입장 바꿔 생각하기’도 사실은 다른 사람과 같은 마음이 되는 서(恕)를 실천하는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세상을 모두 자기 입장에서만 바라보고 자기 이익 추구를 최우선 과제로 삼는 일이 우리들 대부분의 모습인데, 다른 사람과 입장을 바꾸어 생각하라는 말은 세상을 거꾸로 살아보라는 말과 다를 바 없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입장을 바꿔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 세상이 더 살맛 나는 세상이 될 것이라는 점은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결단코 쉬운 일은 아니지만 많은 것이 뒤바뀐 세상을 바로 돌려놓는 일의 시작은 세상을 거꾸로 살아도 패배하는 삶이 아닐 것이라는 믿음을 갖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마지막으로 예수님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삶이 거꾸로 사는 삶의 모범이라는 것을 말하고 싶습니다. 예수님이 우리에게 준 인생의 교훈은 역설로 가득 차 있습니다. 그중 몇 가지만 소개한다면 다음과 같습니다. “친구가 5리를 가자고 하면 10리를 가고 겉옷을 달라고 하면 속옷까지 주라.” “살려고 하는 자는 죽을 것이요, 죽으려고 하는 자는 살 것이다.” “먼저 된 자가 나중 되고, 나중 된 자가 먼저 된다.” “오른뺨을 때리면 왼뺨도 내주어라.”
예수님의 이런 말씀들은 모두 세상의 기준에서 보면 바보 같은 발상입니다. 그러나 이 바보 같은 역설이 진리로 다가오는 것은 그 속에 삶의 지혜가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세상을 거꾸로 살아보겠다는 결심과 실천이 우리의 생각의 패러다임을 바꾸게 할 것이며, 세상 읽는 눈을 새롭게 갖게 해 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