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주(獨奏)를 위한 합주(合奏)의
시간 (1)

by 생각하며 놀자

고대 이집트나 그리스 사회에서도 ‘요즘 젊은 애들은 버릇이 없어 나라가 걱정이 된다.’는 표현들이 자주 사용되었다고 합니다. 예나 지금이나 젊은이들은 언제나 버릇이 없어 보이는 세대인 것 같습니다. 기성세대의 눈으로 보면 청춘이란 위태롭고 무모하고 버릇없이 행동하기 쉬운 시절로 보일 것입니다. 그렇지만 젊음의 위태로움은 도전(挑戰)으로, 무모함은 용기(勇氣)로, 버릇없음은 변화를 위한 파격(破格)으로 바라보고 싶습니다. 왜냐하면 우리 기성세대들도 한때는 그 위태롭고 무모하고 버릇없이 행동하던 젊은이였던 적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대학 새내기였던 시절에 우연히 접한 이야기 한 토막이 있습니다. 그 이야기는 큰 감동을 주었고, 나는 기회 있을 때마다 대학 신입생들에게 들려주었습니다. 그 이야기의 유효기간은 듣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내게는 오래 기억되었고 여전히 새내기들에게 의미가 있을 것 같아 그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습니다.


중국 고전인 한비자(韓非子) 9권에 다음과 같은 일화가 소개되어 있습니다.


“제(齊)나라에 선황(宣王)이란 왕이 있었습니다. 그는 백성들에게 우(芋)라고 하는 우리나라 생황처럼 생겼으나 조금 큰 그런 악기를 연주할 때는 반드시 300명 정도로 합주(合奏)를 하도록 하였습니다. 남곽(南郭) 처사(處士)라는 사람이 임금에게 우를 불겠다고 자청하니 선왕은 이를 기뻐하면서 수백 명의 악사들과 함께 월급을 주며 궁중에서 먹고 살게 해 주었습니다. 선왕이 죽고 민왕(湣王)이 즉위하자 민왕은 한 사람씩 독주(獨奏)하는 것을 더 좋아했습니다. 그러자 남곽 처사는 도망을 쳤습니다.”


이 글을 다시 다음과 같이 풀이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여기 등장하는 남곽 처사라는 사람은 이름 그대로 남쪽 지방 어딘가에서 이름도 없이 그저 평범하게 사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는 우를 잘 불 줄도 모르는 사람이었습니다. 그가 악사에 끼일 수 있었던 것은 왕의 측근인 누군가가 자리를 부탁했을 수도 있습니다. 요즘 말로 권력의 실세인 어떤 사람이 남곽 처사를 악사로 취직시켜 준 것이지요. 그는 우를 불지 못했고 또 잘 불 필요도 없었습니다. 300명의 악사 가운데 끼어서 흉내만 내도 잘 부는 사람처럼 보였기 때문에 들키지 않고 지낼 수 있었을 것입니다. 합주라는 것이 여러 사람이 함께 연주하는 것이고 이런 경우 한 사람쯤 흉내만 낸다고 쉽게 드러나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그럭저럭 흉내만 내며 궁중에서 편안하게 지냈던 그에게 독주를 좋아하는 민왕의 등극은 치명적이었을 것입니다. 아마도 민왕은 매일 밤 한 사람의 악사를 불러다 독주를 시켰을 것입니다. 흉내만 내던 그가 자기 차례가 돌아왔을 때 할 수 있었던 일은 야반도주(夜半逃走)하는 일뿐이었을 것입니다.


takazart-symphony-orchestra-183608_1920.jpg Kalepa ta Kala (아름다운 것은 힘들다) -플라톤-


대학에 들어온 새내기들에게는 4년이라는 짧지 않은 합주의 시간이 주어졌습니다. 같은 학과 친구들과 함께 어울려 대학 생활을 합니다. 함께 수업도 듣고, 동아리 활동도, 어울려 술도 같이 마시며, 여러 가지 낭만이 있는 대학 생활을 할 것입니다. 친구들과 함께하기 때문에 설령 잘못해도 표가 잘 나지 않습니다. 출석도 대신 해 줄 수도 있고, 강의 노트도 친구가 정리한 것을 복사해서 쓸 수도 있고, 리포트도 남의 것이나 인터넷에 있는 글을 퍼올 수 있습니다. 그야말로 흉내만 내면서도 그럭저럭 학점 관리하며 대학 생활을 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남곽 처사처럼 흉내만 내도 들키지 않는 합주의 시기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에 나간다는 것은 이제 혼자서 모든 것을 해야만 하는 독주의 시간이 시작된다는 것을 뜻합니다. 아무도 도와주거나 대신해 줄 수 없습니다. 혼자 힘으로 독주를 해야만 합니다. 잘하고 못하고는 금방 드러납니다. 무대에서 내려올 수밖에 없는 실패한 독주자처럼 준비가 안 된 사람에게 주어지는 대가는 도망가거나 쫓겨나는 일뿐입니다. 만일 내가 남곽 처사였다면 어떻게 했을까 생각해 봅니다. 비록 우를 잘 연주하지는 못해도 흉내만 내지 말고 연습을 열심히 했더라면 독주할 차례가 왔을 때 왕에게 훌륭한 연주라고 칭찬은 받지 못해도 쫓겨나거나 도망갈 필요는 없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제 누구나 똑같이 주어진 대학 생활이라는 합주 시간을 잘만 활용하여 연습한다면 머지않은 장래에 닥쳐올 독주 시간에 아무런 두려움 없이 잘 연주할 수 있을 것입니다. 4년의 준비가 40년을 결정할 수도 있습니다. 영어 속담에 ‘Practice makes perfect’라는 말이 있습니다. ‘연습만이 완벽하게 만들어 준다.’ 정도로 옮길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 인생에 완벽이란 없지만 꾸준한 준비와 연습만이 우리의 삶을 보다 나은 상태로 나아가게 해 줄 것입니다. 그렇다면 어떤 것을 준비하고 무엇을 연습하는 것일까요? 아마도 이것은 사람마다 다 다를 것입니다. 나는 새내기들에게 다음 세 가지의 것을 준비하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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