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의 신호를, 몸의 언어를 알아차리는 법
고단한 몸을 누일 수 있다는 것
좋은 사람들과 함께할 수 있다는 것
인생에서 이렇게 많은 나라에서 온 사람들을 만나기란 쉽지 않다.
그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좋은 분위기, 행복한 에너지
그들의 에너지가 감사하다.
앞으로 살아갈 때, 힘이 되는 에너지가 될 거 같다.
10.16 산티아고 일기장
Day 5 10. 16(Puente Reina - Estella) 20.4 km
아침부터 몸 상태가 좋지 않았다. 잠을 잘 못 자기도 했고, 비몽사몽 한 상태로 길을 걸었다. 그동안 걸었던 피로가 쌓였던 것일까 쏟아지는 피로를 겨우 버텨내며 걸었다. 처음으로 걷는 게 힘에 부쳤다. 나만의 페이스대로 걷다가 또 쉬고, 다시 걷다가 쉬면서 사과를 먹으며 천천히 걸었다.
천천히 걸어가고 있는 와중, 소피를 또 길에서 만났다. 우리는 어딜 가든 서로가 자석처럼 찾아내는 듯하다. 어디서 만나자라고 약속을 하지 않아도, 자연스레 숙소에서 나서다 길을 걸으면 만나게 된다.
함께 걷지만, 따로 각자의 침묵의 시간을 누리면서 길을 걸었다. 산티아고를 걸으면 바게트와 사과는 필수다. 중간에 쉴 곳이 있으면 무조건 앉아서 연료를 보충해줘야 한다. 그렇게 소피와 함께 걷다가 과수원의 아주 작은 피크닉 장소를 발견했다. 피곤에 찌든 몸을 잠시 내려놓고 충전하기 위해 배낭을 벗어던졌다.
"잠시만, 너네 거기 그렇게 그대로 있어봐! 너무 귀여워"
지나가던 순례자가 우리의 모습이 너무 귀엽다며 폰을 건네 받고 사진을 찍어주었다. 지나가던 순례자의 순간 포착 덕에, 나와 소피는 순례길에서 가장 좋아하는 사진을 남길 수 있게 되었다. 사과 나무로 둘러싸인 과수원의 중심에서 바게트를 먹는 소피와 나의 모습.
잠시 앉아서 바게트를 먹으며 여유를 즐겼다.
'그래 누가 쫓아오지도 않는데, 천천히 가도 되지 뭐.'
나도 모르게 산티아고에서도 나 자신을 재촉하는 모습을 발견했다. 아무도 재촉하지 않는데 말이다. 몸에서 힘들다는 신호를 하나 둘 보내올 때마다 오히려 '천천히 가도 되는 법'을 배우게 되었다. 아무도 재촉하지 않는다. 그저 나만의 속도대로, 나의 몸 상태에 맞게 한 걸음씩 걸으면 되는 것이다. 무엇을 그렇게 바삐 움직였을까.
그렇게 몸의 신호를, 몸의 언어를 배우는 경험을 했다.
천천히, 나만의 속도대로 걷는 연습.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다 보면 눈에 띄는 문구들과 표지판들이 있다.
순례자들이 오가며 적은 문구들이다.
각자의 꿈을 찾으러 떠나는, 작은 파라다이스 순례길.
Everyone
"Follow your Dream"
순례길 위의 또 다른 파라다이스, Donation Bar의 모습이다. 길을 걷다 보면 순례자들에게 무료로 물과 사과 혹은 빵과도 같은 음식을 제공해 준다. 지친 순례자들이 걷다가 Donation Bar를 만나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마치 길 위에서 천사를 만난 듯한 느낌이다.
누가 매번 음식을 채우는지, 물을 채우는지는 모른다. 그저 순례자들을 위해 무료로 일용할 음식을 제공해 주는 그들의 마음에 순례자들을 또 힘을 내서 걷게 된다. 순례길을 걷게 되면 예상치도 못한 장소와 순간에 위로를 받게 된다. 지친 발걸음을 또다시 이끌며 걸을 수 있는 이유다. 작은 다정함이 위로가 되어 순례자의 마음을 어루만져준다.
유독 힘든 발걸음을 이끌고 Estella에 도착을 했다.
몸에서도 조금씩 신호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이럴 때일수록, 천천히 가자.
순례자의 고된 발걸음을 이끌고 알베르게에 등록을 한 뒤,
하루를 무사히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