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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르슬라 Jan 12. 2022

아멜리에 (2001)

- 외로운 소녀의 사랑스러운 행복 찾기

감독 : 장 피에르 주네

출연 : 오드리 토투, 마티유 카소비츠


BBC 선정 21세기 위대한 영화 87위에 랭크된 장 피에르 주네 감독의 <아멜리에>를 보았다. 누구랑 봤는지는 기억이 안 나는데(혼자 봤을지도) 개봉 당시 극장에서 본 것만은 확실한 것 같은데, 그때는 왜 이 영화를 화면만 예쁜, 시답지 않은 영화로 생각했는지 모르겠다. 그래서 이후로 다시 보지도 않았는데  얼마 전 넷플릭스에 올라온 것을 확인하고 리뷰를 쓰기 위해 다시 보았다. 다시 보면서 역시 사람은 아는 만큼 보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예쁘고 재밌고 독특하게 아주 잘 만든 영화라는 생각이 든다.  독특하고 아름다운 영상미, 독특한 캐릭터, 아이디어가 반짝이는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재밌게 볼 수 있을 거란 생각이다.

일이 바쁜 아빠와 엄격한 엄마 사이에 태어난 아멜리에는 보통 아이들처럼 학교도 가지 못하고 홈스쿨링을 하면서 고립되어 지낸다. (의사인 아빠가 달에 한번 정기 검진을 했는데, 오랜만에 아빠와 신체 접촉을 하니까 떨리고 설레어서 가슴이 뛴 것을 아빠는 아멜리에가 심장병이라고 진단을 내린 것이다) 그래도 외동이라 따뜻하게 보살핌을 받았지만 엄마가 불의의 사고로 갑자기 돌아가시고 그 이후로 아내 잃은 슬픔에 빠져 바깥 활동은 하지 않고 집 안에서 틀어박혀 지내는 아빠와 오랜 시간 둘이 지내면서 혼자서 보내야 하는 그 많은 시간을 아멜리에는 온갖 상상을 하며 보낸다. 현실보다 상상 속에서 보내는 시간이 훨씬 많았던 것이다. 그래도 어엿한 성인으로 자란 아멜리에는 두 개의 풍차라는 이름의 카페에서 일하면서 독립하여 살고 있다. 그러나 그녀는 하고 싶은 것도 없고, 누군가를 좋아해 본 적도 없다. 그래서 그녀는 여전히 외롭다.

그러던 어느 날, 욕실 타일이 한 장 떨어져 나가면서  오래전에 이웃집에 살던 소년이 몰래 감추어둔 보물 상자를 발견하게 되고, 이것을 주인에게 반드시 돌려주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다. 처음으로 하고 싶은 일이 생긴 것이다. 그리고 그녀의 이런 노력은 성공적으로 결실을 맺어 이미 노인이 된 보물상자의 주인이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서 아멜리에는 다른 사람을 도우면서 사는 것이 자신에게도 행복한 일임을 알고, 이제 보다 적극적으로 타인의 행복에 발 벗고 나서게 된다. 


유리 인간으로 불리는 방에서 그림만 그리는 할아버지, 바람이 나서 자신의 곁을 떠난 후, 갑자기 죽어버린 남편을 잊지 못하는 중년의 여인, 1층 채소가게에서 사장에게 매일 인신공격을 당하는 점원, 두 개의 풍차 카페에서 같이 일하는 전남친의 스토킹에 시달리는 젊은 여인, 지독한 건강염려증에 사로잡혀 있는 좀 더 나이 많은 동료. 아직도 집 안에만 틀어박혀서 과거에 매여 있는 아빠. 아멜리에의 주변에 이렇게 색깔은 다르지만 종류는 같은 외로움에 빠져 있는 사람들을 아멜리에만의 기발한 방법으로 돕는다. 

그러다가 지하철역에서 아멜리에는 니노라는 남자를 만나게 되는데 이 남자는 즉석사진 기계에서 사람들이 맘에 안 들어 찢어 버리고 간 사진을 주워 앨범을 만드는 독특한 취미를 가진 남자다. 그리고 이 남자에게 그녀는 한눈에 반한다. 



그가 잃어버린 앨범을 손에 넣게 된 아멜리에는 그에게 이 앨범을 돌려주려고 그가 일하는 곳으로 찾아가지만 만나지 못한다. 이후로 그녀는 그녀만의 독특한 방법을 동원해 그에게 앨범을 돌려주고, 혹시 내가 궁금하냐고 넌지시 묻는다. (얼굴을 보고 묻는 게 아니라 돌려준 앨범에 메시지를 남겨 놓는다) 니노는 성심성의껏 당신이 궁금하다. 당신이 보고 싶다고 자신의 마음을 전하고, 작은 오해와 난관은 있었지만 둘은 결국 만나게 되고 서로 사랑하는 사이가 되고, 자신만의 행복을 찾게 된다.


인생이란 결국은 혼자서는 행복을 찾지 못하는 것이다. 너, 그리고 우리들이 있어야 행복을 느낄 수 있다. 나의 이웃의 삶을 돌아보고, 그들에게 작은 즐거움이라도 줄 수 있을 때 나는 내가 살아갈 작은 이유를 발견하게 된다. 그들의 행복이 내게도 전해지면서 나도 미소 짓게 되는 것이다. 삶에 어떤 즐거움이나 목적이 없이 살아온 아멜리에가 오래된 누군가의 보물 상자를 발견하면서 그녀도 자신의 삶의 보물을 찾는 방법을 배운다. 그것을 찾고, 내 것으로 만들어서 누리는 방법을 차근차근히 알아간다.  너의 고통을 나 몰라라 하지 않을 때, 네가 원하는 것을 채워줄 수 있을 때 내 삶도 즐거워진다. 그리고 이제 사랑하는 누군가를 만나고, 같은 마음으로 서로를 바라보는 눈을 보면서 지금까지는 알 수 없었던 '행복'이란 말의 의미를 비로소 알게 된다. 



모든 인생은 저마다의 행복 찾기에 다름 아니다. 나는 내일 더 행복해지기 위해 오늘을 산다. 내일 더 행복해질 수 있다는 믿음으로 오늘의 나는 어떤 결심을 하고 어떤 선택을 하며 어떤 행동을 한다. 

너무 오랫동안 외로웠던 아멜리에, 그러나 예쁘고 착하고 순수한 마음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아멜리에가 자신의 사랑을, 행복을 찾을 수 있어서 보는 나도 기분이 좋아졌다. 


오늘보다 내일, 조금이라도 더 행복해질 수 있다는 믿음. 그 믿음이 오늘의 나를 행복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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