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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르슬라 Jan 26. 2022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2013)

-오직 물질만을 숭배할 때

감독 : 마틴 스콜세이지

출연 :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마고 로비, 조나 힐


BBC 선정 21세기 위대한 영화 78위에 랭크된 마틴 스콜세이지 감독의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를 보았다. 나는 '퇴폐'를 주제로 한 영화는 보기가 힘들어서 (레퀴엠이나 스프링 브레이커스 모두 보기 참 힘들었다) 전에 앞부분을 보다가 못 보겠어서 보다 만 영화이다. 마틴 스콜세이지 감독의 영화를 좋아하고,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도 좋아하지만 탐욕에 빠져 향락만을 추구하는 캐릭터나, 그런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영화는 보기가 힘들어 보기를 미뤄왔다. 이전 리뷰도 진도명 배우의 작품을 보고 싶어서 딴 길로 샌 것도 있지만 이 영화 보는 것을 미루는 측면도 있었다. 


영화는 실존 인물인 '조던 벨포트'와 그의 자서전을 원안으로 만든 영화라고 한다. 나는 남들 다 하는 주식도 모르고, 돈 많이 벌어서 편하게 살고 싶은 걸 넘어서서 물질만을 추구하는 사람들은 이해가 안 되는 터라 끊지 않고 쭉 보기가 힘들었는데 (3시간짜리 영화, 길기는 또 왜 이렇게 길어;;;) 그래도 어쨌든 다 보긴 봤다는. 

보다 보면 재미가 있기는 하다. 그리고 참, 배우의 삶도 고달프다는 생각도 든다. 이렇게 연기를 잘하면서도 아카데미와 인연이 닿지 않던 디카프리오. 그에게 드디어 오스카 남우주연상 트로피를 가져다준 <레버넌트>도 보았지만 연기로만 따지면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 '고생의 차원') 이 영화에서의 디카프리오가 상을 받아 마땅하지 않았나 싶다.  보통 사람은 만져보지도 못할 천문학적인 금액의 돈을 벌지만 배우도 정말 아무나 하는 게 아닌 것 같다. 


힘들게 월가에 입성했는데 브로커 자격증을 따자마자 입사한 회사가 파산하고, 부양할 가족은 있어 뭐든 해야겠다고 결심했으나 아내는 어떻게든 증권 브로커 일을 계속하라고 독려한다. 신문에서 브로커 구인 광고를 발견하고 면접을 보러 갔는데, 전에 일하던 월가와는 완전히 다르다. 상장되지도 않은 회사, 뭔지도 모르는 것을 일단 만든다 싶으면 그럴싸한 이름을 만들어서 기업을 만들고, 그 기업의 주식을 팔아서 커미션으로 50%를 먹는다. 타고난 입담의 소유자 조던 벨포트는 이 말도 안 되는 주식을 돈 없는 소시민들에게 오직 자신의 입을 사용하여 엄청나게 팔아먹는다. 그렇게 단숨에 백만장자, 천만장자가 된다. 

우연히 만나 친구가 된 도니는 그를 새로운 향락의 길로 안내한다. 스트래튼 오크몬트라는 회사를 창립해서 도니와, 그의 친구들과 함께 부자가 되길 바라는 모든 사람들의 돈을 끌어모은다. 당신의 경제적 자립을 돕겠다고 설득해놓고는 거의 대부분의 돈은 자기가 챙기는 방식으로 돈을 버는 것이다. 이런 방식이 자신에게 너무 잘 맞고, 돈은 또 너무 쉽게 잘 벌려서 자신을 추종하는 사람들도 늘어만 간다. 그에게 '바른생활'이란 단어는 흰 바탕에 검은색 외의 아무것도 아니다. 닥치는 대로 술을 마시고, 마약을 들이붓고, 여자를 갈아치운다. 알코올, 마약, 섹스 이 세 가지가 모두 중독된 상태가 된 것이다. 그렇게 마약을 했는데 어떻게 끊을 수 있었는지 궁금하다. 독한 사람이긴 하다. 

어쨌든 온갖 불법으로 돈을 끌어모으면서도 법망을 피해서 자기 배를 불려 나간다. 그러나 너무 쉽게 돈을 잘 버는 사람은 어쨌든 타겟이 되게 되어 있다. 증권거래소도, FBI도 언제부턴가 그를 요주의 인물로 타겟팅하고 지켜보고 있다. 걸리기 전에 스위스로 돈을 옮겨놓는 데 성공하지만 말썽 없는 인생이 있을 리 있는가. 한 고비 넘었다고 생각했는데 생각지도 않은 곳에서 걸려 넘어져 증권거래소에는 거금의 벌금을 내야 하고, 자신의 회사 스트래튼의 대표직도 물러나야 할 상황이 된다. 그러나 그는 아무리 생각해도 스트래튼을 다른 사람에게 넘길 수가 없다. 모든 걸 털어놓고 맡길 수 있는 친구 도니라고 해도 스트래튼 오크몬트의 대표 자리는 자신 외에 그 누구에게도 줄 수가 없다. 

FBI는 조던을 설득한다. 범죄에 가담한 다른 사람의 이름을 불라고. 그리고 자신의 인생을 감옥에서 썩히면서 보낼 수 없다고 생각한 조던은 여태까지 의리를 지켰던 자신의 동료이자 함께 불법을 저지른 그들을 이름을 모조리 분다. 그리고 엄청난 감형을 받아 채 2년도 옥살이를 하지 않은 채 출소하고, 이후 자서전을 써낸 것도 대박을 치고, 강연가로 진로를 바꿔 방송에도 출연한다. 친구도 잃고, 아내와도 이혼했으나 그는 자기 자신, '조던 벨포트'만큼은 놓을 수가 없다. 끝까지 움켜쥐고 가야 할 사람은 다름 아닌 자기 자신인 것이다. 


좋은 집에 살면서 삐까뻔쩍한 차를 끌고, 온몸을 명품으로 휘감고, 고급 요트에 미녀들을 불러다가 매일 파티를 한다. 항상 마약을 하면서 하늘을 나는 듯한, 소위 뿅 가는 듯한 기분으로 산다. 어느 순간부터 그의 인생엔 실패, 고통이란 말이 사라졌다. 그가 누리고 있는 물질적 풍요만으로도 부족함 없어 보이는데, 그것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어서 매일매일 마약을 몸속에 집어넣는다. 

나도 더 좋은 집에 살면서 더 좋은 차를 몰고 싶다. 더 많은 돈을 벌어서 걱정 없이 편히 살고 싶다. 그러나 오직 돈을 벌기 위하여 다른 사람을 속이고 싶지는 않다. 불법이 아니라 편법이라고 해도 말이다. 조던의 회사 스트래튼. 사람들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아드레날린이 필요하고, 그래서 이곳은 술, 마약, 섹스가 만연한 아수라에 다름 아니다. 보통 우리가 생각하는 평범한 행복, 가정을 소중히 꾸려가고, 배우자만을 사랑하며 자식들을 사랑으로 키우고 열심히 번 돈으로 지혜롭게 재테크해서 차근차근 재산을 불려 가는 기쁨 같은 것은 쓰레기처럼 여겨진다. 절제는 아무것도 없고, 만용과 중독만이 판을 친다. 

풍요를 이런 방식으로 얻고 싶지도 않고, 얻은 풍요를 이렇게 사용하고 싶지도 않다. 


마틴 스콜세이지의 작품은 항상 하드코어를 깔고 간다. 미화나 포장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 면을 좋아하는 것이기도 하다) 인간은 이기적이고 누구나 자신의 행복을 위해 살아간다지만 이렇게까지 물질의 행복만을 추구하는 사람은 나는 전혀 부럽지가 않다. 내가 못 누려서가 아니라 정말로 이렇게 살고 싶지는 않다. 

인간은 영혼이 있기에 짐승과 구별된다. 육체도 건강을 위해 관리해야 하듯, 영혼도 그렇다. 소중히 여기고 아껴주면 넓어지고 깊어지지만 없는 취급하면 육신도 병들게 한다. 돈을 번 사람들이 다 이런 방식으로 돈을 벌었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내가 모르는, 소위 어떤 종류의  '그들이 사는 세상'의 실제를 본 것은 맞을 것이다. 이렇게 사는 사람들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말초적인 쾌락을 끊임없이 추구하면서 항상 '기분 좋은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불가능한 일은 아닐지도 모른다. 그러나 영혼의 공허를 막을 수는 없다. 공허한 영혼인 상태로 느끼는 '기분 좋음'이 행복이 아니라는 것은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편하게, 많은 것을 누리며 사는 것을 나도 꿈꾼다. 그러나 진정한 의미에서의 '행복'이 있는 삶을 그 무엇보다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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