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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르슬라 Nov 04. 2021

토니 에드만(2016)

-평행선이 만나는 방법

감독 : 마렌 아데

출연 : 산드라 휠러, 페테르 시모니슈에크



BBC 선정 '21세기 위대한 영화 100편의 100번째 영화 <토니 에드만> 한 남자의 진한 부성애를 코미디로 풀어낸 영화다. 감독의 영화가 처음이라 그런지 꽤 낯설었다.


사랑은 그 진실성만큼이나 방법, 기술이 중요하다. 분명 사랑하지 않는 것은 아닌데, 왜 내 사랑은 너에게 가 닿지 않는 것일까. 


장성한 딸 이네스는 타국(루마니아)에 살면서 가끔 돌아와 얼굴을 비출 뿐이다. 자신의 생일을 위해 이혼한 엄마 아빠와 함께 파티를 하기로 날짜를 정하고 와서는 오지도 않은 전화통을 붙들고 자꾸만 집 밖으로 나간다. 이네스에게 의미 있는 인간관계란 존재하지 않아 보인다. (루마니아에 남친이 있는데 그와의 관계도 진실성이 결여되어 있다) 그렇게 딸과 대화다운 대화도 하지 못하고 다시 이별한 아빠는 자신의 반려견이 갑자기 죽은 것을 알고 뭔가를 느낀다. 내 사랑을 지금 당장 표현해야 할 대상이 있다면 그건 다른 누구도 아닌 딸 이네스다. 


이네스의 아빠, 빈프리트는 딸을 만나기 위해 무작정 루마니아로 간다. 아빠의 갑작스러운 방문에 이네스는 당황스러울 뿐이다. 일에만 파묻혀 사는 딸이 안타까운 아빠는 어떻게든 딸 이네스가 삶에서 웃음을 잃지 않도록, 일이 아닌 다른 것에도 의미를 찾도록 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그리고 영화는 그 과정을 그리고 있다.  가발을 쓰고, 의치를 들고 이름을 바꿔가며(토니 에드만) 이네스가 있는 곳곳에 나타난다. 심지어 딸의 집, 옷장 안에 몰래 숨어들었다가 딸을 놀래키기도 한다. 이네스는 이런 아빠가 감당이 안된다. 아빠라서, 혈육이라서 완전히 매몰차게 대하지도 못하고, 가라고 해놓고 운다. 아빠의 시시껄렁하고 말도 안 되는 코미디극에 코가 꿰어 끌려다니면서 노래까지 부르는 이네스. 


어떻게든 따내고 싶은 일이 있어서 어차피 여기에 온 아빠를 효과적으로 사용해보고자 하나 잘 풀리는 듯하다가도 어긋나고 만다. 자포자기의 심정이 되어 그녀는 자신의 생일 파티에 직원들(대표 포함)을 초대해놓고 불현듯 옷을 벗어제낀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현관문을 연다. 어떤 이는 감당하지 못해 떠나고, 어떤 사람은 소식을 들었다며 벗은 채로 문 앞에 서 있다. 또 어떤 이(대표)는 돌아갔다가 옷을 벗고 다시 온다.  그리고 토니 에드만이 등장한다. 도대체 어디서 구했을까? 싶은 털복숭이 괴물 복장을 하고서.

아빠 앞에서 나체를 드러낸 딸이지만, 이제 그녀의 마음이 무너진다. 자신을 사랑하는 아빠의 마음의 무게를 느끼고 그녀는 찌르르 마음에 전기가 통한다. 


토니 에드만의 사랑 방식은 결코 이네스가 원하는 그것이 아니었다. 심지어 이네스는 아빠가 자신의 반려견이 죽자 슬픔을 이기지 못해 자신에게 찾아와 응석 부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도 보면서 '아, 싫다.' 여러 번 생각했다. 하지만 결국 이네스는 아빠를 꼭 끌어안고 사랑과 감사를 전한다. 도저히 통할 것 같지 않았던 빈프리트의 사랑이 어떻게 이네스의 마음을 움직이게 된 걸까? 평행선 같던 둘의 마음이 어느 지점에서 만나게 된 것일까.


이 영화를 보면서 평행선도 만날 수 있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내 방식이 통하지 않는다고 바로 바꿀 것이 아니다. 나는 내 방식대로 널 사랑하면서 대신 좌우의 폭을 넓히는 것이다. 주르르 아래로 흘러내려가는 것이다. 너라는 또 다른 평행선에 닿을 때까지. 네가 내 사랑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풀 죽어 포기할 일이 아니다. 나는 계속 너를 사랑한다고 표현하고, 네 앞에 나타나야 한다. 내 평행선이 뚱뚱해져서 너에게 닿을 때까지 내 마음에 더 불을 지피고, 다시 사랑으로 일어서고, 진폭을 넓혀가는 것이다. 가발이, 의치가 털복숭이 괴물이 될 때까지 나는 포기하지 않고, 끊임없이 널 사랑한다고 말하는 것이다. 

내가 원하는 방식은 아니었어도, 이네스는 괴물이 되어 나타난 아빠의 뚱뚱한 평행선에 결국 가 닿는다. 포기하지 않고 계속 자신의 마음 문을 두드리는 아빠의 사랑에 감전되는 것이다. 


마렌 아데 감독의 영화는 처음이다. 이런 류의 코미디 영화가 내게는 생소하지만, 사랑의 방식과 기술에 무게추를 두었던 내게는 새로운 깨달음을 주는 영화다.  아주 진부한 말이지만 진심은 결국 닿게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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