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는 변수, 기술은 상수
최근 정치·사회·경제 전반에 파장을 일으킨 기업이 있다. 다원시스다. 지난해 연말 이재명 대통령이 공개석상에서 “국가가 사기를 당했다”라고 직격하면서 사안은 공론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기업 하나의 문제가 국가 계약 시스템 전반에 대한 질문으로 번진 순간이었다. 그러나 투자자 관점에서 이 사건이 던지는 질문은 조금 다르다. 오너 리스크는 어디까지 전이되는가. 그리고 기술은 그 리스크를 견뎌낼 수 있는가.
문제의 출발점은 201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와 다원시스는 ITX-마음 철도차량 474량, 총 9149억 원 규모의 대형 계약을 세 차례에 걸쳐 체결했다. 계약상 납기 시점은 2022~2023년이었다. 그러나 이후 국회 국정감사 과정에서 전체 물량 중 210칸이 납품되지 않았고, 일부는 납기가 3년 가까이 지연된 사실이 드러났다.
더 큰 논란은 자금 집행 구조였다. 1·2차 계약 선급금의 약 60%가 이미 지급된 상태였다. 실제 납품 실적과 무관하게 수천억 원의 공공 자금이 집행됐다. 다원시스는 공급망 차질로 제작을 중단했다가 외부에서 약 1000억 원을 조달한 뒤 생산을 재개했다. 대통령은 이번 사안을 특정 기업의 일탈이 아닌, 국가 계약 시스템의 구조적 허점으로 규정했다.
후폭풍은 거셌다. 대통령 발언 직후 다음 거래일 다원시스 주가는 급락했고, 국토교통부는 수사 의뢰와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 착수했다. 코레일 역시 사기 혐의로 고소하고, 2024년 4월 체결한 ITX-마음 3차 계약분 116량에 대한 해지 절차에 들어갔다. 정치권도 대응에 나섰다. 철도차량 납품 지연과 선급금 지급 관행을 개선하는 이른바 ‘철도차량 납품지연 방지 3법’이 발의됐다. ‘제2의 다원시스’를 막겠다는 의지가 담긴 조치였다.
이번 사태로 조용히 부담을 떠안은 곳이 또 있다. 다원시스의 계열사 다원넥스뷰다. 공교롭게도 회사의 실적과 주가가 반등하기 시작한 시점에 최대주주 리스크가 부각됐다. 다원넥스뷰의 최대주주는 다원시스로, 지분 23.09%를 보유하고 있다. 오너 일가 역시 일부 지분을 확보하고 있다.
다원넥스뷰는 초정밀 레이저 접합장비 전문기업이다. 인공지능(AI) 투자 붐과 맞물려 주목받고 있다. 핵심 제품인 레이저 솔더 범핑 장비는 엔비디아의 AI GPU 생산 공정에 투입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GPU 간, 서버 간 초고속 광통신을 구현하는 부품 제조에 활용되는 장비다.
실적은 뚜렷하게 개선됐다. 2025년 매출은 269억 원, 영업이익은 40억 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44%, 213.5% 증가했다.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이다. 기술력과 수주 흐름만 놓고 보면 성장 스토리는 분명하다.
그러나 증시 시장은 냉정하다. 최대주주 리스크가 감지되면 숫자보다 구조를 먼저 본다. 지배구조를 의심하고 안정성을 평가한다. 계열사 간 자금 이동 가능성, 모회사 재무 리스크의 전이 여부, 경영 독립성 등을 따져 묻는다.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투자자들은 방어적으로 움직인다. 성장 스토리보다 리스크 관리가 우선순위가 되고, 의심이 해소되지 않으면 선제적인 매도로 대응한다. 다원넥스뷰 역시 이 같은 프레임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않다. 일부 주주들이 지분 연결 구조 자체를 할인 요인으로 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물론 사업의 본질과 지배구조 문제는 분리해 봐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있다. 기술 경쟁력과 수주 성과는 회사의 실질적 가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분 관계가 촘촘히 얽혀 있는 한, 최대주주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완전히 분리되기는 쉽지 않다.
결국 시장의 시선은 다원넥스뷰의 다음 선택에 쏠린다. 지배구조에 대한 신뢰를 어떻게 회복할지, 동시에 성장 전략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지가 관건이다. 오너 리스크라는 변수가 존재하더라도 기업을 끝내 지탱하는 힘은 기술이라는 상수다. 시장은 그 상수가 얼마나 견고한지, 그리고 위기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을 구조를 갖췄는지를 지켜보고 있다.